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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를 기본으로 삼자는 마음에는 변함없지만
이런 나의 결심이 한없이 약한 모습을 취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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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롤집' 앞을 지나갈 때이다.
적당한 야채샐러드와 적당한 우동 그리고 부드러운 소스들에 잠겨있는
적당한 스시롤을 만나면 '우와~~ 맛있겠다' 는 생각만 머리속에 가득해진다.
몇 년 전 강남에 진출해서 여전히 젊은 사람들의 입맛을 당겨주고 있는 '스시롤'
한국인에게 꼭 필요한 밥과 기분을 상큼하게 만들어주는 샐러드와 소스,
그리고 입안을 부드럽게 다스려주는 생선살이 이쁘게 만나서 인기유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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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토요일, 내가 이뻐하는 동생 Y와 오랜만에 만나 공연 하나를 보고
저녁을 먹기 위해 대학로로 발길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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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는 만날수록 내게 교훈을 주는 동생이다. '한결같은 챙김'으로 말이다.
바쁘다 보면 중요한 것이라도 한 두가지 빠뜨리게 되고(본의 아니게)
챙겨줘야지 마음 먹고 있다가도 깜박하고는 그냥 지나치게 된다.
6년 넘도록 알고 지내는 Y는 그런 면에서는 정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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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번은 어머니도 내 생일을 깜박한 적이 있었는데
Y 덕에 챙겨먹은 적이 있다.
여행을 떠나서 집을 비워도 내가 있는 것처럼 소포가 날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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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흔들림'없이 차분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하늘을 향해 잘 자라고 있는 소나무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계절의 변화에도 동요하지 않고 수시로 변덕을 부리는 날씨에도
늘 푸름을 간직하고 있어서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상쾌해지는 그런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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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는 내게 소나무같은 동생이다.
(Y의 자랑을 좀 더 늘어놓아야겠다)
지금도 나의 머리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은
4층짜리 도시락과 하얀털모자 그리고 파란 보리에 감겨있던 Calla꽃이다.
함께 야유회를 갔을 때 4층 도시락에 꼼꼼히 만들어 온
반찬과 후식은 먹기가 황송할 정도로 예술이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내가 일하고 있는 사무실까지 와서 전해주고 간
직접 손으로 뜬 하얀 털모자는 정말 감동의 물결 그 자체였고
공연을 함께 보자면서 나오는 길에 사왔다는 파란 보리와
하얀 Calla꽃다발은 내가 받아봤던 꽃다발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다.
Y는 손으로 만드는 건 뭐든지 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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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의 남자친구는 정말 큰 봉을 잡았다고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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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쁜 아이와 스시롤을 먹으니 그 맛이 더 살아날 밖에...
우리가 들어간 집은 대학로 낙산가든 뒷편 길에 있는 <롤집 Green> 이었다.
오픈한 지 얼마되지 않은 듯 했지만 손님들이 득시글거렸다.
하지만 직원들의 서비스 자세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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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 한접시에 최하 6,000원이고 최고로 1,2000원까지 나간다.
세트 메뉴가 4가지 정도 있었는데,
우리가 먹은 <프랜드세트>는 21,000원이었다.
작은 우동 2그릇+새우가 들어간 새콤달콤한 샐러드 한 접시+4가지종류 롤과 양념해서
구워낸 홍합 6개 한 접시가 나왔다.
둘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양인 것 같다.
우린 남겼으니까 말이다.
남자와 여자가 가서 먹는다면 얼추 양이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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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 담백, 따뜻, 사르르 녹음, 폭폭 터지는 날치알, 오소독소한 수다.
이 모든 것이 조막손보다 작은 롤밥에 뭉쳐있기에 난 스시롤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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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갑자기 압구정에 있는 <길손>이 생각나는 건 또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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