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못한 아빠…
전미국이 울었다.
실종 교포 제임스 김, 결국 숨진 채 발견
가족 구조 지점서 1.6㎞ 떨어진곳서 찾아
“그는 진정한 영웅이었다.” 미국 오리건 주 산악지대에서 실종된 뒤 가족을 차에 남겨두고 혼자서
혹한과 폭설을 뚫고 구조 요청에 나섰던 재미교포 제임스 김(35)씨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6일, 미국은
애도의 물결로 일렁였다. 살신(殺身)의 부정(父情)이 미국을 녹였다.
◆金의 사투
6일 정오 미국 오리건주 조세핀카운티의 험준한 산악지대. ‘빅 윈디 크릭(Big Windy
Creek)’이란 지명처럼 세찬 바람이 몰아치는 샛강 양쪽에 수직으로 솟은 절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협곡
밑바닥 눈더미에 그가 누워 있었다. 테니스화를 신고, 재킷과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조난된 지 11일,
구조요청을 위해 가족을 떠난 지 4일 만이었다. 그가 발견된 지점은 가족들이 지난 4일 구조된 곳에서 불과
1.6㎞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구조작업을 펼쳐온 오리건주 경찰은 “동쪽 방향으로 떠난 제임스 김이 협곡 속에서 13㎞ 정도를 헤맨
것 같다”며 “서쪽으로 떠났다면 도로 쪽으로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제임스 김은 물에 흠뻑
젖었던 것 같다고 경찰은 전했다. 구조대원들은 “발자국을 쫓아와보니 그가 물을 만나 강추위 속에서 헤엄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며 “그는 몹시 의지가 강한 사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로지 가족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폭설을 뚫고, 바위와 우거진 잡목과 차가운 강물을 헤치고 전진한 것이다.
조세핀카운티의 브라이언 앤더슨(Anderson) 경찰국장 대리는 “그는 가족을 구하기 위해 초인적인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애도물결
김씨 가족이 실종된 뒤 구조대 활동을 생방송 해온 CNN과 폭스뉴스, ABC방송 등은 김씨의 사망
소식을 특집 보도했다. AP통신은 “가족을 구하기 위해 보여준 아버지의 필사적인 노력이 비극으로 끝났다”고
했다. CNN은 구조활동을 지휘해온 브라이언 앤더슨 경찰국장 대리가 김씨 시신 발견 뒤 기자 회견 도중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내보냈다.
김씨가 수석 편집자로 일했던 온라인 웹진 CNET은 홈페이지에 ‘부인과 두 딸을 위해 마지막까지
보여준 헌신적인 부정(父情)은 결코 잊을 수 없다’는 내용의 글과 함께 추모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곳에는
애도의 글이 줄을 이었다. ‘극단적인 희생정신의 표본’(ID ronanw), ‘타이타닉 영웅보다도 더 위대한
영웅’(ID vensub)…. 김씨 동료들이 그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만든 인터넷사이트(www.jamesandkati.com)에도
추모의 글과 이메일이 폭주했다. 동료들은 김씨 가족을 위한 모금 운동에 돌입했다. 그들은 “제임스 김의
사망소식은 우리 모두에게 슬픔을 안겨주었지만 위험을 무릅쓴 구조팀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슬픔에 잠긴 가족
김씨는 지난달 17일 아내 캐티(30)와 두 딸 페넬로페(4), 새빈(7개월)을 데리고 추수감사절
휴가를 떠났다. 25일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 있는 친구 집을 방문한 뒤 해안도로를 따라 돌아오다가 폭설
속에서 실종됐다.
지난 4일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가족은 김씨의 시신을 발견했다는 소식에 슬픔을 참지
못했다. 아이들의 건강은 양호한 상태지만 캐티는 손과 발에 심한 동상이 걸렸다. 김씨는 1999년 프랑스어
교사인 캐티와 결혼한 뒤 단란한 부부생활을 해왔다. 김씨는 골프를 좋아했지만 4년 전 딸을 낳으면서 골프를
끊을 정도로 가정을 위해 헌신적이었다. 장인 필 플리밍은 “사위는 영웅적인 아버지였다”고 말했다.
“헌신적 父情” “진정한 영웅” 추모글 홍수
이용수기자
hejsue@chosun.com
정병선기자 bschung@chosun.com
입력 : 2006.12.08 00:23 / 수정 : 2006.12.08 09:38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6/12/08/2006120800026.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