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유교문화의 전통으로 남녀구별이 많을 뿐 아니라 아직까지 남녀차별도 심한 편이다. 심지어 '일곱 살이 넘으면 남녀가 같이 앉아서도 안 된다(男女七歲 不同席)'는 말이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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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한 남녀 혼탕 사우나 내부. 안에 들어가려면 땀이 나무바닥에 흐르지 않도록 큰 수건을 꼭 휴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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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과거에는 유산 상속을 받을 때에도 남녀 간 차별이 있었으며 지금까지 존속되고 있는 간통제 역시 여자에게 불리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이에 비하면 유럽에서는 남녀 간 차별이 적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남녀 간 구별조차 희미한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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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나 육아 등의 집안일도 여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남녀가 같이 한다는 인식이 강하며 직장에서 일을 하는 경우에도 남녀 간 구별이 거의 없다. 게다가 이곳 여자들은 신체적으로도 연약하지 않으며 사고방식도 남자에게 의존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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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이곳의 건장한 여성들을 볼 때마다 여성(女性)이라기보다는 중성(中性)이라는 느낌이 든다. 또한 유럽에서는 동성애가 흔하며 일부 국가에서는 동성(同性) 간 결혼도 허용되어 있는데 이것도 남녀 간 무차별의 사고에서 연유한 것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하지만 남녀혼용 사우나에서 보듯이 이곳 사람들이 우리보다 남녀 간의 칸막이에 대하여 엄청나게 관대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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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 없는 알몸 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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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문화 중 특이한 것을 들라면 사우나 목욕을 꼽을 수 있다. 물론 북유럽인 핀란드나 노르웨이 등에는 집에 사우나 시설이 있는 경우도 있으며 독일보다 목욕문화가 더 발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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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독일에서도 비록 집에 사우나 시설은 없지만 길고 어두운 겨울을 지내기 위한 방편으로 사우나는 아주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뜨거운 물 속에서 몸을 불린 다음 열심히 때를 밀기 위해 목욕탕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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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때를 벗겨내는 것이 아니라 뜨거운 사우나 방에서 땀을 빼고 적외선 방에 누워 잠자면서 피로를 푸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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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보다는 우리의 찜질방과 기능이 유사하다. 이곳 사우나에는 인공 빛(자외선)을 쬐며 잠자는 곳, 야외 노천탕, 소규모 수영장 등이 함께 있다. 하지만 때밀이 수건으로 때를 밀거나 비누를 사용하여 몸에 때를 벗겨내는 사람은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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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찜질방 같은 사우나 발달 1960년대부터 혼욕 허용. 비만한 중년남 또는 '아주 건장한' 아줌마가 주고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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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흥미로운 것은 사우나 이용 시에 남녀 구분이 없다는 점이다. 들어가는 입구는 남녀가 구별되어 있지만 탈의실에서 각자 옷을 벗고 일단 안으로 들어가면 남탕, 여탕의 구분이 없이 모두 함께 같은 시설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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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남녀가 같은 사우나 방에서 혹은 같은 욕탕에서 마주 앉아 서로를 보고 있다. 노천탕에서는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남녀가 같이 수영을 하기도 하고 자외선 방에서는 남녀가 나체로 잠을 자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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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남녀평등 사상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이곳 사람들이 창피한 것을 전혀 모르는 것인지 우리의 사고방식으로는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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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같은 남녀 혼욕이 옛날부터 허용되었던 것은 아니며 1960년대부터 허용되었다고 한다. 한편 같은 동양 국가인 일본에도 남녀 혼탕이 있는데 그러고 보면 남녀 혼욕 문화가 반드시 서양의 고유한 것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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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70%, 절반은 50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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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가 이곳 남녀공용 사우나에서 손님들을 관찰한 것을 몇 가지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손님을 남녀로 구분해 보면 남자가 70% , 여자는 30% 정도로 남자가 훨씬 많은 편이다. 여자들은 남자보다 부끄러움을 더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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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체질적으로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사우나를 싫어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연령대로 보면 청장년층보다는 노년층이 많다. 이용객의 50% 이상이 50대 이상일 것으로 생각되며 20대 이하는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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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벌써 40대 중반의 나이인데 이곳에 오면 내 나이가 사우나 이용자의 평균보다 한참 아래일 것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사우나를 이용하는 외국인은 매우 적다. 물론 이곳에 오는 미국 사람이나 프랑스 사람들도 내게는 모두 독일 사람으로 보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외국인의 비율은 2~3%에 불과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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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외국 사람이 사우나에 온다 하더라도 피로 회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대부분 호기심 차원에서 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종종 외국인들은 염불(목욕)은 하지 않고 이곳저곳을 배회하며 눈요기(잿밥)에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사우나를 방문하는 외국인은 99%가 남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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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적으로는 하루 일과가 끝난 후인 오후 5시나 6시에 손님이 가장 많다. 직장인들이 일을 마치고 집에 가기 전에 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에도 단골 손님이 꽤 있는 편이다. 그리고 평일 낮에 오는 손님은 대부분 은퇴하거나 할 일이 없는 노년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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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일별로는 월요일에 손님이 적은 편이며 금요일에는 손님이 많다고 한다. 계절별로 보면 가을과 겨울에 손님이 많으며 여름에는 손님이 적다. 해가 짧고 날씨가 우중충한 계절에 손님이 많은 것이 당연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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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남자는 진화가 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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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남녀가 같이 사우나에 오는 경우도 있으나 흔하지는 않으며 미혼 남녀가 데이트하러 오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어린 학생들만 오는 경우도 없으며 다만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오는 경우는 가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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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체 방문객의 절반 이상은 혼자 오는 사람이다. 그리고 남녀가 같이 오는 경우는 20%, 남자들끼리 오는 경우가 20%, 여자들끼리 오는 경우가 10% 정도 되는 것 같다. 이러한 통계를 감안한다면 사우나에서 젊고 예쁜 미남, 미녀를 만날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 대신 나이는 지긋하고 몸매는 축 늘어진 사람들을 주로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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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우나에서 모델이나 영화배우 같은 미인을 만날 수 없다고 해서 이상해 할 필요는 없다. 사우나가 아닌 일반 거리에서나 지하철 안에서도 미인을 만나기가 좀처럼 어려운 곳이 이곳 독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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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사우나는 그냥 그렇게 우리 주변에 존재할 뿐이다. 오히려 그 옛날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들판에서 자유롭게 살았던 원시시대와 같은 환경이 지금에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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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나에서는 완전히 벗은 사람의 몸을 볼 수가 있는데 지금까지 관찰한 바로는 사우나에 오는 이들은 평균보다 뚱뚱한 사람이 많다. 아마도 비만인 사람들이 살을 빼거나 몸매를 관리하기 위하여 사우나를 즐겨 찾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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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독일 남자들의 벗은 모습을 보면 이들이 진화가 덜 되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첫째 이유는 몸에 털이 많기 때문이다. 옷을 입었을 때는 알 수 없었지만 이곳 사우나에서 벗은 남자들을 보면 가슴과 팔, 다리에 덥수룩하게 털이 많이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원래 추운 지방에서 살았기 때문에 보온을 위해 털이 많은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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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진화가 덜 되었다고 보여지는 두 번째 이유는 원숭이나 침팬지처럼 팔이 길기 때문이다. 이들의 벗은 모습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그들의 손은 우리보다 허리에서 5㎝ 정도는 더 내려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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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같은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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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독일 여자들은 키도 크고 어깨도 넓어 체격이 꼭 남자 같다. 또한 이곳 여성의 체형상 특징 중의 하나는 다리가 굵다는 점이다. 다리가 굵으니까 엉덩이도 동양여자들에 비하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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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나의 이용 패턴을 보면 뜨거운 사우나실에 들어가서 땀을 빼는 사람이 가장 많다. 이곳에도 우리나라의 찜질방과 마찬가지로 여러 종류의 사우나 방이 있다. 수증기가 있는 습식 사우나도 있으며 약초사우나, 레몬향 사우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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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나실에 들어가서는 땀이 바닥에 흐르지 않도록 수건을 깔고 앉아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자외선 방에 들어가서 잠자는 사람, 수영장 옆의 의자에 누워서 휴식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작은 욕탕에 들어가 물방울 마사지를 하는 사람도 있고, 물에 발만 담그고 있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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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물속에 들어가서 몸을 불리고 때 타월을 이용하여 때를 벗겨내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다.독일의 혁명가 칼 마르크스(Karl Marx)는 인간 사회는 모두 가난했지만 평등했던 원시 공산사회에서 시작하여 고대 노예사회, 중세 봉건사회, 근대자본주의 사회로 발전한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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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본주의 사회는 결국 붕괴하고 다시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근심걱정이 없는 공산주의 사회가 도래할 것으로 예언하였다. 다시 원시 평등세상으로의 회귀이다.
이곳의 사우나에 가 보면 마치 원시시대에 옷도 없이 들판에서 지내던 우리의 먼 조상들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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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평등했으며 공해나 스트레스의 걱정이 없었던 시기였다. 정말로 남녀가 모두 나체로 아무런 근심을 잊고 쉴 수 있는 이곳의 사우나야말로 마르크스가 말했던 공산 유토피아일 것이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에서는 남녀 간은 물론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왕자도 거지도 구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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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혼탕의 경우에도 사우나 밖에서는 가운이나 수건으로 몸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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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녀 구분한 건 화장실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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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에서나 공중시설에는 애초부터 남녀간 구분이 있다. 학교, 목욕탕, 화장실, 이발소 등이 그러하다. 하지만 그러한 구분은 점차 허물어져 가고 있다. 비단 이곳 사우나뿐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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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예전에 남녀가 구분된 중·고등학교가 많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미장원도 남녀가 공용으로 이용하는 곳이 대부분이며, 사관학교에 입학하는 여성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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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구분이 점점 허물어져 가는 것은 어느 한 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네덜란드에서는 결혼의 남녀 구분도 없어졌다. 그곳에서는 동성애가 합법화 되어 남자끼리도, 여자끼리도 결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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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서는 병역 의무에 있어 남녀간 구분이 없다. 이제 구분이 남아 있는 것은 화장실뿐이 아닌가 싶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언젠가는 화장실도 남녀 구별 없이 모두 같이 이용하는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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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걱정되는 것이 이처럼 남녀 구분이 사라지면서 인간이라는 종족의 번식이 중단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남자는 여자에게, 여자는 남자에게 각각 신비로움과 관심이 있어야 서로 사랑하고 아이를 낳아 종족을 번식할 텐데, 남녀 간 구분이 없어진다면 남녀의 사랑행위도 사라질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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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때가 되면 인간이 모두 중성이 되어 배우자 없이 혼자서 아이를 낳을지도 모르겠다. 아메바나 히드라도 암수의 구별 없이 한 몸에서 스스로 새끼를 만들어서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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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용규, 1965년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미국 듀크대학 경제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1년에 한국은행에 입사했으며 2007년 가을부터 한국은행 프랑크푸르트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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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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