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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父情' 세계를 울리다

가족 구하려 폭설 뚫고 13㎞ 헤매다… 재미동포 제임스 김 끝내…
CNN 등 긴급뉴스로 타전…전세계 블로거 뜨거운 관심 속…美전역 “그는 영웅”·애도 물결

 

생전의 제임스 김과 두 딸의 단란했던 모습. CNET 홈페이지

 

 

제임스 김 가족이 운영하는 두 팬시점 중 하나인 샌프란시스코의 ‘처치 스트리트 어포서케리’ 문 앞에 6일 김씨를 추모하는 카드와 꽃 등이 놓여 있다. 샌프란시스코=AP연합뉴스

 

 

제임스 김의 또 다른 점포인 샌프란시스코의 ‘도(Doe)’ 앞에 6일 한 시민이 얼굴을 감싸고 울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P연합뉴스

 

 

브라이언 앤더슨 조세핀 카운티 부보안관이 6일 오리건주 멀린에서 제임스 김 사망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면서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멀린=AP연합뉴스

재미동포 제임스 김(35)씨의 목숨을 건 가족 사랑이 미국인들과 세계 네티즌을 울렸다.

미국 오리건주 록키산맥에서 길을 잃은 뒤 구조를 요청하기 위해 홀로 혹한과 폭설을 뚫고 길을 나섰던 김씨는 6일(현지시간) 끝내 인근 로그 강가의 계곡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인 케이티(30)와 큰딸 피널롭(4), 7개월을 막 넘긴 막내딸 세이빈 양 등 나머지 가족 3명이 9일 동안 기적적으로 버티다 4일 구조된 장소에서 불과 1.6㎞ 떨어진 곳이었다.

특히 김씨는 구조요청을 하러 홀로 고난의 여정을 떠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 국민들을 더욱 감동시켰다. 가족을 살리겠다는 열망 하나만으로 굶주린 몸으로 영하 20도의 혹한과 눈 덮힌 길을 헤맸으며 그 거리가 8마일(약 12.8㎞)에 달했다고 CNN은 전했다. 오리건주 조세핀카운티의 브라이언 앤더슨 국장대리는 "그 같은 악조건 속에서 수 마일을 돌아다닌 그는 '초인적 인간(superhuman)'이었다"며 애도했다.

CNN과 폭스뉴스, ABC 방송 등 미 언론사들은 김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일제히 긴급 뉴스로 보도했고, 수많은 미국인들은 물론 전세계 곳곳의 네티즌도 인터넷을 통해 애도의 메시지를 보냈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김씨는 지난달 17일 부인, 두 딸과 함께 여행을 떠나 25일 포틀랜드에서 친구를 만난 뒤 집으로 가던 중 시스키유 국립공원의 험준한 산악 도로로 접어들었다가 폭설에 갇혔다. 워낙 오지여서 휴대폰를 통한 구조요청조차 할 수 없었다. 가족들은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 기름을 최대한 아끼며 히터를 수없이 껐다 켜는 식으로 밤이면 혹한과 싸웠다. 결국 기름이 떨어지자 타이어를 태우며 견뎠다. 산 속을 헤매며 야생 나무열매를 따 와 가족들의 허기를 달래 주던 김씨는 이대로는 희망이 없다고 판단, 2일 가족들을 남겨둔 채 혼자서 구조 요청을 하러 나섰다.

주 방위군과 고속도로 순찰대 등 5개 기관이 합동으로 조직한 수색팀은 김씨 가족이 사용했던 휴대폰 문자메시지 신호를 추적해 수색에 나섰다가, 4일 헬리콥터를 향해 손을 흔드는 케이티 김씨를 발견, 극적으로 구조했다. 이후 구조대는 김씨의 생존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100여명의 구조대원과 헬기, 구조견 등을 동원해 집중 수색을 펼치다 김씨의 옷과 지도 등 소지품을 발견했다. 그러나 김씨는 결국 '빅 윈디 크릭'이라 불리는 로그 강가의 계곡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된 김씨를 보고 수색대원들은 절망에 빠졌으며, 방송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지역신문 한 구석에 조난 기사 한 자락으로 처리될 뻔했던 이 소식이 전 미국인들의 관심을 모으게 된 것은 김씨가 근무하던 유명 정보기술(IT) 전문 웹진인 씨넷(CNET)이 자사 홈페이지에 김씨의 실종을 알리고 네티즌에게 도움을 구하면서부터. 씨넷의 디지털 오디오 분야(MP3 플레이어 등) 수석편집인인 김씨는 새로운 디지털 기기들을 실제로 보여주며 자세히 분석하고 소개하는 동영상 뉴스 '크레이브 가젯 블로그'를 통해 편안한 인상과 친절한 말투로 세계 네티즌에게 잘 알려져 있었다.

씨넷을 방문했던 블로거들은 충격 속에 자신의 블로그에 김씨 가족의 실종 사실을 올렸고, 곧 미국뿐 아니라 한국 등 전세계 블로거들도 이를 알리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김씨 가족의 실종 사실이 알려진 뒤 씨넷 홈페이지와 김씨 동료들이 만든 인터넷 사이트(jamesandkati.com)에는 김씨 가족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전세계 네티즌들의 댓글이 쇄도했다. 6일 결국 김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씨넷 사이트에는 추모의 글이 1,400건 이상 올라오는 등 네티즌들의 관심을 보여줬다.

김씨의 부친 스펜서 김씨는 벤처기업 CBOL 회장으로 한미연합회 이사장과 코리아 소사이어티 이사를 지내 한인사회에도 잘 알려져 있다.

"김씨의 이야기는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엄마이자 아내인 나뿐 아니라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그가 모든 사람들에게 진정한 감명을 주었다는 사실로 그의 가족들, 친구들의 슬픔과 고통이 덜어지길 바란다. 그는 진짜 영웅이자 헌신적인 아버지였다" (susanfoxsanchez)

"우리 부부는 절대 제임스와 가족들을 잊지 않고 그들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 우리는 매주 본 씨넷 프로그램을 통해 제임스의 발랄한 모습과 전문가적인 조언을 보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이들에게 평화와 사랑이 함께하길 빈다"(stickawinka)

"제임스 김의 (사망) 소식을 들으니 가슴이 너무나 아프다. 씨넷 커뮤니티의 모든 사람들이 마치 가족을 잃은 듯한 슬픔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제임스 김을 절대 잊지 않기를"(ManUnited9)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입력시간 : 2006/12/07 18:18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0612/h200612071817492195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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