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불행 심지어 죽음을 각오하면서까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치명적 매력을
지닌 여자;
팜므 파탈 (femme fatale)
겨울이 제철인 복어를 인간에 비교하면 팜므 파탈이 아닐까.
중국 시인 소동파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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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가리보다 13배 강한 복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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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이후 여러
쇼군(將軍)이 ‘복어금식령’을 내렸다. 복어를 먹다 죽은 장수가 꽤 됐다. 중국에서는 여전히 복어 식용이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최근 저장성(浙江省)성 항저우(杭州)의 한 여행사가 복어가 많이 나는 장쑤성(江蘇省)
양중(揚中)과 장인(江陰)에서 다양한 복어요리를 맛보는 여행상품을 내놓았다. 중국 위생당국은 알면서도
눈감아주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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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가 치명적인 건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라는 맹독을
품었기 때문이다. 피와 내장, 껍질, 눈, 알에 들어있는 테트로도톡신은 조금만 잘못 먹어도 입술과 혀가 즉시
마비된다. 두통, 복통, 구토, 지각이상, 운동신경마비 증상이 20여분 뒤부터 나타난다. 숨이 가빠지고
말하기가 힘들어진다. 빠르면 1시간 30분, 늦어도 6시간 뒷면 사망한다. 무색, 무미, 무취한데다 섭씨
300도로 가열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특히 산란기 직전인 5~7월 독성이 최고로 강해진다. 이때는 독의
강도가 청산가리의 13배로, 참복 한 마리의 내장으로 성인 33명을 죽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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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복어에 ‘환장’하는 이유
복어 살은 콜라겐이 풍부해 딱딱하달만큼 쫄깃하다. 감칠맛을 내는 이노신산과
단맛을 내는 글리신, 알라닌, 타우린 성분이 더해져 씹을수록 맛이 배 나온다. 기름기가 거의 없어 담백하고,
비린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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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로 이리를 꼽는 이들이 많다. 이리는 수컷 뱃속에 든 정액 덩어리이다. 눈처럼
하얗고, 크림처럼 부드럽고 고소하다. ‘서시유(西施乳)’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중국 전설적 미인
서시의 젖이라는 의미이다.
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께’ 이태영 조리장은 “복어는 2~2.5㎏ 정도가
가장 맛이 좋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이 정도 크기면 ‘세살배기라고 한국보다 더 세분해서 표현하죠.
한국에는 이만한 크기가 잘 나오지 않아요. 좋은 복어는 일본으로 갑니다. 훨씬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이 조리장이 “이 정도면 괜찮은 크기”라면서 보여준 복어는 무게가 750g이었다. 자로 재보니
머리부터 꼬리까지 길이가 34.5㎝. 2㎏이면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갔다.
복어는 껍질을 벗기고 눈과 내장을 제거한 다음 물에 담가 피를 뺀다. 이렇게
독을 제거한 복어는 숙성과정을 거친다. 살이 단단해 숙성하지 않으면 씹기 어렵다. ‘금수복국’ 신형석
조리장은 5㎏짜리 대형 복어는 칼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조리장은 “2.5㎏짜리면
24시간쯤 숙성해야 먹을만하다”고 했다. 1㎏ 이하면 잡아서 바로 회를 뜨거나, 20~30분 정도만 숙성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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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복·황복·검복·까치복·은복·밀복
겨울 복어 중에서는 자주복이 가장 맛있다고 인정받는다. 흔히 참복이라 부르는
종류로, 젖소처럼 검은 얼룩이 등에 박혀있다. 까만 등과 흰 배 사이에 노란 줄이 들어간 검복을 자주복
다음으로 쳐준다. 이어 까만 줄무늬에 지느러미만 노란색인 까치복이 있다. 시원하고 얼큰한 복국은 은복이나
밀복을 많이 쓴다. 통영, 마산 등 경남지방에선 복국용으로 남자 어른 새끼손가락만한 졸복을 최고로 치기도
한다. 황복은 유일한 민물복어로 봄이면 산란을 위해 바다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온다. 황복을 최고로 꼽는
미식가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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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 맛있게 먹으려면
복어 살의 쫄깃한 맛을 즐기려면 회가 최고다. 가능한 얇게 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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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지처럼 뜬다’고 한다. 일본에선 복어 살에 묻은 피를 조금 놔두기도 한다. 혀와 입술이 살짝 마비되면서
얼얼한 느낌을 받는데, 이를 즐기는 미식가들이 있다. 하지만 극도로 위험하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내는 경우가
식당이 있다고는 하나, 안전을 위해 대부분 독을 완전히 제거한다. 이 조리장은 “정말 맛있는 건
지리(맑은탕)”라고 말했다. 맑은탕으로 먹어봐야 복어의 크기나 종류에 따른 맛 차이를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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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회는 일반 간장이 아닌 ‘폰즈간장’에 찍어 먹는다. 폰즈는 유자식초를
뜻하는 일본어로, 폰즈와 간장을 반씩 섞으면 폰즈간장이다. 복어 살이 다른 생선보다 맛이 섬세해 일반
간장보다 훨씬 옅은 폰즈간장을 쓴다. 폰즈간장에 곱게 간 무를 더하기도 한다. 복어에 매운 맛이 어울린다
하여 일본에선 붉은 고추를 우린 물을, 한국에선 고춧가루를 섞기도 한다.
추운 겨울에는 ‘히레사케(ひれざけ)’도 별미다. 따끈하게 중탕한 사케(일본
청주)에 불에 구운 복어 지느러미(히레)를 넣어 마신다. 사케를 마실 때마다 구수한 향이 코로 올라온다. 단
잘못하면 비릴 수 있다. 이 조리장은 “지느러미 중 꼬리가 가장 향이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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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산 복어, 독은 없지만 포르말린 조심해야
자연산보다 양식산 복어가 많은 요즘은 독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지 모르겠다.
양식산 복어에는 독이 없다. 테트로도톡신은 아르테로모나스란 세균을 자연 상태에서 섭취해야만 생기는데,
인공사료에는 이 세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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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양식산 복어는 대신 포르말린을 조심해야 한다. 포르말린은 소독제나
방부제, 살균제로 쓰이는 극약. 양식장에서는 아가미충을 구제하기 위해 포르말린을 사용한다. 포르말린을 아주
묽게 희석하고, 출하하기 전 2~3일 전부터 사용하지 않으면 모두 사라져 인체에 해가 없다. 가끔씩
‘포르말린 복어’ 사고가 터지는 건 일부 양식장에서 포르말린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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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처럼 “꽥꽥” 우는 복어
복어를 풍선처럼 생겼다고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평소에는 매끈한 달걀형이다.
복어는 위가 등과 배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고, 중간이 잘록하다. 배쪽 부분을 ‘팽창낭(膨脹囊)이라고
한다. 천적을 위협하거나 스스로 위협을 느낄 때, 놀랐을 때 복어는 물이나 공기를 들이마셔 배를 풍선처럼
크게 부풀린다. 마시는 물의 양이 몸무게의 네 배가 될만큼 많다. 들이마신 물이나 공기를 내뱄으면서 꽥꽥
소리가 난다. 영락없는 돼지다. 예부터 복어를 강의 돼지’란 뜻인 하돈(河豚)’이라 부른 이유가 절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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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vs. 일본식 복어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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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를 맛보는 방법은 한국식과 일본식으로 갈린다. 신라호텔 이태영 조리장은
일본에서는 길게는 며칠씩도 숙성시키지만, 한국은 길어야 10시간”이라고 했다. 생선살은 숙성시킬수록
감칠맛은 증가하지만 씹는 맛이 떨어진다. 한국인은 감칠맛만큼이나 씹는 맛을 선호하는 반면, 일본인은 감칠맛을
더 선호해 생기는 차이다. 일본에서는 복어를 회로도 좋아하지만 초밥으로 즐겨 먹는데, 복어 살이 밥과 섞이지
못하고 따로 돌지 않도록 숙성을 충분히 시키는 이유도 있다.
복국도 두 나라가 다르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재료에는 큰 차이가 없다.
다시마를 우려낸 국물을 사용한다는 점도 양국이 같다. 하지만 일본식에는 복어 자체의 맛을 살리기 위해 다른
재료를 덜 넣는다. 반면 한국식 맑은탕은 다양한 재료의 조화로운 맛에 포인트를 두기 때문에 생선 뿐 아니라
채소를 더 푸짐하게 넣는 편이다.
확연히 구분되는 차이는 마늘과 홍고추를 넣는지 여부다. 일본식 맑은탕에는
마늘과 홍고추가 들어가지 않는 반면 한국식에는 들어간다. 또다른 차이점은 미나리. 복어를 맑은탕으로 먹을 때
한국에선 흔히 미나리를 넣지만, 일본에선 아니다. “미나리 향이 너무 강해 복어 맛을 가린다”는 이유다.
미나리에 해독효과가 있다 하지만, 그 강한 복어의 독을 미나리로 중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본식 복요리는 서울 북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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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02-755-3979)과
광화문
태진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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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733-3730)이 대표적이다. 1966년 문 연 송원은
일본 시모노세키 복요리협회에도 등록된 집으로, 한국에 일본식 복국을 처음 선보였다. 복사시미(회) 8만원,
복지리 1만8000원, 5만원(참복). 태진복집은 복어코스 1인분 2만5000원. 복어 튀김(6만원,
10만원)이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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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복요리는 부산 등 경남에서 발달했다. 부산 해운대
금수복국은 뚝배기에 팔팔 끓여내는 스타일의 복국을 개발한 집이다. 창업자인 이봉덕 여사가
1970년 ‘복국을 뚝배기에 담아주면 식지 않고 좋겠다’며 고안했다. 9000원짜리 복국부터 12만원짜리
코스까지 다양한 복어요리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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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만원짜리 ‘복쌈막회코스’가 독특하다. 복어를 뭉텅뭉텅 썰어서
묵은지에 싸먹는 한국식 복어회요리. 종잇장처럼 얇은 복어회 한 점에 감격하는 일본인이 보면 까무라칠지
모른다. 부산 동래점, 압구정점, 대구 유성점 등 전국에 6개 분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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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본점
(051)742-3600, 서울 압구정점 (02)3448-5488, 대전 유성점 (042)823-9949,
www.ksbog.com YS의 단골집으로 알려진
부산 초원복국(051-628-3935)도 이름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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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파 홀린 황복 맛보려면
소동파가 “죽음과 맞바꿀만한 맛”이라고 상찬한 복어는 황복이다. 황복은 서해
연안에 살다가 진달래꽃 필 무렵, 그러니까 4월 말쯤 산란하러 임진강을 거슬러 올라온다. 산란 후에는 바다로
돌아간다. 옛날에는 금강과 섬진강에서도 황복을 볼 수 있었지만, 댐이 생기고 환경이 오염되면서 요즘은
임진강에서만 볼 수 있다. 임진강에서도 거의 멸종했다가, 치어 방류사업으로 차츰 숫자가 늘고 있다. 그래봤자
하루 수십 마리 잡힌다. 워낙 물량이 없어 임진강 일대에서만 맛볼 수 있다. 1㎏당 15~20만원이면 회,
탕, 껍질초회, 튀김 등 코스로 낸다. 2~3명 정도 먹을 수 있다. 임진 대가집(031-953-5174),
어부의 집(031-952-4059) 등이 이름났다. 황복이 잡히지 않는 철에는
그때그때 나오는 생선을 낸다. 파주어촌계 직판장(031-958-8006~7)에서는
황복을 살 수 있다. 1㎏당 10만원쯤. 작은 것이 500g, 큰 것은 1.5㎏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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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끈하고 맑고 시원하고 복국 국물이 그립네요. 식초를 살짝 뿌리면 더욱
개운하죠. 주말매거진에 2007년 12월 쓴 기사 원본입니다. 사진은 이경호 기자가 찍었습니다.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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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집에서 복지리를 먹고 응급실로 급기야는 중환자실로 실려
갔던 삼십년 전의 기억이 새롭습니다. 주방장이 시청 앞 프라자 호텔 일식집 출신이라며 간판에 커다랗게 써 있길래
들어 갔었는데... 같이 먹은 사람 중에 저만,,, 황천길로 갈 뻔 했지요.
제 직업이 무엇이었는지 아시면 더 웃으실겁니다.
조리사는 아니고요..ㅎ
그 뒤에는 안 먹었냐고요?
천만에요!
지금도 기회만 있으면..^^*
단지 분명한 것은 유명한 집이 아니면 절대로 가지 않습니다.
인도네시아에도 복어가 많이 잡힌답니다.
잡아서 뱃머리에 묶어서 바닷물속에 담궈 진종일 끌고 다니지요.
그럼 핏물도 다 빠지고 독성도 다 제거가 된다나요? 01/23 13:58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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