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종 황소개구리 잡아 먹는 텃새 왜가리
[사진] 생태계 교란범을 제거하라
▲ 자신의 몸통만한 외래종 황소개구리를 잡아서 물고 있는 텃새 왜가리의 멋진 자태.
2004년 3월 16일, 하동칠씨는 모처럼 군청의 공식적인 행사가 없어 점심을 먹고는 사진기를 챙겨 차를 몰고 우포늪으로 나갔다. 장재골 가마골을 거쳐 우포늪의 위쪽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목포늪을 천천히 돌아보는 중에 뭔가를 뒤쫓고 있는 듯한 왜가리의 모습을 보았다. 그곳 가까이 차를 몰아 자세히 보니 왜가리가 폴짝폴짝 뛰어가는 황소개구리를 성금성금 따라가며 부리로 쪼아대고 있었다.
'요것봐라! 오늘 잘하면 멋진 장면 찍을 수 있겠는 걸!'.
새가 놀라서 달아날까봐 조용히 차를 세웠다. 인기척이 나면 새들은 빠르게 알아채고 금방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린다. 소리가 나면 안 되기에 차에서 내리지 않고 창문만 사르륵 내려 카메라를 조준했다. 숨을 죽이고 망원렌즈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과연 착하게 생긴 왜가리가 무지막지하게 큰 황소개구리를 잡아먹을 수 있을는지.
▲ 발버둥치는 황소개구리를 물고 뭍으로 나온 왜가리.
왜가리는 긴 부리로 황소개구리를 뒤쫓으며 연방 쪼아댔다. 그래도 힘세고 맷집 좋은 황소개구리는 힘차게 펄쩍펄쩍 뛰며 잘도 도망간다. 왜가리도 지치지 않고 부리에 힘을 모아 이곳저곳을 사정없이 공격한다.
황소개구리가 조금 주춤거린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왜가리가 잽싸게 연타를 날린다. 코너에 몰린 황소개구리를 입으로 물고는 들어올렸다 땅에 패대기도 치고 물어뜯어도 본다. 그러나 다운될 듯하면서도 다시 일어나 풀…쩍…, 풀…쩍… 뛰어가려는 황소개구리. 수입종이라 그런지 힘도 좋다.
▲ 황소개구리를 땅에 내려놓고 부리로 쪼아대는 왜가리.
안 되겠는지 왜가리가 황소개구리를 물고 뭍으로 나간다. 다시 뾰족한 부리로 이쪽저쪽으로 콕콕 찔러본다. 황소개구리가 이제 비실거린다.
기회다. 왜가리가 마지막 남은 힘을 불끈 짜내어 날카롭게 몇 번을 팍팍! 쑤시자 드디어 황소개구리가 쫙 뻗는다. 헉! 헉! 왜가리도 힘들고 지쳐 잠시 숨을 돌린다.
자, 이제는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지. 힘들게 잡아 놓은 먹잇감을 엉뚱한 놈들이 쪼르르 달려와서 빼앗아 갈지 모르잖아. 어디로 갈까. 이리로 갈까 저리로 갈까.
아, 근데 왜가리가 갑자기 황소개구리를 덥석 물더니 그만 한입에 꿀꺽 삼켜 버린다. 헉! 놀라운 일이다. 왜가리 목이 무슨 혹처럼 불룩해지더니 이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다. 어떻게 호리호리하고 연약한 왜가리가 그 큰 황소개구리를 통째로 먹을 수 있을까. 세상에는 신기한 일도 참 많다.
▲ 황소개구리를 다시 입에 물고는 잡아 흔드는 왜가리.
우포늪에는 3∼4년 전만 해도 외래종인 황소개구리가 많이 번식해 생태계를 교란시켰다. 환경단체에서는 '황소개구리 잡기 대회'를 여러 번 개최하여 생태파괴범 없애기에 골몰하기도 했었다. 시중에서는 어린이 영양보충에 좋다고 해서 황소개구리가 한 마리당 3000원에 거래됐을 정도였다. 그래서 황소개구리만을 전문적으로 잡아서 파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은 뉴트리아와 빠가사리가 생태계 파괴범인데 그중에서도 뉴트리아가 가장 골칫거리라고 한다.
▲ 긴 사투끝에 황소개구리를 완전히 뻗게 한 텃새 왜가리의 근성.
우포늪의 수호천사 주영학씨는 전화통화에서 왜가리가 황소개구리를 잡아먹는 장면을 자주 보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왜가리가 커다란 황소개구리를 보고서는 겁을 집어먹고 주춤거렸다고 한다. 아마 왜가리가 토종개구리만 보며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덩치가 크고 색다르게 생긴 수입종이 불쑥 등장하니까 당황했던가 보다. 그러다 차츰 적응이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잡아먹게 되었다고 한다.
왜가리도 세계화된 우포늪이 쪼까이 감당하기 힘들었던가 보다
visual.ohmynews.com/articleview/
article_view.asp?at_code=423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