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패배 내 책임` 럼즈펠드 경질
[이슈 추적] 선거 패배 수습 … 대조되는 승복의 리더십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축하했다. 공화당의 패배에 대통령인 자신의 책임이 크다 ("I share a large part of the responsibility") 고도 했다. 더욱이 그는 패배를 인정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선거는 뒤로 하고 국가적 이슈를 놓고 야당과 함께 일하는 게 우리의 의무"라며 남은 임기 중 초당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것임을 천명했다.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의 요구를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승복의 리더십'을 보여준 것이다.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이 지난해 이후 각종 재.보선에서 40 대 0의 전패를 당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집권당 사상 최악의 참패를 당한 5.31 지방선거 다음날인 6월 1일 선거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은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전해졌다. "선거 결과를 민심의 흐름으로 받아들인다"는 요지의 짤막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다음날 청와대에서 열린 부처 정책홍보관리관과의 토론회에서 노 대통령은 "한두 번 선거로 나라가 잘되고 못되는, 어느 당이 흥하고 망하고 그런 것이 민주주의는 아니다"고 했다.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외면하는 듯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야당에서 나왔다. 이후 며칠에 걸쳐 "(선거에서 졌다고) 정책 기조를 바꾸는 건 책임 정치가 아니다" "개혁 피로증이란 얘기가 나오는데, 저항 없는 개혁은 없다"는 등의 언급이 이어졌다.

부동산정책 실패 등 정부의 정책 기조를 핵심 패인으로 지목한 열린우리당 내에서조차 "아직도 대통령이 민심을 모르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한다고 열심히 했으나 부족했다면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언급이 전해진 것은 선거 후 한 달가량이 지나서였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인정하고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경질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선거 패배 등을 이유로 장관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