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없던 시대에 가장 빠르고 넓은 정보망 가진 그룹은 택시기사들이었다. 시내 구석구석 훑고 다 이은 ‘맛집에
서도 깐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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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 맛이 없어 이들의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게 될 테니 식당 주인들이 택시기들 눈치를 본 것은 사실이다. 이런
유로 인터넷 맛 블로거들이 출현하기 전에는 시기사들이 추천하는 맛 기로도 여러 차례 다뤄다. 택시기사들의 정보력은
여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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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식당’의 서금자(62) 사장 지를 자르고 있다. 모범운전기사 윤교정(47)씨는 “한번 먹고 나면
자다가도 생각나는 국물 맛에 단골이 됐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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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한 주 동안 출퇴근길에 만난 택시기사들에게 맛집 추천을 부했다. 기준은 가지. 싸고 맛있고 주차가 편할 것. 이렇게
해서 ‘서민 미슐랭 가이드’를 꼽아보는 기획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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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서정민 기자, 사진=김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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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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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모이면 간첩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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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달콤 황태더덕, 시원칼칼 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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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나무집 기사식당의 ‘황태더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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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울왕돈까스의 ‘왕돈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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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장독대김치찌개의 ‘김치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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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장독흑돼지 ‘장독(삼겹살) 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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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숙아채콩나물국밥의 ‘콩나물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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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순천기사 ‘연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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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시 사라면 ‘감나무’은 다 알아요.” 개인택시 기사 정운기(63)씨의 말이다. 정씨뿐이
아니다. 택시기사 열에 다섯은 연남동 ‘감나무집 기사식당’(02-325-8727)을 추천다. 이 집의
인기메는 더덕’(6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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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 반찬 두 가지에 김치·젓갈·국·공기밥이 함께 나오는데 살집이 두툼한 게 꽤 실하다. 무엇보다 듬뿍 올린 고추장 양념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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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얼하게 매운 게 아니라 부드럽고 달콤한 매운 맛이다. ‘돼지불백’(6000원) ‘(7000원)도 인기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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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창공원 앞 ‘순천기사식당’(02-713-9990)은 같은 자리에서 35년째 영업 중이다.
“아구매운탕·해물뚝배기·대구매운탕·참치회덮밥 등 우리 집은 해물 메뉴가 많아요. 시내에 이런 집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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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자 대표 싱싱한 해물을 듬뿍 넣어서 맛도 좋다고 자랑한다. 실제로 이 집의 인기 메뉴인 연포탕(7000원)을 주문하면 어른
손바닥보다 큰 낙지 한 마리 뚝배에 담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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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와 파를 숭덩숭덩 썰어서 듬뿍 넣은 국물은 시원하고 칼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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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이들도 많이 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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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만한 돈가스, 담백한 김치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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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에서 성북동 경신고등학교 옆으로 올라가다 언덕 위 첫 번째 돈가스 집이 맛있어요.” 개인택시 기사 배동현(55)씨가 콕
집어준 곳은 ‘서울왕돈까스’(02-766-9370) 집이다. 평일 오후와 주말이면 택시보다 자가용이 더 많이 주차한다는 곳이다.
1997년부터 이곳에서 장사를 해온 박래원(43) 사장은 ‘돈가스의 달인’으로 TV 출연을 한 적도 있다. “30종류의 돈가스를
한 조각씩만 늘어놓고 우리 집 것을 골라내는 게 임무였어요.” 박 사장의 달인 임무는 어렵지 않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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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접시보다 세 배나 큰 접시에 담긴 이 집의 ‘왕돈가스’(6000원)는 튀김가루가 인절미처럼 곱고 색도 노릇노릇한 게 다른
집들과 확실히 달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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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종류의 과일을 갈아서 매일 아침 직접 만든다는 특제 소스는 새콤달콤해서 고기를 많이 먹어도 전혀 느끼하지 않은 게 특징이다.
청담동 프리마 호텔 옆 ‘장독대김치찌개’(02-543-7754)에는 다른 메뉴가 없다. 오직 김치찌개(6000원)만 판다.
인테리어도 평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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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식사 때면 손님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특히 젊은층이 많다. 제복 차림의 택시기사들과 핫팬츠를 입은 아가씨들이 절반씩
차지한 실내는 이곳만의 진풍경이다. 비결은 역시 맛이다. 1년간 숙성시킨 김치·돼지고기·육수로만 끓인 찌개는 담백하다. 간혹
신김치 맛이 찌개 맛을 다 덮어버리는 집이 있는데 이 집의 찌개 맛은 부드럽고 고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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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는 사장님에 별난 맛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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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한테 맞으며 ‘제대로’ 먹는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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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맛과 더불어 사장님의 특별한 캐릭터 때문에 소문난 집도 있다. 경안운수 송영철(45)씨가 추천한 역삼동 강남순복음교회 앞
‘숙아채콩나물국밥’(02-538-3663) 집이 그렇다. “여기 사장님이 엄청 예쁘시거든요. 그래서 옛날부터 사장님 얼굴 한 번
더 보려고 찾아가는 기사분이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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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촬영 팀이 간 날은 사장님이 외출 중이었다. 대신 마음씨 예쁜 홀 아주머니가 콩나물국밥(4000원) 맛있게
먹는 법을 설명해 줬다. “새우젓은 한 티스푼쯤, 몇 마리 아쉽다 싶을 정도로만 넣으세요. 매운맛을 원하면 청양고추를
넣으시고요.” 메뉴는 콩나물국밥과 녹두전 딱 두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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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택시 기사 김은용(39)씨가 추천한 암사역 사거리 ‘장독흑돼지’(02-3426-5120) 집은 주인에게 손님이 맞아가면서
먹는 집이다. 남정현 사장은 손에 죽비를 들고 다니다 배추김치를 가위로 자르는 손을 보면 등을 탁탁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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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는 금속이 안 닿을수록 맛있어. 다시 찢어 봐.” 고분고분 말을 듣고 손으로 찢어먹는 손님에게는 1천원짜리 지폐를 꺼내
준다. 남 사장의 호통소리가 커질수록 손님들은 박장대소한다. 남 사장의 유별난 흑돼지·김치 사랑은 김치찌개를 ‘작품’이라 부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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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와 고기 어느 것 하나 정성이 안 들어간 게 없다”는 남 사장의 작품(6000원)은 50~60년대식으로 고기와 두부를
덩어리째 넣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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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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