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랜 쓰는 아파트사무실
14일
오전 서울 도심 광화문 근처의 한 고층빌딩 사무실. 보안전문가 L씨가 노트북을
켜고 무선 인터넷망을 검색해 6개의 접속포트(AP)를 잡아냈다. 이 중 아무런
보안설정이 되지 않은 것이 4개나 됐다. 그는 전파가 가장 센 한 무선망으로
들어간 뒤 원하는 사이트에 접속하는 등 인터넷을 마음대로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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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인터넷 주소(IP) 검색 프로그램을 돌리자 이 무선망에 연결된 다른 노트북의
IP 주소가 쉽게 나타났다. IP 주소를 파악하면 노트북에 접속명령을 내려 폴더
안에 있는 파일을 복사하고 삭제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는 "국내 무선 인터넷망은
보안기능이 제대로 설정되지 않아 초보 수준의 해킹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쉽게
침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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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나 사무실에서 초고속 통신망의 랜선에 무선 공유기를 달아 쓰는 무선 인터넷은
개인과 기업 정보의 유출 창구로 악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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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보안전문가들과 함께 도심과 아파트 단지의 무선 인터넷망의 보안 상태를
확인한 결과 절반 이상이 취약했다. 특히 아파트 단지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무선
인터넷망은 초보적인 보안기능도 없어 일반 네티즌에게도 무방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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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관계자는 "대부분의 개인 이용자가 무선망 보안이 취약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데다 초고속 통신망 회사에 무선 공유기를 단 사실을 알리지 않아 전문가의 도움을
못 받는다"고 밝혔다. 무선 공유기는 눈에 보이는 연결 선(랜선)을 꽂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몰래 연결해도 주인이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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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인력 양성업체인 IT뱅크의 김정우 이사는 "유선망에 침입하려면 반드시 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선망은 무선 공유기가 쏘는 전파영역(수십m) 안에만 있으면
선에 연결된 것과 똑같은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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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멀리 떨어져 있는 무선망의 약한 전파를 키워 받을 수 있는 안테나도
등장했다. 수입 고가 장비도 있지만 깡통으로도 사제 안테나를 만들 수 있다.
적발된 사례는 없지만 해커들 사이에선 사제 안테나와 노트북을 자동차에 싣고
다니면서 취약한 무선망에 접속하는 '워 드라이빙(war driving)'을 하고
있다는 게 보안전문가들의 귀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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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의 정석화 사이버테러 3팀장은 "워 드라이빙을 통한 무선망 해킹이 일어나면
IP를 추적하기가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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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심각한 보안문제에도 불구하고 무선 인터넷 공유기 사용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KT 등 초고속 인터넷 업계에선 유.무선 인터넷 공유기의 설치 대수가
지난해 250만 대, 올해 300만 대에 이어 내년 초엔 400만 대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현재 KT 등 통신업체에 돈을 내고 무선 인터넷을 쓰는 가입자는
60만 명이다. 그러나 몰래 쓰는 사람이 더 많아 실제 이용자는 이보다 2~3배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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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선 인터넷 공유(共有)기=하나의 초고속 통신망 회선으로 여러 대의 컴퓨터가
인터넷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장비다. 최근에는 선을 연결하지 않고 전파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무선 공유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시중에서 5만~10만원만
주면 쉽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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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김원배 기자 LLHL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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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hl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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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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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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