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대학
교육을 마칠 때까지만 뒷바라지를 해준다. 자녀 교육을 마친 뒤 벌어들이는 돈은 모두
노후 자금으로 쓴다. 한국의 부모들과는 딴판이다. 신한은행 서춘수 PB 지원팀장은
비참한 노후를 맞지 않으려면 한국의 부모들도 정신 바짝 차리고 노후자금을 잘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젊어서 노후자금을 효율적으로 확보하는 방법은 자녀들의 사교육비를
줄이는 것이다. 도시 가계가 사교육비로 지출하는 돈은 연간 26조원이 넘는다. 이를
절반만 줄여도 노후자금을 일년에 13조원 정도 더 쌓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자녀가 결혼한 뒤에는 금전적 지원을
끊는 것이 옳다. 손자손녀는 돌봐줄 수 있지만 가정을 꾸린 후 생기는 문제는 어떻게든
본인들이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은퇴 후에는 목돈을 직접 관리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부모에게 수천만원, 수억원의 큰돈이 있는 걸 알면 자녀들이 쉽게 손을 내민다. 따라서
목돈이 생기면 해약이 어려운 금융상품에 넣어두는 것이 좋다.
특히 자녀들이 요구한다고 하여
늘그막에 집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은 금물이다. 노후자금이 바닥나면 집은 생계비를 조달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기 때문이다. 한국재무설계 오종윤 이사는 젊은 자녀는 사업에
실패해도 재기할 기회가 있으나 60세 넘은 은퇴자가 길거리에 한 번 나앉으면 다시
일어서기 힘들다고 말했다.
직장을 그만둘 때 받는 퇴직금은
보험사의 즉시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안전하다. 3년 전 삼성생명을 퇴직한
김희수(62)씨는 퇴직할 때 받은 3억원을 즉시연금에 종신형으로 가입했다. 종신형
즉시연금은 가입과 동시에 연금 지급이 시작되고 해약이 불가능해지는 게 특징이다. 김씨는
한번 가입하면 돈을 절대 뺄 수 없기 때문에 확실한 노후자금인 셈이라고 말했다.
퇴직 때까지 노후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은 집을 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일정기간 동안
생활비를 받아쓰는 역(逆)모기지를 활용하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