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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한가위만 같아라? 으~

친정 갈 준비하면 시어머니 안색이 … 상 차리고 용돈 드리고 `아이고 내 돈`
처가 더 챙기는 오빠도 올케도 얄미워 일은 혼자 다 하고도 며느리 눈치만

그 좋다는 추석이다. 그런데 분위기 들뜬 건 '추석 선물전'펼치는 유통업체뿐인 듯하다. 저마다 "골이 아프다"며 스트레스 타령이다.

도대체 '명절 스트레스'의 실체란 뭘까.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다는 심정에서 20여 명의 중앙일보 패밀리리포터가 총출동, 성인 남녀 100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이 털어놓은 명절 스트레스 중 '대표선수급'사연을 밝힌다.

내 아내, 내 부모의 하소연이라 생각하고 귀담아들어 주시길. 그래서 모쪼록 이번 명절은 다툼 없고, 미움 없는, 진짜 편안한 명절이 되기를 빌며.

정리=이지영 기자

#며느리="명절에 시댁에서 점심식사까지 하고 친정에 간다. 그런데 시어머니 얼굴엔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하다. 잘 가라는 말 한마디 없이 '차 밀려 아범 고생하겠다'며 한숨까지 쉬신다. 명절 때마다 스트레스다."(32세)

"명절날 오후 5시쯤 시누 가족이 온다. 시누가 하루 자고 가기 때문에 그 뒤치다꺼리를 항상 해야 한다. 그래서 친정엔 못 간다. 시어머니는 시누 가족만 마냥 기다리시다가 시누 가족만 오면 나는 안중에도 없으시다."(48세)

"3년 전부터 '차표를 못 구했다''아이가 시험이다' 등의 핑계를 대고 시댁에 가지 않는다. 결혼 직후 시댁에서 같이 살았을 때 시누 속옷 빨래까지 온갖 집안 잡일을 다 했는데 지금도 용서가 되지 않는다. 시댁에 가지 않으니 남편도 친정에 가지 않으려고 해 이래저래 스트레스다."(40세)

#아들="아내도 직장에 다니느라 늘 바쁜데 혼자 장을 봐 명절 음식준비를 다 한다. 너무 미안하다. 어머니나 누나는 전혀 도와주지 않는다. 식사 후 모두 과일을 먹고 있는데 아내 혼자 설거지하는 것을 보고 내가 도와준 일도 있다. 아내가 짜증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그래도 우리 식구들을 나쁘게 말하는 것은 더 싫다."(44세)

"고부갈등이 심하다. 명절 때도 나 혼자 부모님댁에 간다. 어머니가 이혼하라고 자꾸 얘기하셔서 '집사람도 엄마한테 할 만큼 했다'고 말했다가 어머니가 펑펑 우시는 바람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외할머니만 찾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부모님께 미안하다."(35세)

"외아들이라 우리집에서 명절을 치른다. 양가 부모님께 각각 30만원씩 돈을 드리고, 간단한 선물도 한다. 음식준비에도 돈이 적잖이 든다. 돈 부담이 가장 큰 스트레스다."(42세)

#딸="친정에 가면 올케 눈치가 보여 오래 머물기도 어렵다. 혼자 되신 친정아버지를 남동생이 모시고 산다. 아버지가 모든 재산을 남동생에게 물려주셨는데도 올케가 아버지를 소홀히 대접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42세)

"현재 싱글인 나는 친척들이 모이면 화제의 대상이다. 같이 웃고 얘기해도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고 불편하다. 말도 안 되는 혼담을 넣으면 기분이 나쁘다."(39세)

"2녀 중 둘째다. 친정엄마가 나한테 일을 많이 시킨다. 언니가 직장에 다녀 바쁘다는 게 이유다. 남편까지 '너는 데려온 딸이냐'며 못마땅해한다. 장모와 사위 사이가 나빠질까 속상한 내색도 못한다."(38세)

"오빠는 처가에 더 신경을 많이 쓰는 스타일이다. 명절 때도 올케언니가 미리 와서 음식을 하는 일이 없다. 명절에도 점심만 먹으면 친정집 가기 바쁘다. 엄마는 얼굴 붉히기 싫다며 아무 말 못 하다가 나중에 나한테 하소연하며 며느리 흉을 보신다. 들어주는 것도 힘들다."(33세)

#어머니="하나뿐인 며느리가 직장 생활을 해 음식준비는 거의 내 몫이다. 시간이 없어 못하는 것이니 그리 밉지는 않다. 하지만 나도 나이가 있어서인지 명절 후엔 몸이 아프다."(62세)

"돈 걱정이 크다. 음식 준비하는 돈은 아들들이 준 돈으로 할 수 있지만, 벌초 비용이나 조카.손자들 용돈까지 챙기려면 몇십만원이 후딱이다. 이제 돈을 벌지 못하니 돈 쓰는 게 무섭다."(70세)

"며느리를 딸처럼 대하고 싶은데 잘 안 된다. 나혼자 명절 준비 다 하고 음식 싸주면서도 '며느리가 부담스러워하려나' 눈치를 보게 된다."(59세)

#아버지="같이 얘기할 사람이 없다. 차례를 지내고 나면 아내와 형수는 안방에서 얘기하고, 며느리들은 부엌에 있고, 아들과 조카들은 작은 방에서 잠을 잔다. 거실에 혼자만 앉아 있자니 운신하기 불편하고 외롭다."(75세)

"명절 때 여행 간다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된다. 기껏해야 일 년에 한두 번인데 조상을 생각하고 가족끼리 오붓하고 조용하게 지내는 기회가 돼야 한다. 우리 애들이 물들까 겁난다."(67세)

"아이들이 선산 관리에 뒷전이다. 추석 전에 벌초하러 가야 하는데 같이 가겠다는 아들이 없다. 관리 비용도 수월찮게 든다. 나 죽고 나서가 걱정이다."(72세)

P.S. 인터뷰 대상자 100명 중 '사위'로서의 스트레스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백년손님'대접받는 사위라 스트레스 없다면, 우리 이번엔 가족 모두를 손님 대접 한번 해보면 어떨지….

그렇다면 …  억울하다고 끙끙대지 말고 대안 제시 '입이 웬수' 안 되게 말 조심 또 조심

명절을 목전에 두고 언제까지 '스트레스' 운운할 건가. 이제 그 가슴 답답한 사슬을 끊자. 그 힌트를 얻어본다.

"억울한 건 내 책임"='억울하다'는 감정이 명절 스트레스의 주범이다. 억울한 상황은 스스로 바꿔야 한다. 바꿀 용기가 없으면 짜증내고 하소연할 자격도 없다. 그렇다고 판을 엎으란 얘기가 아니다. 지혜로운 노력이 필요하다. 혹 남자들은 다 놀고 며느리만 죽어라 일하는 '전통적'인 상황에 처했다면, 깜짝 이벤트를 준비한다. 가족이 모두 모인 장소에서 '한 여인이 겪은 고통'에 대한 편지 글을 써서 낭송하며 "나도 이 가족의 일원으로, 인간으로 존중받고 싶다. 가족을 미워하지 않고 싶다"라고 솔직히 말해보자.

"배려도 학습이다"=명절이야말로 배려를 배우고 훈련할 기회다. 말 한마디에도 배려를 담는다. 좋은 옷을 입고 온 동서에게 "비싸 보이네" "좋아 보이네"는 오해를 부르기 딱 맞는 멘트. "옷 고르는 안목이 참 탁월해" 등 소유보다는 능력을 칭찬한다. 남이 실수했을 때도 말조심을 해야 할 상황이다. "나라도 그렇게 했을 거야"가 모범답안.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라는 지적은 '그렇게 잘하면 직접 해보시지'란 반발을 사기 십상이다.

"명절을 월드컵처럼"=모두 즐기면 즐겁다. 월드컵은 그 좋은 사례가 된다. 소외된 사람이 없어야 더 재미있다. 카드 게임을 하든, 탁구를 치든 가족 모두가 빠져들 수 있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라. 과거의 추석은 온 가족이 함께 좋은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모두 즐거워했다. 하지만 이제 음식 먹는 것에 빠져들 사람 아무도 없다. 바뀐 세상에 맞는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내야 한다.

도움말=송길원 하이패밀리 대표, 김병후 부부클리닉 후 원장

[jylee@joongang.co.kr] 2006.10.01 20:53 입력 / 2006.10.01 20:57 수정http://www.joins.com/article/2464655.html?ctg=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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