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값이나 벌자? 회사 하나 벌었다!

주부 윤혜경(31전북 진안군) 씨는 4년 전까지만 해도 통신업체의 샐러리맨이었다. 겉보기엔 안정된 직장이었지만 잦은 구조조정으로 미래가 불확실했다.

평생 직장이 없을까 고민하던 그는 시어머니를 생각해냈다. 장맛 솜씨가 뛰어난 시어머니에게 장 만드는 기술을 배우기로 결심한 윤 씨는 남편을 설득해 돌 지난 딸과 함께 귀농을 단행했다. 열심히 장 만드는 기술을 배운 지 2년.

마침내 그는 국내 최대 온라인 장터인 옥션(www.auction.co.kr)에서 순애 할매 란 이름으로 된장 고추장 등 각종 장류를 판매하는 소사장이 되었다.

처음에는 10여 통 파는 데 그쳤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판매한 지 6, 7개월 만에 20가마니(800kg)가 팔렸다. 윤 씨는 앞으로 고추와 콩을 직접 재배할 수 있는 땅을 조금 사서 본격적인 귀농인생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여성 취업자 1000만 시대를 맞아 여자들도 돈벌이에 열심이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는 주부입장에선 재취업이나 창업이 쉽지 않은 일. 인터넷 창업이나 온라인 소사장은 주부들에게 주목받는 새로운 시장이다. 전국을 대상으로 상품을 팔 수 있으면서 임차료도 없고 게다가 재택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서 윤 씨처럼 아예 사업을 생각하고 인생2막을 펼치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에는 일상생활에서 주부들만이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로 인터넷 창업을 주도하는 사람이 많다.

이 씨는 1999년부터 도매로 납품을 하다 2002년 6월부터는 딸 이름을 빌린 하은 맘이란 상호로 월 매출 700만∼800만 원을 올리는 주부 사장이 됐다. 지금까지 팔린 욕조만도 9만 개. 요즘엔 물량의 20∼30%를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수출할 정도다. 최근에는 아이들 몸에 맞는 샴푸의자도 개발해 팔고 있다.

초보 주부 조상희(32대구) 씨 역시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아이들을 위해 천연비누를 만든 게 계기가 되어 옥션에 온라인 가게를 내게 된 경우. 자신 역시 어릴 때 아토피 피부염을 앓은 적이 있다는 조 씨는 잦은 유산 끝에 어렵게 얻은 아이들이 아토피 피부염을 앓자 천연 비누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어성초 같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물로 비누를 만들어 사용해 본 조 씨는 실제로 본인과 아이의 피부가 좋아지자 주변에 하나 둘 나눠 주기 시작했다. 입소문이 나 주문이 들어오면서 판매까지 하게 됐다. 어성초 외에도 파프리카, 루이보스 등의 천연재료로 만든 20여 종의 비누를 팔고 있는 그녀는 현재 월 1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온라인 패션몰 핑키걸㈜ (www.pinkygirl.co.kr) 대표 김소희(28) 씨는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자신의 소질을 살려 패션몰을 열어 성공한 케이스.

분유 값이나 벌려고 시작한 인터넷 사업이 광고 없이 입소문만으로 커져 1년 전 운영 당시 회원 3000명에서 지금은 하루 방문자가 5만여 명에 이른다.

최근 핑키걸의 발칙한 성공기(정음 간)라는 제목으로 책까지 펴낸 그는 산후 우울증을 극복하려고 시작한 일이 본업이 되어 버렸다며 여자의 일은 결혼과 함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성들의 인터넷 쇼핑몰 창업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어 주는 국내 최대 서비스 업체인 코리아센터닷컴에 따르면 2001∼2005년 남성이 앞서 있던 창업자 수가 지난해 남성 2918명, 여성 3446명으로 여성이 앞지르기 시작했다.

옥션에서 실시하는 옥션 창업 교육에 참가하는 여성 비율은 2002년 34%, 2003년 41%, 2004년 44%, 2005년 46%, 2006년(상반기) 49%로 꾸준한 증가세다.

옥션 박상순 상무는 입소문이 중요한 인터넷 판매에서 여성 특유의 고객밀착 감성 마케팅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여성 고객들에게 더 잘 먹힌다는 것이 여성 판매자 강세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창업에 관심 있는 주부들은 옥션 창업 강좌(www.auction.co.kr/ecenter)나 판매자교육센터(www.auction.co.kr/ecenter)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오동근(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 예비 여성창업자 10계명▼

1 ▽가까운 곳에서 아이템을=주부라면 주부 경험에서 나온 아이템을 파는 것이 물품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질 수 있어 가장 좋다. 또 가족이나 친지, 이웃을 보면 분명히 팔 만한 아이템을 잡을 수 있다.

2 ▽작명을 잘해야=수십만 개 물품이 거래되는 시장에서 ID는 기억하기 쉽고 제품과 연관되게 지어야 한다. 이름, 지명을 활용한 브랜드가 친근감을 준다.

3 ▽가급적 현장경험을=보지 않고 물건 사는 사람의 심리를 이해해야만 잘 팔 수 있다. 많이 사다 보면 노하우도 얻는다. 물건을 떼어 올 경우 도매 상인들과의 네트워크 등 오프라인 경험도 중요하다.

4 ▽유행과 통계에 관심을=인터넷 쇼핑객은 20, 30대 후반이 주류다. 인터넷에서 앞서가려면 트렌드를 재빨리 읽는 게 중요하다. TV 드라마나 광고도 열심히 봐야 한다.

5 ▽시테크는 필수=저가 상품을 많이 팔아 박리다매를 노릴 것인지, 고가 상품을 소량 판매할지를 잘 따져봐야 한다. 하루 최대한 투여할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해 하루에 몇 개 팔면 이익이 남을지 따져 보자.

6 ▽재고는 노(No)=온라인 상인에게 재고는 치명적이다. 옥션 등에서 하는 천원경매, 공동경매 등 다양한 판매방식을 활용하자.

7 ▽차별화=같은 제품이라도 배송비 무료, 마일리지 제도, 사은품 제공, 재구매시 혜택, 만족 체크 시 포인트 제공 등으로 차별화에 주력하자. 단골고객 관리는 필수다.

8 ▽친절이 생명=게시판, e메일 등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므로 오프라인보다 두세 배 더 친절해야 한다. 친절도는 온라인 판매의 핵심인 판매자 신용도와 직결된다. 온라인 고객은 얼굴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답변이나 배송이 조금만 늦어져도 불안해한다.

9 ▽끊임없는 지식습득=온라인 창업이 늘면서 판매자 교육 정보도 널리 보급되고 있다. 옥션의 경우 홈페이지의 판매자교육센터를 클릭하면 가까운 곳의 교육일정을 확인해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어 편리하다.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옥션 교육센터 사이버 교육을 무료로 수강할 수도 있다.

10 ▽정도를 걸어라=장사를 넘어 사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판매 아이템에 대한 관련법령, 업계동향도 꿰고 있어야 한다. 식품이나 건강용품 등의 경우 판매 전 위생관리나 판매허가 등 여러 가지 절차가 필요하다. 판매에 따른 세금 납부 절차도 미리 알아 놓는다.

(도움말=홍윤희 옥션 홍보팀 차장)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Source: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608180038&top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