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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기업 농심이 1971년 라면 수출을 시작한 지 약 50년 만에 세계 5위 라면 기업으로 올라섰다. 11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가 최근 발표한 ‘2019~2020 인스턴트 누들(면)’ 통계 자료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해 5.3%의 점유율로 중국의 캉스푸(13.4%)와 일본의 닛신(9.9%),
인도네시아의 인도푸드(7.5%)와 일본 토요스이산(7.3%)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1위 캉스푸는 대부분 자국 내수시장에서 판매가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라면 무대 ‘빅4’로 떠오른 것이다. 라면의 북미, 중국 시장의 인기에 힘입어 농심의 해외매출은 9억9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 일본이 휩쓸던 세계 인스턴트 라면 시장에서 농심이 두각을 드러낸 데는 꾸준한 유통채널 확대와 ‘한국식 매운 맛’을 고수하며 가격이 비싸도 고품질을 내세우는 제품 전략이 유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71년 재미 한인사회를 타깃으로 첫 라면 수출을 시작한 농심은 인근 아시안계 마트, 히스패닉 시장으로 유통채널을 넓혀나갔다. 2013년 미국 월마트와 직거래 계약을 맺으면서 4년 만에 월마트의 4700여 개 전 매장에서 판매가 이뤄지도록 했다.
농심 관계자는 “한인시장의 성공부터 월마트 전 점포 입점까지 미국시장에 단계적으로 들어가면서 경쟁력을 쌓았다”고 말했다.
현지 시장에 지배적인 일본, 중국라면과 유사한 제품이 아닌 한국의 맛을 꾸준히 내세운 것도 비결로 꼽힌다.
이는 신춘호 회장의 “한국의 맛이 가장 세계적인 맛이다”라는 표현으로 요약된다.
처음에 낯설어 하던 미국 소비자들은 지난해 월마트의 소비자 조사에서 “다른 제품에서 맛 볼수 없는 깊은 맛” “한 끼 식사로 손색없는 품질”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올 6월에는 뉴욕타임스의 제품 리뷰 사이트 ‘와이어커터’가 세계 최고의 라면으로 신라면블랙을 선정하기도 했다.
중국에서도 끓는 물을 부어서 면을 익혀 먹는 ‘포면(抱面)’ 위주의 현지 라면 문화에 맞추지 않고, 끓어 먹는 ‘쭈면(煮面)’ 방식을 고수했다. 이런 차별화가 오히려 신라면을 ‘중국인이 사랑하는 한국명품(2018년 인민일보)’으로 자리잡게 했다. 가격도 비싸다. 농심은 소득수준이 높은 미국에서 라면을 저가 음식으로 포지셔닝하지 않고 스파게티, 파스타 등의 면류 식품과 대등한 위치에서 고급화를 추구했다. 현지 시장을 장악한 일본 라면은 대부분 3~4개들이 한 팩에 1달러 수준인 반면, 신라면은 개당 1달러 안팎으로 비싸다. 하지만 그만큼 맛과 품질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면서 국방부(펜타곤) 등 주요 정부시설에까지 라면으로는 최초로 입점 돼 판매되고 있다.
라멘의 본고장으로 꼽히는 일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총 누적 조회수 4억 건이 넘는 일본의 라멘 전문 유명 먹방 유튜버 ‘수수루’는 최근 방송에서 “고품질의 수프, 생면 식감이 훌륭하다”며 농심 신라면을 극찬했다.
황태호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