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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제 카르멘 오페라 제 1 막
 

                                                                                  

   집시(gipsy)라는 단어를 들으면 우리는 대개 낭만적인 유랑과 화려한 플라멩고 춤을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집시는 유태인보다도 심하게 핍박받던 유럽 소수민족의 하나였다. 본래 서남아시아 지역에 살던 인도 아랍계 유랑민족인 이들은 자기 땅에서 내몰린 뒤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 떠돌이 생활을 했는데, 이들은 영국에서는 집시, 독일에서는 신티 혹은 로마, 프랑스에서는 마누슈, 스페인에서는 히타노라 부른다.

   미움을 받긴 해도 든든한 경제력을 지녔던 유태인들과 달리 집시들은 최하층민으로 천대와 박해를 받으며 생활했다. 이들이 가질 수 있는 직업도 법적인 제한을 받아 주로 남들이 하지 않으려는 비참한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나갔고, 그 때문에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옮겨다니며 도둑질, 밀수, 암거래를 일삼기도 했다. 유럽 각국에서 사회의 암적인 존재로까지 간주됐던 이들은 2차 세계대전 중에는 나치의 인종 청소에 의해 무자비하게 희생됐고, 오늘날에도 신극우파들의 테러 목표가 되고 있다.

   자유 분방한 삶을 흔히들 '집시같다'고 표현하지만, 그들에게 있어 '자유'는 사회에서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고 보장받을 수 없는 이들이 움켜쥘 수 있는 유일한 '재산'이었을 뿐이다. 프랑스 작가 프로스페르 메리메는 이 집시의 자유와 절망을 <카르멘(1845)>이라는 소설을 통해 탁월하게 형상화했고, 작곡가 비제는 이를 각색해 1875년에 오페라 <가르멘>을 발표했다. 오페라보다는 원작 소설의 내용이 훨씬 사실적이고 설득력 있지만, 노래와 춤으로 마음을 사로잡는 요부형의 주인공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후대에는 오페라가 더 유명해졌다.

 

   과거 식민지 전쟁 시대 남미의 원주민에게서 담배를 배운 유럽인들은 대규모 담배공장을 곳곳에 지었는데, 오페라 카르멘의 배경이 된 1820년께 담배공장의 노동환경이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열악했다. 하나로 트인 작업장 안에는 500여 명의 여자들이 빽빽하게 들어앉아 온종일 담뱃잎을 말았다. 한여름에 통풍장치도 없는 작업장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은 옷을 거의 벗은채로 일했고, 그러다 보니 남성 감독자들의 성희롱 대상이 되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양가의 규수는 직업을 가질 수 없는 없었던 시대인 만큼, 담배공장 노동자들은 모두 가난한 하층민의 처녀, 유부녀, 과부들이었다. 카르멘의 무대가 된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도시 세비아에는 집시들이 많기로 유명했고 이들 대부분이 담배공장에서 일했다. 카르멘 역시 그들 중 하나였다.

  안달루시아 지방의 뜨거운 피와는 정반대의 정서를 지닌 북부 바스크 지방 출신의 군인 돈 호세는 담배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잠시 쉬는 시간에 공장 밖으로 나와 <하바네라>를 부르는 카르멘을 보는 순간 한 눈에 넋을 잃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탈영까지 해 카르멘의 집시패와 함께 살게된 호세. 그러나 오래지 않아 카르멘은 그에게 싫증을 느끼고 당시의 최고 스타 투우사 에스카미요에게 마음이 끌린다. 호세는 카르멘에게 "새 삶을 시작하자"고 호소하지만 카르멘이 끝까지 마음을 돌리지 않자 결국 칼로 찔러 죽이고 만다.

 

   유럽인의 전통적인 관념에 비추어볼 때 '사랑'은 기독교적이고 유럽적인 반면, '유혹'은 이교도적이고 야만적인 개념이었다. 여기서의 사랑이란, 일부일처제에 기반을 둔 영속적인 남녀관계를 뜻한다. 이런 사랑의 개념은 부르주아 사회의 유산 상속과 혈통 계승을 위해 특히 강조되었다. 그런데 정착해 살 수도 없고 그런 식으로 살고 싶어하지도 않는 집시와 어떻게 유산 상속과 대물림을 도모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유혹의 관계에 기반을 둔 이 <카르멘>이라는 드라마는 애초부터 비극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소재였다.

 

   일찍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여 아홉 살 때 파리음악원에 입학원 비제는 초기에는 기악곡들을 작곡했으나 곧 극음악에 관심을 보여 오페라 작곡가로 나서게 된다. 그의 대표작이자 마지막 작품인 <카르멘>을 작곡하기 전까지 그는 <진주조개잡이>를 비롯해 14편의 오페라와 오페레타, 그리고 연극에 쓰이는 음악을 작곡했다. 다른 작품들이 그저 그런 반응을 얻었던 것에 비해 <카르멘>의 성공은 참으로 놀라운 것이었다. 그러나 사건 전개뿐만 아니라 음악과 춤도 현란하고 박진감 넘치는 이 오페라는 "소재가 부도덕하다"는 이유로 파리 초연 때는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 좌절에 빠진 37살의 젊은 작곡가 비제는 그로부터 석달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기 때문에 이 작품이 그 뒤에 얻은 세계적인 인기를 함께 누리지는 못했다. (발췌 문헌 : 이용숙, 오페라 행복한 중독, 예담,2003)

 

 

 

대본

 메이야크(H. Meihac)와 알레비(L.Halew) 협작(프랑스어)

 1820년

 스페인 세빌랴

초연

 1875. 3. 3 파리

연주시간

 제 1막 약 45분, 제 2막 약 40분, 제 3막 약 25분, 총 1시간 50분

등장인물

 

 

 

 

 카르멘(Carmen  집시) -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혹은 알토 - 여주인공

                        (주로 메조소프라노가 맡는다.)

 돈 호세(Don Jos  드라곤의 상병) - 테너 - 남주인공

 에스카밀로(Escamillo  그의 라이벌로 투우사) - 바리톤

 프라스키타 (Frasquita  집시) - 소프라노

 메르세데스(Mercedes  집시) - 소프라노

 미카엘라(Micaela  돈 호세를 사랑하는 시골 처녀) - 소프라노

 주니가(Zuniga  드라곤의 대장) - 바리톤

 그 밖의 여공, 마을 사람, 밀수업자, 집시들 등

  

 

 

   막이 오르기 전에 전주곡이 연주된다. 이 곡은 독립되어 콘서트에서도 흔히 연주되므로 우리들의 귀에도 많이 익은 곡이다.

전주곡은 작품 전체의 세 가지 중요한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 나오는 활기찬 행진곡은 투우사들이 입장할 때 나올 곡이고 다음에 위풍당당하게 현으로 나오는 곡이 투우사의 노래, 그리고 현의 트레몰로에 실려 첼로와 금관악기로 나오는 기분 나쁜 모티프가 이른 바 '숙명의 주제'로서 호세의 칼에 쓰러질 카르멘의 비극적인 최후를 암시한다(트레몰로란 같은 음의 빠른 반복으로 떨리듯이 들리는 음, 혹은 그러한 소리를 내는 연주법을 말한다).

<카르멘>의 전주곡은 밝음과 어둠이 교차하면서 대조적인 효과를 잘 나타내고 뚜렷한 선율이 친근감을 자아내 세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막이 오르면 담배 공장 앞의 광장이 보인다. 「광장에서 Sur La Place 」라는 합창이 울리는 가운데 시골처녀 미카엘라가 약혼자인 돈 호세를 찾아온다.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군인들이 그녀에게 희롱을 걸지만 미카엘라는 정숙한 자태를 유지하며 눈길을 돌리지 않는다. 오직 호세가 광장에 나타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나팔소리와 함께 교대하는 기병대의 행진이 보인다. 경비 기병대의 대장 수니가와 호세가 도착한다. 마침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거리의 놈팽이들이 몰리기 시작한다. 공장문이 열리면서 한 무리의 여직공들이 담배를 뻑뻑 피우며 쏟아져나와 <하늘까지 치솟는 담배연기>라는 노래를 합창한다.

 

젊은남자들               종이 울리는구나. 우리는 여공들이 나오는걸 보러왔지.

                               검은 머리의 담배공장 아가씨여.

                               당신을 쫓아서 귓가에 사랑의 말을 속삭이려네.

 

병사들                     저 여자들 좀 봐. 뻔뻔스럽게 홀깃 보고,

                               경박스런 모습하며 모두 이빨 사이에 담배를 물고 피고 있네.

 

담배공장아가씨들     우린 공중의 연기를 쳐다보네. 향기롭게 하늘로 솟아오르는 연기를.

                               감미롭게 연기는 머리로 오르고 부드럽게 영혼의 기쁨으로 채워주네.

                               연인들의 감미로운 말은 연기에 불과해.

                               그들의 환희와 맹세 또한 연기와 같지.

 

젊은남자들              그렇게 냉정하게 굴지 말아요. 우리말을 들어봐요, 예쁜 아가씨들.

                              우리가 흠모하고 숭배하는 그대들이여.

 

담배공장아가씨들     연인들의 감미로운 말은 연기에 불과해.

                               그들의 환희와 맹세 또한 연기와 같지.

                               우린 공중의 연기를 쳐다보네.

 

   그녀들은 제각기 자기 짝을 찾아간다.

   "카르멘은 어떻게 된 거야?"

   몇몇 사나이들이 큰 소리로 묻는 순간, 입술에 새빨간 장미꽃을 문 카르멘이 요염하게 등장한다. 관현악이 '숙명의 주제' 변형을 연주하는 가운데...La voila, la voila

 

병사들                     카르멘 시타를 볼 수 없구나!

                               (카르멘등장)

모두                        그녀가 온다, 카르멘 시타가와!

 

젊은남자들               (카르멘을 둘러 싼다)

                               카르멘, 우리는 모두 당신의 발앞에 모였소.

                               카르멘, 제발 대답이라도 해주오.

                               언제쯤 당신이 우릴 사랑하게 될지!

 

카르멘                     언제 당신들을 사랑하려냐구요?

                               모르겠어요!

                               사랑을 안할런지, 아니면 내일 할런지.

                               (돈 호세가 들어온다)

                               그러나 오늘이 아닌 것만은 틀림없어요.

 

   모든 사나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쏠리지만 호세만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카르멘은 순진한 그를 유혹하려고 유명한「하바네라 Habanera 」를 아주 매혹적으로 노래한다.

 

카르멘                     사랑은 들에 사는 새, 아무도 길들일 수 없어요.

                               거절하기로 마음먹으면 아무리해도 안되지요.

                               협박을 해도 안되고, 꾀어도 안되지요.

                               말을 잘하거나 말없는 분 중에서 말없는 분을 택할래요.

                               아무말을 안해도 저를 즐겁게 하니까요.

                               사랑... 사랑...사랑은 집시아이, 제멋대로지요.

                               당신이 싫다해도 나는 좋아요.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면! 그때는 조심해요!

                               당신이 잡았다고 생각한 새는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 버릴테니까요.

                               사랑이 멀리있으면 기다려요.

                               그러면 생각치 않았을 때에 찾아 올테니까요.

                               당신 주변 어디서나 갑자기,

                               갑자기 사랑이 왔다가는 가고 또 찾아올테니까요.

                               당신이 붙잡았다고 생각할 때는 도망칠 것이고

                               벗어나려하면 당신을 꼭 움켜 잡을거예요.

 

   그래도 호세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눈에 오기가 서린 카르멘,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아도 난 당신을 사랑하고 말 거야. 그 땐 조심해야 할 걸!"하고는 붉은 장미꽃을 호세에게 던지고 획 돌아서서 가버린다. 공장의 종이 다시 울리자 군중들도 사라지고 호세 홀로 남는다. 그는 장미를 줏어들고 그윽한 향기의 아름다운 꽃이라고 중얼거린다. 그 때 미카엘라가 나타나고, 호세는 얼른 그 장미꽃을 가슴에 감춘다. 그리고 「어머니께 안부를 전해줘요   Parlemoi da mamre 」라며 오랜만에 재회의 기쁨을 나눈다. 그녀는 그의 어머니가 보낸 애정어린 용돈과 편지를 전한다.

   순간 담배 공장에서 비수와 같은 비명이 흘러나오고, 공장의 여직공들이 뛰어나온다. 카르멘이 친구와 다투다가 상대의 얼굴을 칼로 상처냈기 때문이었다. 수니가 대위는 호세에게 들어가서 조사하라고 명한다.  잠시 후 호세에게 끌려나온 카르멘은 수니가 대위의 질문에 콧노래만 부를 뿐 신통한 대답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화가 난 수니가 대위는 카르멘을 감옥에 가두기로 결정하고 호세에게 그녀를 끌고 가도록 명한다. 포박당한 카르멘은 끌려가면서도 여유있게 "트라 - 랄 - 랄 '하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호세를 유혹한다.

 "난 당신에게 반했어. 아까 내가 던진 장미꽃은 마법의 꽃이야."

  그녀는 「세빌랴의 성 가까이에서 Sequidilla, Prs des remparts de Seville」라는 노래를 부르며 호세가 그녀의 포박을 풀어주도록 간교하게 추파를 던진다.

 

카르멘                     당신, 이 밧줄을 너무 꼭 묶었어요. 팔목이 아파요.

돈 호세                    당신이 아프다면 느슨하게 해주지.(느슨하게 해준다)

카르멘                     (부드럽게) 도망가게 해줘요.

돈 호세                    그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는 하지 말아요. 당신은 감옥으로 가야해.

카르멘                     당신은 내가 바라는대로 해줄거예요.

                               당신은 나를 사랑하니까 그렇게 해주겠지요...

돈 호세                    무엇이, 내가?

카르멘                     그래요, 당신은 나를 사랑해요.

돈 호세                    나에게 더 말하지 말아요, 알았지? 나에게 말하면 안돼요.

카르멘                     당신에게 말하지 말라고요? 좋아요, 더 이상 말하지 않겠어요.

                                (의미 심장하게 돈 호세에게 다가가서 자꾸 눈길을 던지자

                                그가 점점 그녀에게 다가간다)

카르멘                     세비야의 성벽 부근, 내 친구 릴리아스 파스티아의 선술집에서 세기디야를 춤추고, 만자니야를 마실거예요. 그래요, 그러나 혼자서는 지루해요. 진정한 즐거움은 두 사람이 나누어 갖는것, 그래서 동무로 삼기 위해 연인과 함께 가겠어요. 내 애인, 그는 사라졌어요. 난 어제 그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 주었는데 쉽사리 위로받는 내 불쌍한 가슴, 내 가슴은 공기처럼 자유로와요. 난 한 다스의 구혼자가 있었지만 내 마음에 들지 않았었죠. 이제 주말이 되었어요. 누가 나를 사랑하길 원하나요? 난 그 사람을 사랑하겠어요. 누가 내 가슴을 원하나요? 가져가 주세요, 당신은 알맞은 때에 오셨어요. 전 시간이 없어요. 새로운 연인과 세비야 성벽 부근 내 친구 릴리아스, 파스티아의 선술집에서 세기디야를 춤추고 만자니야를 마셔야 하니까요.

돈 호세                    조용히 해요. 나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잖소.

카르멘                     난 당신에게 말하지 않았어요. 나 혼자 노래부르고 생각만 할 뿐이예요. 생각하는 것은 막지 않았잖아요! 난 어떤 장교를 생각하고 있어요. 나를 사랑하는 장교 말이예요. 그리고 나로서는, 그래요, 나로서도 매우 사랑하게 될지 모르지요...

돈 호세                    카르멘!

카르멘                     내 장교는 대장은 아니예요. 중위도 아니고요. 단지 하사관일 뿐이예요. 나는 그와 잘 지낼 준비가 되어 있어요.

돈 호세                    카르멘, 난 취한 사람같군요. 내가 동의한다면, 내가 놓아 준다면, 당신 약속을 지키겠소?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면 나를 사랑해 주겠소?

카르멘                     네.

돈 호세                    릴리아스 파스티아의 선술집에서...

카르멘                     우린 세기디야를 춤출거예요.

돈 호세                    약속해요.

카르멘                     그리고 만자니야를 마시고, 아!

돈 호세                    (카르멘의 손을 묶고 있던 밧줄을 풀어 주면서) 약속해요.

카르멘                     세비야의 성벽 부근, 내 친구 릴리아스 파스티아의 선술집에서, 우린 세기디야를 춤추고 만자니야를 마실거예요. 트라, 라, 라, 라, 라, 라!

 

   그는 결국 유혹에 넘어가고, 손이 자유롭게 된 카르멘은 호세에게 감옥으로 호송 될 때 그를 넘어뜨리고 도망갈 터이니, 실수로 놓치는 척 해달라고 부탁한다. 대장 주니가가 영장을 손에 쥐고 등장하자, 그녀는 호세를 밀어버리고 깔깔대며 군중 속으로 달아난다. 호세는 직무태만으로 두 달 동안 영창살이를 한다.

제2막 ->

 

 
Source: http://jnjmuse.cnei.or.kr/bizet_opera_carmen.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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