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처가’ 스트레스… 남성 이혼상담 급증

결혼 생활 만 2년째인 한모(33·회사원) 씨는 장인 장모의 간섭 때문에 아내와 별거 중이다.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처가 근처에 살고 있는 그는 “전구 하나가 나가도 내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릴 정도로 장인 장모가 나를 ‘머슴’ 취급한다”며 “아이 양육을 처가에 맡긴 뒤부터는 잔소리를 너무 해 기를 펼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 씨가 “못 참겠다”고 하자 아내(29)는 돌이 갓 넘은 딸을 데리고 아예 처가로 가 버렸다. 아내는 한 씨가 찾아가도 만나려 하지 않는다. 한 씨처럼 ‘처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우울한 남성이 급증하고 있다.
민간단체인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원장 양정자)은 지난해 9월∼올 8월 전국 6개 지점에서 상담한 7458건을 분석한 결과 처가 스트레스 등으로 이혼을 상담하는 남성이 10.1%로 전년(5.5%)에 비해 2배가량으로 그 비율이 늘었다고 26일 밝혔다.
남자가 이혼을 생각하는 이유는 아내와의 경제적인 갈등, 성격 차이, 폭언 폭행 등이 68.5%로 가장 많았고 아내의 부정한 행위(13.5%), 아내 또는 아내의 직계존속으로부터 받은 부당한 대우(10.1%) 등의 순이었다.
상담원 관계자는 “여성의 경제력이 향상되면서 처가에 의존하는 남성이 늘어나고 있는 게 처가 스트레스로 인한 이혼 갈등의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남자들은 젊을수록, 여자들은 나이가 많을수록 이혼 상담을 많이 하는 특징이 있었다. 이혼 상담을 한 남성의 결혼 기간은 5년 미만(41.4%)이 가장 많았고 5∼10년(17.1%), 10∼15년(17.1%)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여성은 5년 미만(24.9%)과 20년 이상(23.2%)이 비슷해 신혼 초와 황혼 때 이혼을 많이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드러내기 싫어했던 시시콜콜한 ‘집안 문제’로 상담하는 남편도 늘고 있다. 양육권, 호적, 입양, 부모 부양 등으로 면접 상담한 남성은 전년도 36.2%에서 올해 39.4%로 증가했다. 반면 재산관계, 채권, 채무, 보증 등 민사문제에 대해 문의하는 남성은 51.5%에서 49.2%로 줄었다.
상담 의뢰자의 연령대는 여성은 30대(37%)가 가장 많았고 남성은 60대 이상(39.1%)이 가장 많았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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