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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한인 세탁소 ‘바지 분실 510억 원 소송’ 첫 공판


‘5400만 달러 바지 소송’의 첫 재판에서 원고인 로이 피어슨 씨(왼쪽)가 피고인 세탁소 주인 정진남 씨 부부(가운데 동시통역용 헤드폰 사용자들)가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변론을 하고 있다. 촬영이 금지된 법정 내부를 대신 묘사한 스케치다. 워싱턴=AP 연합뉴스
《"피고는 애당초 세탁소 벽에 붙여 놓은 '고객만족'을 실천할 의도가 전혀 없었고… 따라서 '우리' 워싱턴 소비자들은 더이상…."(원고)

"잠깐만요, 피어슨 씨. 자꾸 '우리'라는 표현을 쓰지 마세요. 당신은 그저 '나'일 뿐입니다."(판사)

12일 미국 워싱턴 1심법원(Superior Court). 바지를 분실한 세탁소 주인 정진남 씨 부부를 상대로 5400만 달러(510억 여원)를 물어내라는 소송을 제기한 로이 피어슨(57)씨 사건의 첫 재판이 열렸다.

세계 각국 취재진과 소송남용 개혁을 위한 시민단체 회원들, 한인 세탁소 연합회원 등이 법정을 가득 메웠다.》

▶본보 4월 28일자 A12면, 5월 5일자 A9면 참조

변호사이자 워싱턴 행정법원 판사인 피어슨 씨는 이날 스스로 원고, 변호사, 증인의 1인 3역을 하면서 자신을 '소비자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나선 존재로 부각시키려 시도했다. 그러면서 8명을 원고측 증인으로 불러 직접 심문했다. 휠체어를 타고 나온 89세의 한 흑인 노파는 "옷이 물세탁으로 줄어든 것 같다"고 불평하다가 정 씨 세탁소에서 쫓겨난 적이 있다며 자신을 '나치 피해자'에 비유했다.

하지만 변호인 반대심문에서 증인들은 "변상액에 불만을 갖기 전까지는 정 씨 부부에 대해 직업의식이 투철하고 밝은 표정의 좋은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변론에 나선 크리스토퍼 매닝 변호사는 "원고 피어슨 씨는 최근 이혼과 신용카드 말소 등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태"라며 그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님을 강조했다. 변호사는 또 "원고는 어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한주일에 70시간을 일하는 영어에 서툰 이민자 가정을 착취하기 위해 자신의 법지식과 법률시스템을 악용하고 있다"며 "정작 피해자는 정 씨 부부"라고 주장했다.

증인심문 뒤 피어슨 씨는 무려 2시간 동안 소송을 제기한 경위를 장황하게 설명하다 문제의 바지 대목에 이르자 갑자기 감정적 격정 상태를 보였다.

"정 씨 부부는 고급 정장 바지를 잃어버려 놓고 싸구려 복제품을 내가 맡긴 것이라고 내놓았다. 내 평생, 밑단이 접힌 바지를 입어본적이 없는데 그게 내거라고…."


마치 숨이 막히는 듯 말을 멈추더니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법정 밖으로 걸어나갔다. 잠시 후 돌아오더니 판사에게 나머지 진술을 서면으로 제출하고 싶다고 했으나 판사는 이를 거절했다. 피어슨 씨는 그 와중에도 "5400만 달러에 추가해 시간당 390~425달러를 쳐서 내가 나를 변호한 변호사 비용도 받게 해달라"고 판사에게 요청했다.

그는 이날 바지 분실 부분의 소송은 취하하고 '고객만족 보장'이라는 세탁소 문구에 대한 사기혐의 소송만을 유지할 뜻도 밝혔다. 정 씨 부부의 진술 및 심문은 13일 열린다.

피어슨 씨는 2005년 바지 분실을 놓고 정 씨 부부와 분쟁이 빚어지자 자신은 자동차가 없으므로 앞으로 10년간 다른 세탁소에 가기 위해 렌터카를 이용해야 하는 금액 등 온갖 명목을 붙여 6500만 달러의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주 이를 5400만 달러로 줄였다.

한편 첫 공판 후 MSNBC 방송이 인터넷을 통해 "액수는 지나치지만 소비자의 권리에 대한 피어슨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와 "말도 안 된다"는 두가지 설문을 놓고 투표를 실시한 결과 5만6000여명의 응답자중 97%가 "말도 안 된다"에 투표했다.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706140166&top20=1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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