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 오랜 산친구인 재학은 LA와 뉴욕에 거주하는 한국산회 선 으로 1년 한 씩 하는
정기합산행으로 레이니어(4,392m) 등반을 계획고 있는 참가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 .
그 계획에 나와
이상세 그리고 유형근 이사가 동하 고, 이 내용이 알려지면서 한국에서 4명이 더 가담하게 되었다. 이렇게
모인 사람은 시애틀 레이니어 숙소에 30이 넘을 정도 많은 호응이 있다.
애틀 공항에 가니 우리를 기다리는 3의 반가운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기희 선배와 김은수 후배 그리고 LA에서
우리와 동행을 위해 오신 강신일 선배다. 머나먼 땅에서 1만 응원군을 얻은 것다 더 귀한 만남이었다.
▲ 안자일렌을 하고 정상을 향해 올라가고 있 행 뒤로 운무가 장관을 이룬다.
현지 레인, GPS 확인 외의 모든 반 자율에 맡
도착한 첫날에 LA 욕 각지에서 많은 분들이 시간 차를 두 속속 시애틀로 모여들어서 공항으로 마중을
3 다 갔다 해 했다. 기형희 선배와 은수의 움으 시애틀에서 필요한 물품을 쉽게 구하고 바로 레이니어
입구에 있는 게이트웨이 인 숙소로 향한다. 이곳 숙소는 한국인 영하고 있어 시애틀에서는 레이니어 가는 길목의
방앗간 같은 곳이란다.
공항 도 후터 그치지 비 도 속 내다. 이상 기후로 인해 비와 산에는 눈이 많이
내려 계획했던 리버티 리지 등반은 포기해야 했다.
현지 레인저가 며칠 전부터 루트를 개방하려고 등반하러 나섰지만 눈이 너무 많아 크레바스 지역을 통과하지 못하고
후퇴했다고 한다. 현재 개방된 코스는 전통적인 노멀루트인 무어 산장을 경유해서 잉그레함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
하나뿐이라고 한다.
다음날 오전 9시에 문을 여는 관리사무소에 들러 50달러를 주고 국립공원 패스 카드를 샀다. 국립공원 패스 카드
하나면 1년 동안 미국 전역의 국립공원 입장이 가능하다. 재미있는 것은 1인당 하나씩 사야 하는데 여기서는 한
량당 하로 계산한다. 그 차 안에 있는 나머지 사람은 모두 무료다.
레인저 사무소가 있는 파라다이스 계곡에 도하니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고 비가 온. 이곳은 레이니어 등반을
시작는 곳이기도 하며 호텔 및 안내소, 료 이 주차 중 되어 있다. 하루 먼저 시애틀에서 온
한인 등반대도 출발 준비를 끝내고 입산신고 후 기다리고 있다. 이 팀은 오늘 무어 산장까지 올라가서 오늘 저녁
정상을 오를 예정이다.
▲ 파라이스 주차에서 본 레이니어. 앞에 보이는 건물이 관광안내소이고 뒤 봉우리는
파노라마포인트(2,074m)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검은 바위능선은 앤빌록(Anvil
Rock·2,921m)이고 이곳을 오른쪽으로 돌아 뒤쪽으로 오르면 무어 산장(Muir
shelter3,015m)이.
-
-
오전 10쯤 되서야 입산신고를 마치고 드디어 레이니어를 향해 첫발을 내디뎠다. 입산기간은 내일부터 모레까지이고
오늘은 무어 산장까지만 올라가니 신고할 필요가 없단다. 화이트아웃 때문에 좋지 않은 기상으로 출발부터 앞을 전혀 볼
수 없다. 그저 앞사람의 발자국만 보며 올라간다. 설악산 동계의 눈밭을 걷는 느낌이다. 화이트아웃으로 유일하게 우리
위치를 감지할 수 있는 것이 한국에서 가져온 가민 GPS뿐이다.
시야가 트이지 않으니 육감으로는 고도와 운행 거리를 짐작할 수 없다. 여기서는 GPS가 필수 장비다. 재학이가
레인저 사무실에 신고하러 갔을 때 GPS를 보유하고 있는지도 물어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장비는 점검하지
않았다. 모두 자율에 맡기는 것이다. 목숨이 달린 산행에 있어서 장비가 충실하지 못하면 본인이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또한 사고시 레인저에게 구조될 경우 엄청난 구조비용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고도계를 보니 3,000m. 오늘 올라온 모든 대원의 컨디션은 좋은 것 같다. 오늘의 산행 경험을 살려 내일
본격적인 등반을 하기로 하고 안개 낀 레이니어 산을 뒤로하고 내려간다.
다음날 날씨는 우리들 도와주지 않는다. 시애틀에도 며칠째 비가 온다고 하더니 레이니어에 들어온 이래로 계속 비와
눈이 내린다. 엊저녁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몸 상태가 좋지 않다. 몸이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개인 장비와 약간의
식량을 넣었을 뿐인데 배낭이 너무 무거운 것 같아 설피도 차에 다시 내려놓고 올라간다.
-
-
▲ 나무 군락 지역을 지나가고 있다. 날씨가 나빠 모두 중무장 상태로 등반을 한다. 설피를 신지 않고 다져진
길 밖으로 나가면 무릎까지 빠진다.
-
어제보 눈라가 더 심다. 올라갈수 눈 양 아지고 바람이 더욱 거세진다. 발걸음이 더디다. 안개는 더욱
짙게 끼어 출발한 지 얼마 돼 우리 일행들이 보이지 않는다. 간간 보이 주변 지형 어제 와본 곳을 연상하려
해도 혀 기억이 지 . 개의 기운이 시야를 흐리게 하고 하루 차이지 지형이 약간 바뀐 것도 같.
기다리고 있던 동석이가 건준 따뜻한 물 잔에 움츠렸던 이 풀리고 피 온다. 세찬 바람을 등
아 잠시 지나가는 현지 악인들의 모습들을 구경한다. 이 매서운 눈보라에 반바지에 반팔 차림으로 올라오는 이
있고, 설피를 신은 사람, 스키를 싣고 오르는 사람 등, 모든 이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와 즐거 엿보인다.
어제 본 시애틀 한인 팀이 하산을 하고 있다. 모두 고생한 흔적이 역력하다. 오늘 새벽에 정상 등반을 시도했지만
악천후에 크레바스가 많아 철수한다고 한다. 이 눈보라에 비박 텐트를 사용해 눈밭에서 야영을 면 빨리 가서 눈
우는 일을 와줘야 하는데 몸은 생각 움직이려 들지 않는다.
4시 렵사리 무 프 능선에 올라니 재학이와 상세가 반갑게 맞아준. 씨가 나 관계로 등반하는
람이 어 행히 무 산이 비어 . 비박 트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좁은 장 간이 취사대가 있고
개인 장비를 보관할 수 칸막 대와 으로 20명 정도 2층 나무 침상으로 꾸져 있다.
이곳은 등반 허가를 받은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고 대피소 기능을 같이한다. 입산신고를 하고 와도 급시에 인저가
비우라고 하면 비워야 한다고 한다.
제일 늦게 온 덕에 침상 자가 입와 맞닿는다. 침낭을 꺼내 비집고 들어 잠 . 간 고 나니
몸이 풀린. 날씨 계속 눈보라가 날리고 있고 산장 문틈으로 들 눈이 쌓여 문이 열리지 않는다. 동석이가 문을
밀어내고 주위에 눈을 걷내고 눈 퍼와 저녁준비 .
-
-
▲ 첫날 고소적응에 나선 일행이 파라다이스 주자창을 벗어나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시애틀의 기형희
선배, 이충원 한산 경기지부이사, 이경진, 유학재, 이상세 이사, LA의 강신일 선배, 신동석 이사,
전경, 유형 사.
-
고소증세로 고생하는 대원 위해 전원 하산 결
상세와 동석이가 오늘 저녁 등반을 위해 정찰을 나갔다 왔다. 바람 너무 거세다고 하지만 상세 말로는 움직일
만하다고 다. 표식기를 찾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고 한다. 뉴욕산악회 인석 형이 “바깥 상황이
어떠하냐?”고 매킨리 캠프3 정도의 바람이라며 올라가도 괜찮을 거라 한다. 인석 형은 상세가 가면
간다고 하며 다른 동료의 의사는 무시한다. 모두 9명이며 고산 등반의 경험을 가진 사람은 재학, 상세, 나, 동석,
인석 형이며 른 동료는 거의 초보자 수준이다.
오늘 날씨가 렸다가 내일 다시 올라가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오늘 새벽 발 시간에도 날씨 상태를 보고
그때그때 결정하자는 의견에 대부분 찬성한다. 우리에게는 아직 등반 초반이라 일정에 여유가 남아 있다. 더군다나 4박
5일간의 리버티 등반이 취소되면서 여유가 더 있으니 무리하지 말고 상황에 따라 결정하기로 한다.
통역과 의사소통은 인석 형과 재학이가 도맡아 한다. 저녁 나절에 레인저가 와서 오늘의 기상과 내일의 기상을
브리핑하는데 오늘 스콜이 작게 오고 잠깐 멈춘 후 그 사이에 날씨가 좋다가 다시 큰 스콜이 온다고 전해준다.
산장 안에는 우리 팀 말고 미국 등반팀 3명이 같이 있었는데 오늘 밤 11시에 정상을 향해 간다고 한다. 이들의
등반 성과에 따라 우리의 대처가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다음날 등반을 재개하기로 결정하고 모두 장기 투숙 체재를
갖춘다.
밤새 바람 소리에 잠을 뒤척이면서도 나쁜 날씨 때문에 밖에 나갈 엄두도 못 내고 산장 안에서 누워 있었다. 모두
화장실 가는 것 이외에는 산장 안에서 움직이질 않는다.
-
-
▲ 크레바스 지역을 벗어나서 설원 위를 올라가고 있다 고정 확보물이 전혀 없어 각자 능력으로 올라가야 한다.
추락을 대비해서 안자일렌은 필수이다.
-
다음날 아침을 먹고 나니 어제 출발했던 미국 등반대 3명이 돌아온다. 온몸이 흰 눈에 덮인 것이 고생하고 지친
모습이지 목소리만큼은 우렁차다. 무척 힘든 기색이 역력하다. 밤새 눈보라와 맞서 정상을 향해 올라가다 날씨가 너무
안 좋아 해발 3,600m 지점에서 포기한 것이다. 그 지점이 크레바스가 시작되는 곳이다.
이제 등반을 하려고 기다리는 팀은 우리밖에 없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 날씨가 나빠 등반을 포기하고 내려갔다. 건너편
상업등반대 침상에도 대기하는 인원이 있지만 몇 명인지 알 수 없다. 간혹 올라오는 사람마다 우리를 보며 잘 다녀오라
인사를 하고 내려간다. 우리가 그들에게 아주 불쌍하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처럼 보이게 하는 것인지, 아님 우리
스스로 이 고통을 즐기고 있는지 잠시 머릿속에 혼이 온다. 이렇게 나쁜 상 상황에서 정상을 오르겠다고 아무도
없는 산장에서 버티고 는 우리는 ‘미친 9마리 늑대’인가.
침낭 속서 산장을 오가는 사람들 사로 바깥 날씨를 다보 했데 밤 9시가 조 어 상세가 나갔다
씨가 너 다고 한다. 출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에 모두 이의 달지 않는다. 취침 모드로 있던 산장 안이
갑기 활기 다. 을 녹여 채우고 마운틴하우스로 간단 배를 채우고 나니 밤 10시30분에야
출발할 수 있었다. 이제 나갔다가 돌올 시 지체 두 번째 큰 스콜을 만날 것이다.
산장을 다시 찾아오기 위해서 GPS로 현위치를 기록하고 어둠 속에 정상을 향해 출발한. 고도임에도
불구하고 날씨는 차지 않아 움직이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혹 제 발생되면 무조건 후퇴하는 쪽으로
결정을 했다. 특히 기상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하면 모두의 안전을 위해 하기로 하 발한다.
-
-
▲ 리틀타호봉을 경로. 잉그레함 빙하 초입부다. 눈사태 위험 역에 벗어나 있어 가이드들이 손님
등반객을 상대로 고소적응을 하거나 캠프지로 이하는 곳이다. 무어 산장에서 정상을 하 려기 버거운
사람들은 여기서 하룻밤 더 자고 등반을 한다.
-
앞사람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니 간간이 표식기가 보인다. 표식기는 랜턴 불빛과 시야에서 멀어질 만하면 다시 하나가
나타나곤 해서 길을 찾는 데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둠은 더욱 짙어지고 랜턴 불빛으로도
표시기를 찾을 수 없어 그만 앞에 가던 상세가 길을 잃고 말았다.
뒤따라가던 나는 “조를 바꿔 가라”는 상세의 얘기에 우리 조가 앞장선다. 약 100m 전진하고 있는데 상세가 다급히
부른다. 대원 한 명이 고소증이 심해 더 이상 등반이 불가해 상세의 조 전원이 하산한다고 다. 고소 증세로
고생하는 한 사람 때문에 함께 줄을 묶었던 모든 이들이 내려가기로 한 것이다. 공동체 단합 희생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찡하다. 상세나 재학이, 그리고 유형근 이사 모두 정상을 목표로 온 사람들인데 다른 동료를 위해 내려간다.
그들을 뒤로하고 나, 동석, 이번 등반이 두 번째인 경진, 그리고 뉴욕산악회 한인석 선배 이렇게 4명이 한 줄로
묶고 올라간다. 동석이가 크레바스를 피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치우쳐 오르다 히든 크레바스에 한 발이 빠졌다. 동석은
놀라서 재빨리 발을 빼고 “백!”을 외쳤다. 동석이 너머로 설벽 균열이 장난 아니게 많다. 크레바스에 막혀, 왔던
길을 다시 돌아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출발할 때는 달빛이 는데 시야를 확보하지 랜턴 불빛에
의지하데 눈이 불빛을 빨아들여 그 밝지 않으니 더욱 불안하다.
내가 다시 앞줄을 잡고 왼쪽으로 치우치며 하산하는 상세 조의 머리 위쪽으로 돌아 올라간다. 어둠 에 보
크레바스로 인석 형과 의견이 분해진다. 인석 형은 계속 른쪽으로 치우치며 올라가 한다 하고, 나는 보이지
않지만 오른쪽에 설벽과 크레바스가 나올 것 같아 왼쪽 능선 위로 올라서는 것이 더욱 안전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인석 형이 내 의견에 따라주어 왼쪽으로 치우치면서 가기로 했다.
-
-
▲ 전날 저녁 10시 30분에 출발해서 위험한 크레바스 구간을 벗어나 엉덩이를 붙이고 처음 앉아본 곳이다.
새벽의 매서운 바람과 추위에 모두 피곤한 상태다. 현지 시각으로 새벽 4시쯤 된다.
-
정상서 만난 미국인들 엄지손가락 치켜세우며 웃음
크레바스를 돌아 위로 올라서는데 설벽이 점점 각도가 세어지더니 바닥이 코앞에 와 닿는다. 미끄러지면 크레바스 안으로
떨어질 것 같아 동석에게 빌레이를 보게 한 후 조심스럽게 설벽을 통과한다. 헤드랜턴에 의지해 크레바스를 피해가면서
올라가는 것도 그리 쉽지 않다. 거대한 크레바스가 앞에서 길을 가로막아 크레바스 왼쪽으로 내려가니 인석 형이 다시
내려가려는 게 억울한지 다시 오른쪽으로 가자고 한다. 나는 그래도 왼쪽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하고 크레바스 끝을
찾아 20m 정도 아래로 내려간다.
넓은 크레바스 사이에 스노 브리지를 찾았다. 동석이에게 두 번째 확보를 부탁하고 조심스럽게 건넌다. 다행히 스노
브리지가 단단해 무너지지 않는다. 다시 이번에는 내가 빌레이를 본다. 설벽에 깊게 피켈을 꼽고 로프를 헤드에 건다.
설벽에서의 빌레이는 오만에 하는 것이어서 왠지 손에 익지 않았다.
동석이 다음에 경진이가 건너고 마지막에 인석 형이 건너오고 나서야 우리가 크레바스와 크레바스 사이의 설벽에 들어서
있는 것을 알았다. 왼쪽으로 처지면서 벌어진 크레바스는 당황케 했다. 왼쪽으로 내려 가자니 계속 보이는 균열과
눈처마로 위험해 보이고 오른쪽은 수직 설벽에 가로막혀 있다. 그나마 갈 데가 오른쪽라는 생각이 들어 전진한다.
매서운 새벽바람은 가벼운 복장을 한 우리를 무척 춥게 만들었다. 한 사람이 우모복을 배낭에서 꺼내 입으니 이내 다들
꺼내 입는다. 다행히 크레바스 사이에 이어진 설벽을 발견하고 동석에게 세 번째 빌레이를 보게 했다. 설벽에서
빌레이를 보다 내가 떨어지면 모두 쓸려갈 것 같아 동석이가 반대쪽으로 뛰어내려갈 수 있도록 했다.
-
-
▲ 하산 도중 거대한 크레바스를 너고 는 정재학. 균열 아래로 항아리처럼 벌져 있어 매 험다.
날이 밝으면서 균열이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
동석이는 약간의 눈을 걷어내고 자리를 은 음 깊게 켈을 꽂고 나를 확보를 본다. 수직 설벽을 오르며 크레바스를
져나가는데 갑자기 발 쑥 . 겁 덜 . 크레 사 붙 있던 눈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이라곤 피켈 한 루데 사이 무너지면 어떻게 하지 하는 두려에
몸서리친다. 심럽 피켈을 빼어 위쪽에 힘차게 박고 체 오른발 올려 맨링 작 수직을
넘어선. 다행이다. 직벽 구간이 조금만 길었어도 올라가는 데 많은 어움이 있었을 것다.
동석이가 가볍게 오고 경진이가 올 데 많이 애를 먹는다. 중간에 내가 빠졌던 크레바스를 경진이가 더 크게
만면 발을 올리지 못한다. 눈이 떨어져나가 발 부위가 오행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동석과 둘이서 줄을
당도 거구인 경진이를 힘으로 끌어올리기는 무리다. 자력으로 올라올 수 있도록 이것저것 요구하지만 잘되지 않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경진이는 상세 따라 엘브루즈 갔다 오고 이번이 두 번째 설산 등반이란다. 설벽 기술이 걷는 것
이외에 전하니 키킹이란 용어를 못 알아듣는다. 이 난을 어찌 헤쳐 나갈지 걱정이다.
인석 형이 바로 쫓아와서 뒤에서 빈 리와 스텝을 봐주니 더 이상 눈은 고 딱딱한 설원 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달빛에 비치는 왼쪽의 능선에 올라서려고 왼쪽으로 접근을 시도했다. 능선 밑에는 거대한 크레바스가 보이고 그
위로 약 100m의 수직 설벽이 이루어져 있어 도저히 능선으로의 접근이 불가능할 것 같아 바로 위로 올라가기로
한다. 다행히 위쪽은 딱딱한 사면으로 크램폰이 아주 잘 먹혀 미끄러질 위험은 없는 것 같다.
이제 왼쪽 능선이 내려다보인다. 하지만 길은 보이지 않는. 표시기조차도 찾을 수 없다. 좀 더 가기로 하고
빙하에서 떨어져나간 얼음 기둥 사이로 바람 낙빙을 피하기 위해 들어갔다. 크레바스 밑에서 출발 이후 처음으로 함께
쉬어본다.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 동석이가 건네준 보온병 물이 미지근해 겨우 냉기를 면한 정도다. 발아래 온통
구름으로 가득 차 있고 멀리 스카이라인이 조금씩 빛을 한다. 조금만 있으면 여명이 밝아 올 것 같다.
위에서 내려다본 왼쪽 능선은 아무 표식이 없다. 다시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라인을 그리면서 올라가기로 했다. 왼이
아니면 무조건 오른쪽에 기존 루트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 설벽을 오르면서 계속 오른쪽으로 치우치며 .
갑자기 프가 뒤로 당겨진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맨 뒤에서 오르던 인석 형이 히든 크레바스에 한쪽 발이 빠졌다.
모두 . 다행히 발만 빠지는 정도로 그쳤다. 발길을 왼쪽으로 돌렸다. 발아래 보이 능선의 위쪽로
가 능선이 눈을 받쳐주고 어 크레바스에서 벗어날 것 같아 왼쪽으로 다시 발을 돌린 것이다.
-
-
▲ 레이니어 정상에서 미국가이드 도움으로 대원들이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이경진, 유학재,
신동석, 뉴욕산악회 한인석 선배.
-
서서히 날이 밝아온다. 떠오르는 아침해는 구름에 가려 볼품 없이 펼쳐진다. 오른쪽으로 치우치며 얼마 오르니 위쪽
멀리 스카이라인에 조그마한 표식기가 보인다. 길을 찾은 것이다. 정상을 향해 촘촘히 이어지는 표식기도 보인다.
표식기 앞에서 배낭을 풀고 간식을 먹으며 안도의 숨을 돌린다. 화이트아웃을 대비해서 GPS에 포인트를 기록하며
왔지만 왔던 길을 따라 내려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혼자서 속내를 앓고 있었던 터였다.
표식기를 따라 오르니 곧 정상이 나온다. 어느 봉우리처럼 정상 표지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다. 관리사무소
입구부터 무어 산장까지도 표식기 이외에는 이정표 하나도 없는 것처럼 정상 역시 아무 표식이 없다. 이곳 국립공원의
원칙 중 하나가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라 한다.
무어 산장에서 전날 저녁 10시 반에 출발해서 9시간 만인 다음날 아침 7시 반에 정상에 도달했다. 정상에서 잠시
기쁨을 나누고 있는데 6명의 미국인들이 올라온다. 두 명은 가이드가 모시고 온 손님이다. 한 가이드가 빙하 위쪽으로
올라온 사람들이냐고 묻더니 이름을 물어본다. 이름을 말해주었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웃음으로 화답한다.
같이 기념사진을 찍자고 제안했더니 자기네는 바로 내려간다고 한다. 다시 나빠지는 기상으로 화이트아웃이 오기 전에
내려갈 모양이다. 이미 정상 주변은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우리도 서둘러 기념사진을 찍고 내려간다.
-
-
▲ 무어 산장에서 저녁 사. 하우 을 어 였다. 국
건조식에 한국의 건조을 섞은 셈다. 예전부터 우리가 이렇게 식을 들어 먹는 것을 존슨탕고 했다.
시장이 반찬이라 모두들 아무 불만 없이 먹기에 바빴다.
-
뉴욕 한인 팀, 안자일렌 덕분에 눈사태에서 무사히 구조
300m 정도 내려가는데 밑에서 2 온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모습이 세하고 재학이다. 어제 산을 하면서
안전지대까지 내려가서 유형근 이사한테 지 대원을 맡기고 시 올온 것이다. 우리를 만나 전 을 이
다고 한다. 여명이 밝아오며 온, 리가 올간 잉그레함 빙하 계곡은 상상을 초월하는 험지가 널고
경사도가 엄청났다 한다. 면 “밤이라 뵈 것 어 그 거야. 만약 뵈는 게 으 갔을
거야” 했다
상세 재이와 정상로 향한다. 금 올랐다 내온 길이니 이제 내가 가이 셈이다. 거센 람을
맞으며 우 상에 섰다. 우리가 만난 지는 20년 넘으나 머먼 미국 땅에서 함께 등반을 하고 정상에
올라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말 감격스럽다. 젊 젊은 이에 모두 어디서 무얼 했는지 같이 산을 질 못하고
이제 온 것이.
정상 기쁨을 뒤로하고 거센 바람을 피해 다시 올라왔던 길을 해 시 내려. 날씨가 나빠지고 있다.
한국 팀이 정상 등정을 한 나흘 후 뉴욕 팀이 다시 등정을 시도했지만 기상악로 인해 미국 팀, 프랑스 1명, 뉴욕
한국 팀 6명 등 총 11명이 눈사태로 묻히는 대형사고가 일어났다. 그중 혼자 등반을 시도한 프랑스 산악인이
실종되었으며 다른 . 때 살아날 있 이유 두 안자일 등반을 위해
로프로 연결돼 있었고, 그 덕분에 눈 속에 묻힌 사람들을 신속하게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안전에 대한 정석이
생명을 지켜 셈었. 그 석을 우리는 불편하다 하여 쉽게 놓치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이 등반을 위해 현지에서 도와준 기형희 선배, LA의 강신일 선배 그리고 김은수 후배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 글·사진 유학재 필라코리아 기술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