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L PARK .COM
"The Online Park for All Korean Pals."
Pal Park Pages Pal Park POS NONK EZcafe Contact Us

미국서 인사치레로 “I am sorry” 했다간…
조승희사건으로 다시 본 미국-미국인-미국 문화


최근 미국 버지니아 주 블랙스버그 버지니아공대 잔디밭에 누군가가 학교를 상징하는 VT 모양으로 예쁜 꽃을 심어 놓았다. 32명이 희생된 총기 난사 사건을 둘러싸고 한국인과 서양인의 의식 차이가 선명히 드러났다. 블랙스버그=AP 연합뉴스
《4월 20일 오후 CNN 프로그램 ‘폴라 잔 나우(Paula Zahn Now)’의 한 장면.

“조승희의 범죄에 한국인들이 공동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왜 그렇지요?”(프로그램 진행자인 폴라 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베트남인도 비슷해요. 다른 베트남인이 하버드대에 합격하거나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들어가도 자신의 일처럼 자랑스러워해요. 또한 베트남 출신 미국인이 큰 잘못을 저지르면 ‘집단 수치심’을 느끼게 되죠.”(베트남계 미국인 작가)

“사건 초기 아시아계 남자가 범인이라고 보도됐을 때 중국인들은 모두 ‘제발 중국인이 아니길…’이라고 빌었어요. 아시아인들은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요.”(버지니아공대에 재학 중인 중국계 유학생)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지 10일.

이 사건은 아시아 문화권에 속한 한국인이 미국 사회에 대해 가져 온 생각들이 실제와 얼마나 다른지를 태평양 양쪽에서 떠올리게 했다.》

○ 함부로 ‘I am sorry’라고 말하지 않는다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상대방에게 절대 ‘I am sorry’하지 마세요.”

미국에 처음 정착해 살게 되는 한국인들이 자주 듣는 충고다. 한국말로 ‘미안해서 어쩌지요’라고 말하는 기분으로 ‘I am sorry’라고 말했다가 낭패를 본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이 말은 ‘사고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말과 동일하다.

미국 문화에서 사과는 분명한 책임을 동반한다.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 이후 한국에서 사과한다는 말이 나왔을 때 많은 재미교포 1.5세와 2세들이 당혹스러워한 것도 이 때문이다.


○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않는다

“조승희도 어떤 측면에선 피해자다.”

버지니아공대 재학생 중에는 이런 말을 하는 학생이 많다. 버지니아공대 교정의 희생자 추모석에는 조승희 추모석도 등장했다. 그가 정신병을 앓은 점도 작용했겠지만 범인을 대하는 이런 태도는 한국과 다르다.

이는 기독교 영향을 많이 받은 미국 특유의 문화가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독교는 죄의 유무를 떠나 신의 구원의 대상인 인간 자체를 증오하지 않도록 가르친다.

지난해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트럭으로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 학교에 침입해 6∼14세에 이르는 여학생 14명을 사살한 뒤 자살했을 때에도 희생자 가족들이 “범인을 용서한다”고 밝혔다.

불행한 일이 있을 때 슬픔에 함몰되지 않는 것도 미국 특유의 문화다. 미국 장례식에서 곡소리는 없다. 오히려 누군가가 고인의 생전 일화를 이야기하면서 조크를 하면 폭소를 터뜨리는 일이 많다.

○ 통합을 주도하는 언론과 지도층의 힘

미국의 주류 언론은 이번 사건을 보도하면서 인종적인 문제를 부각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을 의식적으로 했다. 이민 정책과 관련해 보수적인 논조를 펴 온 폭스뉴스도 인종갈등을 부추기지 않으려 노력했다.

범인이 미국 전체 인구의 4%에 불과한 아시아인이라는 점 때문에 일반 미국인들 사이에 반(反)아시아인 정서가 점화될 소지도 컸다. 그러나 언론들은 철저하게 이번 사건 이슈를 정신병을 앓고 있는 개인에 대한 대처 방안, 총기통제 방안 등으로 제한했다.

미국 사회는 다양한 이민자가 모인 사회이므로 언론들은 계기가 있을 때마다 항상 미국의 통합을 강조한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도 이번 사건은 한인사회와는 관련이 없다는 의견을 잇달아 내놓았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23일 CNN ‘래리 킹 라이브’에 출연해 “한국은 미국과 친구 국가며 한국인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이번 사건으로 한국인에게 나쁜 일을 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큰 사건이 발생해도 미국은 논쟁을 통한 점진적인 변화를 선호한다는 점도 다시 부각됐다. 충격적인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지만 총기 소지를 금지하자는 목소리는 찾아 보기 힘들다. 총기규제 강화 방안에서 정도의 차이를 놓고 논쟁이 있을 뿐이다.

심지어 전국총기협회(NRA)의 간부가 사건 발생 후에도 TV에 당당하게 출연해 자신들의 견해를 밝혀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총기 소유자 자격 심사를 위해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정보가 일부 공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선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며 반론을 거리낌 없이 제기할 수 있는 것도 미국이기에 가능한 일로 해석된다.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704280123&top20=1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PO Box 23, Norwood, NJ 07648    Tel: 201.660.8520    Fax: 650.648.8903
Copyright (c) 2005 - 2008 PalPark.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