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소재 자신의 세탁소
안에서 포즈를 취한 정진남씨 부부. 그는 “마음고생이 너무 심해 세탁소를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워싱턴 AP=연합뉴스]
세탁소에 수선을 맡긴 바지를 잃어버리자 6500만 달러(약 600억원)를 물어내라고
소송을 제기한 미국의 판사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워싱턴 DC 행정법원의 로이 피어슨 판사는 2005년 5월 재미 한인 정진남씨가 운영하는 세탁소에 바지 수선을
맡겼으나 정씨가 이를 분실하자 최근 6546만2500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바지 수선비 10.50달러의
623만 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이를 놓고 사회 지도층인 판사가 잃어버린 바지 한 벌에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요구한다는 비난과 함께 이번 주로 예정된 판사 재임명(임기 10년)에서 그를 탈락시킬 것을 요구하는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세 상인을 괴롭히는 소송 남용에 대응하는 미 불법법률방지위원회(ATRA)의 셔먼 조이스 회장은 사법부에 피어슨
판사를 재임용하지 말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고 AP통신은 4일 보도했다. 행정법원 판사 출신인 멜빈 웰스도 최근
워싱턴 포스트에 보낸 기고문에서 "만약 내가 이번 사건의 판사였다면 소송을 기각하고 피어슨 판사에게 법률 비용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금을 정씨 앞으로 지급하도록 판결할 것"이라면서 그를 변호사협회에서 제명할 것을 촉구했다.
네티즌들은 "판사직을 그만두도록 해야 한다" "정신감정을 받아야 한다"는 등 신랄한 비판을 담은 수백 건의 댓글을
올리면서 이번 사건을 대표적인 권한 남용 사례의 하나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씨의 변호사인 크리스 매닝은 "정씨가 이번 일로 환멸을 느껴 14년간 해온 세탁업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씨의 부인은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막대한 변호사 비용을 대느라 경제적.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재판은 다음달 시작된다.
이에 앞서 피어슨 판사는 6500만 달러를 요구하는 소장에서 ▶바지를 돌려받지 못하게 된 손실과 소송 비용
▶정신적인 고통과 불편 ▶지난 2년간 소송 준비를 위해 쓴 시간에 대한 비용 ▶차가 없는 자신이 10년간 매주 다른
세탁소에 가는 데 필요한 렌터카 비용 등을 손해배상 청구금액 산정의 근거로 제시했다.
피어슨 판사는 처음엔 양복 상하 한 벌 값인 1150달러를 요구했으나 협상 과정에서 정씨와 실랑이가 계속됐고
감정싸움으로 비화하면서 요구액을 점점 높였다. 정씨는 사태 수습을 위해 배상금으로 3000달러와 4600달러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1만2000달러를 각각 제시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