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뼈 우려낸 국물 라멘과 비슷하지만 더 담백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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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의 음 문 뭍과 다르다. 흙의 척박함과 바다의 풍성함 제주의 음식 문화를 특징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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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인플루엔자와 환율 등으로 제주도가 다시
국내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올레(거리에서 대문까지 집으로 난 좁은
골목길을
가리키는 제주말) 걷기 여행 같은 생태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등 현지의 노력도 제주에 대한 관심을 되살리는 데 한몫했다. <연합뉴스>를 보면, 올 추석 연휴에만
3만여이 제주를 찾았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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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관광지로
제주를 생각하면, 제주의 시인들이 곧잘 고립감과 고독을 노래하는 게 잘 이해되지 않는다. 시인
김순이에게 제주는 우선 거친 곳이다. “맨살의 얼굴로/ 제주바다는 소리쳐 울 때 아름답다/ 외로울
때마다/ 바다를 생각하는 버릇이 있는 나는 바닷가 태생/ 구름에서 일어나 거슬러 부는/ 바람에
쥐어박히며 자랐으니/ 어디에서고 라붙는 소금기 비늘 되어/ 살 속 박혔다.”(제 바다
소쳐 울 때 아름답다’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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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사용장려운동이 보급시킨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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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 돼지고기가 근대와 만나 생긴 음식이 고기국수다. 전통 음식보다
향토 음식에 가깝다. 제주도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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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오래 활동했던 시인 문복주에게 제주도는 뭍과 떨어진 공간이었다. “가도가도 가지 못한다/ 혹
가더라도 찾지 못한다/ 찾더라도 닿지 못한다/ 그러나 닿는다면 오지 못한다/ 절해고도/ 가는
길이나
오는 길이 없다/ 물새의
고향이다”(‘절해고도’)
해마다 수만명의 관광객을 맞이하는 제주도에서 ‘가더라도 닿을 수 없는 곳’을 떠올리는 시인 문복주의
감수성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으리라. 그러나 이 견해는 적어도 제주의
독특한
음식 문화에는 들어맞는다. 대표적인 음식이 고기국수다. 반도의 어떤 국수와도 가닿는 부분이 없는
독특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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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국수는 돼지뼈를
고아국물을
내고 돼지고기 편육을 올려 만든다. 국물을 돼지뼈로 우리거나 차슈(양념에 절인 일본식 돼지고기 편육)
같은 편육이 올라간다는 점에서 일본 라멘과 비슷하다. 국물은 일본 라멘보다 약간 더 담백하고 면은 더
굵다. 일본 라멘은 문화
교류의
산물이다. 19세기 말 나가사키의 중국 유학생들은 각종 해산물과 고기를 넣은 ‘퓨전 짬뽕’을 먹곤
했다. 이 나가사키 짬뽕이 일본 라멘의 시초다. 제주 고기국수는 어떤 문화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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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허영만은 <식객>에서 순댓국밥에 밥 대신 국수를 말아먹은
데서 유래했다고 주장한다. 순댓국밥 집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많이 내려왔던 제주시 동문시장에
모여 있다. 제주에서
대대로 먹던 전통 음식이라기보다 1950년대 이후 생긴 음식 문화라는 설이다. 허남춘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소장도 고기국수의 ‘근대화 태생설’에 동의한다. “제주도에서는 역사적으로 국수가 보편적인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메밀이 아니고는 일반적인 밀은 흔치 않았죠. 그나마 메밀국수도 임산부를 위한
특별 음식으로 먹는 등 특별한 경우에만 먹었지 평상식이 아니었습니다. 일제 치하부터 밀이 보편화했다고
추측합니다. 특히 미군정 이후 밀가루가 보편화했죠. 제주 고기국수는 근대화 과정에서 나타난 향토
음식이지 전통 음식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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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의 음식 문화 뭍과 다르다. 흙의 척박함과 바다의 풍성함이 제주의 음식 화를 특징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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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설명을 르자면, 고기국수는 군 치하서 미국이 상 한 밀이 있기에 태 수
. 기국수는 동서 냉전의 산물인 셈다. 제주한라대학 텔조리과 오영주 교수도 ‘근대화
태생설’에 설명을 보탠다. 오 교수의 설명을 종합하면, 수백년 전부터 제주에는 돼지고기 육수에
메밀국수를 넣어서 먹던 풍습이 있었다. 당시엔 메밀국수가 보편적이었으나 이마저도 특별한 날에만 먹
수 있었다. 그러다 일제강점기 때 밀국수 공장이 생기면서 밀국수가
대중화됐다.
1970년대
가정의례 준칙으로
밀 사용이 려된 것도 고기국수의 인기에 한몫했다. 오 교는 “고기국수 상업화된 것도 20여년에
불과”며 “고기국수라는 말 자체가 20여년 전에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기국수 제주의
전통 음식이고 부르기엔 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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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국가
식이든 향토 음식이 맛있 요리라는 사실에는 없. 고국수는 서울이나 뭍에 많이 소개되
아 서울 미식가들도 정보가 많지 않다. 이 때 9월 초 제주시 방문했 현지인
숨은 고기국수 집을 교사, 직장인 등 현지인 3명에 추천받았다. 고기국수도 일본 라멘처럼 스타일의
차이가 존재한다. 제주 연동 신제주 시가지에 위치한 ‘탁이국수’는 제주 다른 고기국숫집보다 담백한
스타일로 입소문을 탔다. 국물에서 돼지 냄새도 나지 않았고 국물의 뒷에서 돼 느끼한 맛
느껴지지 않았다. 면은 소면이 니라 굵은 면이었다. 멸치 육수보다 상대적으로 묵직한 돼지 국에는
굵은 면의 푸짐하게 씹히는 식감이 어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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뭍에서 맛 비결 배러 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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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49) 사장 의 비결이 드러났다.
국 돼지 사골뼈를 24시간 이상 쌀물처럼 뽀얀 색이 나올 때까지 우린다. 이때 강을 넣어 비린
냄새와 맛을 없 국물을 념 멸치 수를 이용한. “ 닭발을 함께
우리는 곳도 있. 맛이 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신 고기국수 특의 ‘지근한
맛 없어져 는 안 씁니다.” ‘배근하다’ 제주은 ‘묵하고 감칠맛이 난다는 뜻이. 이
장 같은 묵직함과 담백함을 동시에 얻어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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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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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국수 편육에도 일본 라멘의 차슈처럼 양념 돼 있다. 이 사장은 돼지고기를 삶을 때 마늘, 생강과
함께 된장을 넣는다. 이렇게 스며든 된장 맛이 편육에 짭짤하고 고소한 맛을 더한다. 굵은 면이
제격이지만 간혹 찾는 관광객 가운데는 굳이 소면을 넣어달라고 부탁하는 미식가도 있다. 제주 한
출신인 이 사장은 서울 생활을 고 고향으로 내려와 1998년 제시 북주군청 뒤편에 ‘탁이국수’를
문 열었. 9간 날다 주방 일을 접었다. 최근 신제주 시가지로 자리를 옮겨 다시 문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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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 가게이름의 주인공인 아들 양현탁씨는 21살 청년으로 자랐다. “제가 땐 고기국수란 말 못 들어요.
처음 가게 던 1998 해도 지금처럼 고기국집이 많지도 않았습니다.” 올여엔 이
사장으로부터 고기국수의 비법을 전수받은 요리사가 의정부에 ‘고팡’이라는 음식점을 냈다. 고팡은 제주도
전통 가옥에서 집 안에 있는 곡물 창고를 가리키는 사투리다. 조금만 눈을 낮추면 세상은 맛있는 요리로
가득한 고팡이다. 그 고팡 한편에 고기국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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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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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국수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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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법 찾아 산 넘고 물 건너
⊙탁이국수|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고기국수 5000원, 멸치국수 4000원,
비빔국수 5000원. 특이하게 비빔국수에 편육을 함께 낸다. 제주시 연동
(064)744-2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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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식당|
이 집의 밀냉면은 고기국수를 차게 만든 것이다. 이미 입소문이 많이 나
끼니때를 피해서 가는 것도 요령이다. 밀냉면 5000원. 수육도 보통
이상의 맛을 낸다. (064)794-2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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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팡|
박세현 사장은 고기국수 비법을 전수받기 위해 탁이국수의 이순전 사장을
직접 찾아갔다. 고기국수 5000원. 제주 고기국수뿐 아니라 물회국수도
맛깔나게 낸다. 의정부 2동 (031)875-9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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