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자주 보는 프로그램도 케이블 예당채널이고, 간간히 클래식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누지만 블로그에 정리해서 올리는 것은 저번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이후 두 번째인것 같다. 작년 이맘때 즈음
세종문화회관에서도 공연된 적이 있었다. 총 3막으로 이루어져 있고, 오리지널의 연주시간은 2시간 남짓정도이다.
베르디의 오페라 중에서는 리골레토(3막, 1시간 50분) 다음으로 짧지만
당시 오페라 작곡가인 바그너나 보로디느, 오펜바하 역시 2시간 남짓의 3-4막 분량의 오페라를 만들어 상영했던 것을 보면, 그리
이상한 현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귀족들을 위한 것 보다는 서민들의 삶과 사랑을 주로 노래했었으니까, 아니면 잦은 전쟁으로 인한
조국에 대한 애국심을 노래한다던지, 처형당하는 마리 앙뜨와네트를 노래한 곡도 있었고(귀족제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전원의
아름다움을 상세하게 노래한 미국의 포스터와 같은 민요 <전문가> 도 있었다.
어쨌건 독일의 바그너와 같은 년도에 태어나 이태리의 오페라를 세계속의 명물로 만든 작곡가가 바로 이 G.F. 프란체스코
베르디이다. "서민의 해방과 삶을 노래한" 로시니의 영향을 받았고, 그것으로 이태리 오페라의 "끈적한" 전통을 만든 뒤,
푸치니에게 그 전통을 남기고 간 오페라 작곡가이다. 대표작으로써는 빅토르 위고의 희곡을 피아베가 대본으로 만들어 낸 비 가극인
리골레토가 있고, 리골레토는 말 그대로 "복수" 를 표방한 비극을 그려내었다. 그리고 일 토르바토레! 역시 "복수 -_-;;" 를
표방한 피날레로 마무리 된다. 이 오페라 역시 아주체나가 마지막에 "아!! 나의 복수가 완성되었도다! 어머니 기뻐하세요!" 라고
외치며 쓰러지는 것으로 끝난다.
그리고 에밀 페렁의 청탁을 받아 단 쉴리어의 희곡인 "돈 카를로" 를 오페라화 한 <돈 카를로> 가 있다. 대본은 프랑스인 조세프
메리가, 원작은 스페인 작가인 "단 쉴리어" 가. 그리고 완성한 것은 베르디가 완성했으니, 이 오페라는 진정한 짬뽕이 아닐 수가
없다. 물론 극장주였던 에밀의 압력 때문에 중간에 곡을 몇 번씩이나 바꾸었다는 후문도 있었지만 말이다. 역시 비극이다.
그리고 그 유명한 베르디의 "아이다" 가 존재한다. 1869년 수에즈 운하의 개통을 축하하기 위해 당시 에집트 국왕인 이스마일
파시어가 직접 베르디에게 친서로 카이로에 기념 공연을 위해서 만들어 달라고 한 일화는 유명하다. 베르디가 두 번이나 거절했고, 세
번째에 마지못해(-_-;;;;) 만들어준 것이 희대의 명 오페라인 <아이다> 가 되어버린 것이다. 역시 비극이다
-_-;; 아이다에선 공주 암네리스(이름 참.. 거시기)가 상복을 입고 나오는 파격까지 선보인다. 베르디는 말년에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텔로와 7곡의 레퀴엠까지 썼지만 일단은 나중에 얘기하기로 하고
오늘 이야기 해 볼 오페라는 베르디의 오페라 중 아이다와 함께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비극 "라 트라비아타" 에 대해서이다.
사실 이 오페라는 화려했던 프랑스 루이 14세의 통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가장 화려했던 프랑스 통치기의 "꽃" 에
상투적인 비극을 뿌렸다고 해서 프랑스인들에게 엄청난 "지탄" 을 받았었다. 그러고 보면 프랑스인들도 그들이 국민혁명으로 무너뜨린
밉상 진상 루이(혁)'s 왕정이지만, 그 때를 영광스러워 하는 마음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참 아이러니한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라 트라비아타의 1막 전주곡은 우리에게도 너무 친숙한 곡이다(Prelude to act 1).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도 잠깐 등장한
적이 있다. 중반부의 격조 높은 분위기와 서정적인 멜로디는 조금씩 빠른 템포로 바뀐다. 하지만 곡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차분한
분위기이다. 그리고 그렇게 사그라들며 끝이 난다. 마치 후반부의 식어버린 비올레타의 열정을 탓하듯이 말이다.
- 1막 -
비올레타의 집에서 화려한 만찬회가 열린다. 창부였지만 미모가 매우 뛰어났던 비올레타는 본래 좋은 가문의 여식이었다. 어떤
과거 때문에 비올레타가 창부가 되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가스톤 자작의 소개로 그녀는 만찬회에서 알프레도 라는 귀족 청년을
소개받게 된다.
그리고 알프레도는 한 눈에 반해버리게 된다. 이 때 알프레도와 비올레타가 2중창을 부른다. 곡명은 "Un di
felice, eterea", 즉 "사랑에 타오르는 나의 마음" 이라는 곡이다. 어쨌건 반해버린 알프레도 이지만 비올레타는
스스로의 신세를 속으로 삭히며 마음을 고백하는 대신 동백꽃을 주면서 말한다. "이 꽃이 시들면 다시 오세요~ 그러면
알려드리지요" 라고... 하지만 갑자기 비올레타는 알프레도가 떠나가자 텅 비어버린 만찬회의 방 구석에서 알프레도를 그리워
하는 노래를 부른 뒤 "이젠 늦었어!" 라고 말한다.(정말 빨리 타고, 식어버리는 그 놈의 열정이여 -_-)
- 2막 -
2막이 등장하자 알프레도와 비올레타는 이미 신혼 분위기이다(;;). 그러나 화사함 속에서 신분을 벗고
살아가는 그들에게 직면한 것은 "가난" 이었다. 그 뒤에 알프레도의 아버지가 몇 차례나 "가난" 을 빌미삼아 비올레타와의
헤어짐을 강요한다. 결국 비올레타는 헤어질 결심을 하고 "이제 난 죽는 것 밖엔 도리가 없구나! 나의 폐병이 내 인생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 "Morro' la mia memori" 라는 곡을 부르며 통곡한다. 비올레타는 알프레도에게
편지를 남기고 홀로 떠나지만, 돈을 구해서 집에 돌아온 알프레도는 그 편지를 읽고 비올레타가 변했다며 그녀에게 복수를
다짐한다.(그놈의 복수 복수.. 누가 이태리 풍 아니랄까봐)
이제 무대는 파리에 있는 플로라의 연회장이다. 하지만 플로라 후작은 두 사람이 헤어진 채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난감해 한다. 비올레타와 친분이 있었던 듀포르 남작이 비올레타를 위로하기 위해 비올레타와 함께 연회에 참석했으며, 점차
연회는 무르익고 가면무도회가 시작되었을 때 알프레도가 뒤이어 나타난다. 하지만 알프레도는 이들을 "쌩깐 채!" 도박에
참여하고 듀포르와 함께 도박을 나눈다. 그러면서 갑자기 취한 알프레도가 벌떡 일어나 비올레타에게 돈주머니를 던지며
"순애!! 그렇게도 김중배의 돈이 좋더냐??" 라며(-_-;;) 저주하게 된다. 결국 심한 충격을 받은 비올레타는
쓰러지고, 모든 사람들이 알프레도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가운데 듀포르는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결투를 신청한다.(하지만
결투에서도 짱 쎈 알프레도는 승리한다 -_-;;;)
- 3막 -
큰 충격이 도화선이 되었을까? 비올레타의 몸은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폐렴으로 인해 죽어가는 그녀의 목소리는
힘이 없기만 하다. 오직 하녀만이 그녀의 병실을 지키고 있었을 뿐이었다. 뒤늦게 알프레도의 아버지인 제르몽의 편지를
받았지만, 그녀는 1막에서 처럼 "이젠 늦었어.." 라고 중얼거리며 힘없이 노래를 부른다. 이 노래가 너무 슬프다.
오페라에 몰입하게 되면 대부분 이 대목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안녕! 지난 날의
즐거움이여!"-"Addio del passato"
골목에선 사육제가 열리고 있고, 반대로 골목의 후미진 방 안에선 비올레타가 죽어가고 있다. 이 이분적인 분위기를 뚫고
알프레도가 "나를 용서해!" 라며 비올레타에게 뛰어 들어온다. 비올레타는 말 없이 알프레도를 용서해 준다. 그리고
알프레도는 "파리를 떠나자! 그리고 아무 방해도 받지 말고 우리끼리 즐겁게 살자!" 라는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비올레타는
결국 "이 몸! 지금 끝나니.. 희망도 덧없구나"-"Gran dio morir si gio vine" 이라는 마지막 곡을
부르며 쓰러진다. 뒤늦게 제르몽까지 나타나 "이제 넌 나의 딸이다! 비올레타!" 라고 외치며 병실로 들어섰지만 이미
늦어버린 상태.
이야기는 대강 여기까지이다. 물론 3막의 마지막 중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하이라이트는 여기에서 쓰지 않았다. 이 하이라이트
때문에 너무나 유명해졌기 때문이랄까? 이 마지막을 듣기 위해 '라 트라비아타'를 찾는 관객들이 절반이라고 하면 믿을려나?
이 하이라이트가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오페라 공연을 찾아 보실것을 추천한다. 결과적으로는 "비극" 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극에 왜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드는지도 개인적으로는 "이해" 할 수 없었던 시절도 존재했다. 뻔한... 로미오, 쥬리에트
식의 사랑 이야기에 질려 하면서도 사람들이 계속해서 비극적인 연인들의 이야기를 찾는 것은 왜일까?
문득 얼마 전 죽은 남친을 따라서 함께 자살한 여인의 기사가 생각이 난다. 혹.. 마음 한 구석에선 그 기사를 보고 요새도
저런 로미오식의 사랑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신기함을 느끼기도 했었다.
뭐 저 쪽 세상에서 만날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말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