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이혼 그후, 후련하다…막막하다…고단하다…외롭다…너무 외롭다?
"경제적 무능 견딜 수 있지만 성격차이·외도는 못 참더라"
# 법정 문 나선 중년 남녀, 그 뒤의 삶은 “오늘 변론 종결하고 5월 0일 0시에 선고해서 보내드릴 테니 법원에 나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난 25일 서울가정법원 369호. 이혼소송 종결은 단 한 장로 끝.
재판장에 앉아 있는 사람 모두 얼굴 표정이 어두웠다. 판사, 변호사, 원고, 피고 가릴 것 없이 엄숙한 분위기에서 차분히 재판은 진행됐다. 15평 짓한 공간, 28석 방객 자리에 앉은 사람 중 누구 하 입을 열지 않았다. 40대 후반 여성에게 이혼 판결을 내리며 판사는 이렇 말했다. “남편 이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절차 면 서류 들고 청나 동무소 가서 힘들 때 부로부터 어 택 받을 수 있 알아보세요. 절대 용기를 시면 됩니다.”
이날 이 법서 선고된 이혼 건수 60여건. 이만 못하겠다는 피고, 사진 남편을 이제는 잊겠다며 이을 결한 원고, 속아서 결혼했다고 읊조리는 피고까지. 이혼 소송을 위해 가정법을 찾은 40~50대 남녀 각자의 속사정은 다양했지만 굳은 표정만은 똑같았다. 어게든 같이 살아보려고 한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다. 하지만 소송 당사자들은 이젠 더 이상 함께 하 날을 생각하 않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6년 이혼 통계 결과’에 따르면 작 해 혼한 부 12만5032쌍. 이는 2005년 12만8500건보다 감소한 것지 50세 이상 부부의 ‘황혼이혼’은 3년째 늘고 있다. 남의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이혼율이 감소했지만 45∼49와 50∼54세, 55세 이상에 2.8%, 7.3%, 7.8%나 가했다. 여성 역시 45∼49세(10.1%), 50∼54(16.9%), 55세 이상(14.3%) 등 중 이상의 연령층에 상 있다. 평균 이혼연령도 높져 42.6, 여자 39.3. 황혼이혼이 어느새 이 큰 축(軸)으로 자잡은 것이다.
그런데 이 황혼이혼 이훌 삶은 어떨까?
# “어떻게 살아갈지 시간 지나니 막막” 10년 전 이맘때 이혼한 이모씨는 올해 나이 육십다섯이다. 전처가 보증을 잘못 서서 전재산을 잃는 바에 이혼 결심했다. 딸 셋에 아들 나를 두고 있었만 이혼을 강행했다. 양육권을 전처에게 넘긴 이씨는 10년 동안 혼자 살고 있다. 하지만 생활은 녹록하지 않다. 김씨는 매일 아침 심 지하철 단에 파 1000원짜리 김밥 두 , 저녁은 집 근처 식당에서 해결한다. 세탁, 청소, 설거지 등 갖은 집안 일 역시 이씨 몫이다. 어울릴 친구도 점점 없어져 혼자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이씨는 “을수록 배필이 있어야 한다고 다”면서 “시간이 흐르다 보니 아내의 과거 일도 다 용서가 되고, 왜 그랬나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직업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유지하는 남성에 비해 여성 이혼자들의 삶은 더 고단하다. 거액 위자료를 받지 않는 한 금전적 여유는 없다. 신혼 때부터 전 남편의 여자 문제로 가슴앓이를 한 김모(여·58)씨는 2001년 이혼을 하면서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받았다. 현재 수입은 방 한 칸을 세놓고 받는 80만원이 전부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작은 가게를 열었지만 장사가 안 돼 1000여 만원만 날리고 문을 닫았다. 김씨는 “사회 경험이 전혀 없 내가 무슨 일을 하려고 하니 막막하기만 하고 잘 되지도 않았다”면서 “곁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막상 떨어지고 없어지고 나니 사람이 귀한 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서울가정법원이 동거기간별 협의이혼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결혼기간이 ‘1년 미만’인 부부의 이혼신청은 4.2%에 불과하다. ‘1~3년’ 역시 10.7%이다. 반면 ‘26년 이상’은 18%, ‘21~25년’은 11.2%의 비율을 보였다. 이혼 부부 3명 중 1명은 적도 20 상 께 살고 나서 이혼하는 셈이다.
과거 결혼과 동시에 자녀를 갖던 지금의 40~50대 부부들이 첫째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고, 남편이 직장을 그만둘 무렵 이혼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숙명여대 정책대학원 김영란 교수는 “최근 이혼의 80% 이상이 여성에 의해서 제기되고 있다”면서 “황혼이혼의 경우 나이든 여성들이 잊고만 살았던 자신의 삶을 찾기 해 이혼까지 결심하게 되는 특징 인다”고 말했다.
지만 노년의 홀로서기는 쉬운 일이 니다. 본지 결혼 좋만남선우’와 공동으로 이혼연령 50세 이상 32명(남 17명, 여 15명)을 개별 면담 조사한 결과, ‘이혼 후 현재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에 대해 46.8%(15명)는 ‘외로움과 고독감’을 이야기했다. 이들은 늦은 나이에 어렵게 이혼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함께 할 이성(異性)이 그립다고 말했다. 외로움 외에도 18.7%(6)는 배에 대한 ’을 가장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이혼 후에도 과거의 배우자로 인한 고통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후 있어서는 여 고통 컸다. 황이 중 40%(6명)가 이혼 더 힘들어졌”고 답한 반면, 남성은 29.4%의 비을 보였다. “현재 소득이 있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도 성은 88.2%(15명), 여성은 60%(9명)였다. 연령별는 ‘60세 이상’ 이혼자 가운데 57.2%가 생활이 더 힘들어졌다고 대답해, 생활은 이혼 기간이 늘어날수록 경제적으로 더 힘들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척들의 관계도 나빠졌다. 면담자 32명 중 62.5%(20) “이혼 후 친척들과 교류가 뜸해졌다”고 대답했다. “비슷하다 비율은 34.3%(11명)으며, “더 좋다”는 사람은 3.1%(1명) 불과했다.
# 이혼 “후회 한 적 있다”
황혼이혼자 대부분은 이혼에 대해 후회한 적이 있다고 했다. 1998년 이혼한 최모(여·61)씨는 이혼 위자료로 3층짜리 단독주택을 구입해 보증금과 월세 수입만도 적지 않다. 생활은 안정적이다. 하지만 최씨는 이혼 후 지금까지의 생활이 끔찍하기만 다고 말했다.
“IMF 터지고 살림도 어려운 상황에 남편에게 딴 여자까지 생기니까 이혼을 안 할 수 없습다. 그런데 이혼은 했는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막막하더군요. 월세를 받으니 입에 거미줄은 안 쳐도 됐지만, 금전적인 것보다 집안의 기둥이 없다는 생각에 가족이 휘청거렸습니다. 집안 대소사에 대해 애들과 상의할 수도 없고, 애들도 나도 서로 불안해하기만 했죠. 남편이란 사람의 자리가 얼마나 큰 건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최씨는 황혼이혼이 단지 돈 문제 때문이라면 당사자들은 분명 이에 후회하게 된다고 했다.
12년 전 이혼한 김모(여·60)씨도 “처음에는 남편에게서 벗어났다는 생각에 좋기만 했는데 세월이 흐르고 내 자리를 찾고 나서도 항상 스스로의 모습이 초라하게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참고 살아왔다고 느끼는 50~60대들 중 많은 수 법적 차 받아 부부의 연(緣)을 끊는다. 일본에서도 전후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團塊) 세대’의 정년(60세) 퇴직이 본적으 시작되서 황혼이혼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달부터 ‘노령연금분할제’가 행 부 뒤 2년 안에 청구 결 기 대 50%까 와 나 있기 . 연금 제도는 우리나라도 찬가지다. 1999년 도입된 ‘할연금제도’ 인 이혼 시 남이나 아내가 연을 낸 기 중 결혼 당되는 연금액의 반 전 배우자에 한. 작년 한해 이 연금 을 는 사람 950. 노년 이혼 욕구가 더 아 있다.
# “재혼 하려면 가장 먼저 보는 게 돈”
황혼 이혼자들은 할 수만 있다면 재혼이나 동거를 하고 싶어한다. 면담조사에서도 62.5%의 황혼 이혼자들은 “지금이라도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살고 싶다”고 답했다. 60세 이상 이혼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 통계조사에서도 황혼이혼 후 재혼 건수는 10년 전에 비해 남성은 9.3배, 여성은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과거 경험에서 오는 두려움은 물론이거니와 노년 재혼의 경우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기는 더 어렵다. 이혼한 지 18년째인 김모(69)씨는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은 음은 간절”면서 “하지만 나이를 먹어서 런지 사람이 가장 먼저 는 게 돈이고, 집 해달라, 아파트 사 달라, 소권 넘겨달라고 하면서 향락만 찾는 이들이 많아 노후를 함께할 사람 만나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 왜 갈라섰을까?
한국결혼문화연구소가 사십이 넘어 이 한 5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본 결과(복수응답), 이혼 사유를 1위가 ‘성격 차이’였다. 총 333명(63.9%)이 “상대방의 성격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헤어지게 되었다”고 대답했다.
2003년 이혼한 오모(65·여)씨는 “내가 오랜 시간 장사를 해왔기 때문에 전 남편의 무능한 생활력은 참을 수 있었지만 사사건건 성격이 안 맞아 싸우게 되는 건 도저히 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사유는 ‘배우자의 부정(不貞)’. 총 106명(20.3%)이 바람난 남편, 다른 남자가 생긴 아내 때문에 이혼한 것으로 나왔다. 김모(55)씨는 “그 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멍하니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며 “늦은 나이에 전 아내에게 자가 생겨 위자료 한 푼 주지 않고 바로 이혼해 애들과 함께 살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자의 부정으로 이혼한 사람들 대부분은 자녀 양육을 본인이 도맡아 하고 있는 이었다.
뒤이어, 42명(8.1%)이 ‘경제 문제’로 이혼했다. 사업이 갑작스레 망하거나 퇴직 후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게 된 경우의 이혼이다. 돈 문제와 관해 이혼한 사람은 성격 차이로 황혼이혼을 한 사람의 1/8 수준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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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7/2007042700904.html
정성 기자 1008i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