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시키듯 여성 주문” 美정가 ‘마담 팰프리 리스트’ 파문
‘DC 마담 팰프리 리스트’ 때문에 워싱턴이 떨고 있다. 고객 명단에는 정치인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있고 서비스를
제공한 여성들은 교수 등 전문직 종사자로 알려져 초대형 스캔들로 비화될 수도 있다.
27일 랜들 토바이어스(65·사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데버러 팰프리라는 여성이 운영한 매춘조직의 고객이란 의혹을
받으며 사임했다. 그는 미 ABC방송이 입수한 2002∼2006년 팰프리의 고객명단에 올라 있었고 ABC로부터 “고객이
맞느냐”는 확인전화를 받은 직후 물러났다.
그는 AT&T(통신) 및 엘리릴리(제약)의 최고경영자 출신으로 2003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참여했고 미국의 해외
원조를 총괄하는 국제개발처(USAID)의 최고책임자이자 에이즈 퇴치 정책조정관을 겸임해 왔다. 그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예방을 위해선 국제 매춘조직과의 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는 점에서 국무부는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해 매춘조직 운영 혐의로 기소된 팰프리 씨는 전화주문을 받고 젊은 여성을 고객의
집으로 보내는 사업을 벌여 왔다. 그가 낸 광고에는 “오후 9시 이전에 주문하면 더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고 돼 있다.
그는 “고객의 집에선 성행위와 무관한 ‘상상 속 고객서비스’가 있었다. 난 매춘조직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토바이어스 전 부장관은 ABC에 “성행위가 없었다. 마사지만 받았다. 이런 건 피자 주문과 같은 것이어서 여성이
중남미계라는 것 외엔 이름도 모른다”고 답했다. 미국에선 성적 마사지나 누드댄싱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지니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팰프리 씨는 1991년 캘리포니아에서 매춘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돼 18개월간 복역한 전력이 있다.
ABC는 27일 “수천 개의 이름과 수만 개의 전화번호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정치인 관리 로비스트
이름을 발견했다”며 추가 명단 공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워싱턴 DC 마담’으로도 불리는 팰프리 씨의 리스트에 워싱턴이
떨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팰프리 씨는 전 해군 사령관인 할런 울먼 씨도 ‘단골’이라고 주장한 법정 문서를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렸고, 뉴욕타임스는 정치컨설턴트 딕 모리스 씨의 이름이 법정에서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모리스 씨는 “고객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ABC의 브라이언 로스 기자는 “놀라운 것은 이 조직에서 일한 여성으로 교수, 과학자, 군 장교의 이름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1993∼2006년 운영된 이 조직에는 23∼55세 여성 130명이 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1회 방문 서비스는
90분 기준으로 275달러. 수사당국이 확인한 ‘방문 여성’에게서 팰프리 씨가 받은 돈은 75만 달러(약 7억 원)였다.
지난달 ABC에 출연한 팰프리 씨는 “내 고객명단을 공개하겠다. 그들을 법정으로 불러 ‘매춘조직이 아니었다’는 진술을
얻어내야 내 혐의가 풀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명단 공개가 그의 소송전략이라는 게 미 언론의 보도다.
팰프리 씨가 어디로 튈지는 예상하기 힘들다. 그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소송비용이 필요하다. 돈을 준다면 고객
명단을 팔 의사가 있다”는 글을 올렸다. 법원은 팰프리 씨의 돌출행위 때문에 ‘전화번호부를 외부에 공개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이미 일부 명단은 ABC에 넘겨진 상태다.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704300067&top20=1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