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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情의 父情에 美도 울었다… 제임스 김 부친의 아들사랑

눈 쌓인 산간의 혹한보다 스펜서 김(60·사진) 씨의 마음이 더 시렸다.

구조 헬기 소리만 이따금 적막을 가를 뿐, 익숙한 아들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어느 해보다 가혹한 올겨울의 시작이었다.

이 광활한 눈밭 어디를 절망 속에 헤매고 있을까, 제임스….

아들이 실종됐다는 비보에 김 씨는 곧바로 개인 비용을 들여 헬기 3대를 사고 지역에 투입했다. 구조 물품이 준비되기를 기다리며 그는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오랜만에 아들에게 쓴 편지는 옷과 담요, 구호식량과 함께 ‘긴급 구호 패키지’로 묶여 예상 조난지역 일대 곳곳에 투하됐다.

제임스 김(35) 씨는 그의 1남 2녀 중 외아들이었다. 김 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아들딸들이 성품도 좋고 자랑스럽다”고 자주 얘기했다.

하지만 외아들은 싸늘한 시신으로 아버지를 맞고야 말았다. 시신 발견을 알리는 기자회견장에서 구조대원들은 울컥 눈물을 터뜨렸다. 육순 아버지의 애타는 마음을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이었다.

아버지 김 씨의 한 지인은 “그동안 부자 사이의 따뜻한 정을 드러나게는 표시해 오지 않았기에 아버지로서 비통함이 더할 것”이라고 전했다.


제임스 김 씨의 사망 사고를 보도한 8일 미국 USA투데이(왼쪽)와 CNN 웹사이트. CNN 등은 김 씨의 부검 결과 발표를 생중계했다.

아버지 김 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웬만한 사람이면 알 만한 부자. 그가 경영하는 ‘CBOL 코퍼레이션’은 세계 40개국에 항공기 부품을 판매하는 기업으로 연 매출액이 1억 달러가 넘는다.

로스앤젤레스 근교 우드랜드힐스 지역에 약 1만2240평에 이르는 저택을 소유하고 있지만 그는 낡은 1997년형 올즈모빌 자동차를 몰고 다닐 정도로 검소했다. 그런 그는 아들에게도 유난히 엄격했다. 제임스 김 씨가 대학에 갔을 때도 용돈을 보내준 적이 없었다.

제임스 김 씨도 아버지를 닮아 알뜰했고 아버지의 도움을 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혼식도 샌디에이고의 한 공원에서 조촐하게 치렀다.


추모의 물결
‘위대한 아버지’ 제임스 김 씨를 추모하는 한 여성이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김 씨의 직장 ‘CNET’ 앞에 헌화하고 있다. 김 씨는 두 딸과 아내를 살리기 위해 눈밭을 헤맸고, 그의 육순 아버지는 사라진 아들을 찾기 위해 애태웠다. 샌프란시스코=AP 연합뉴스

아들의 시신 앞에서 아버지는 이 모든 기억을 더듬으며 하염없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평생 부끄러움 없이 살았지만 자식을 잃고 시린 가슴은 앞으로 무엇으로도 메우기 힘들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잔돈 끝자리까지 거듭 세며 살았어도 직원들에게 “정직하게 세금을 내면서 남에게 돈 꾸지 않는 기업을 만들자”고 강조해 왔다. 특히 회사 수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해 온 그는 이 같은 정직한 경영을 인정받아 2002년 회계법인 ‘어네스트 앤드 영’으로부터 ‘로스앤젤레스 기업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그는 조국을 위한 일에 발 벗고 나섰다. 경기고 재학 중이던 1963년 도미해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회 이사, 한미연합회(KAC) 이사장 등을 지낸 그는 비영리재단 ‘퍼시픽 센추리 인스티튜트(PCI)’를 통해 매년 미국 고교생 20여 명을 선발해 한국 여행을 지원했다.

미국 언론들은 7일에도 깊은 관심 속에 제임스 김 씨의 사연을 잇달아 보도했다.

CNN은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평상복 차림의 김 씨가 약 16.5km의 눈밭을 걸어 나간 것은 ‘초인적인(superhuman)’ 가족사랑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수색 과정에서 구조대는 도로에서 메모 한 장을 발견했다. 흰 종이에는 ‘구조대를 보내 달라(Please send help)’고 적혀 있었다. 폭스TV도 사인이 저체온증이라는 경찰 측 부검 결과 발표를 생중계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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