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교향곡 제9번 C장조 해설

교향곡 9번 C장조, D. 944
슈베르트 - Schubert
<그레이트>는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난 1828년 3월에 작곡된 대작이다. 곡을 완성하고 난 후 슈베르트는 대단히 만족스러워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이제부터 가곡은 쓰지 않기로 했어. 앞으로는 오페라와 교향곡만 쓸 거야” 라고 얘기할 정도였다. 하지만 정작 악보를 받은 빈 악우협회는 곡이 너무 길다는 이유로 연주하지 않기로 했으며, 결국 슈베르트는 이 곡이 연주되는 것을 보지 못한 채 그해 11월 14일 세상을 떠났다.
그로부터 11년 후 슈만이 슈베르트의 동생(형?)인 페르디난드의 집을 방문했다. 그리고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 유고 속에서 C장조 교향곡의 악보를 발견했다. 슈만은 페르디난드의 동의를 얻어 그 초고를 라이프치히에 있는 멘델스존에게 보냈고, 멘델스존은 1839년 3월 21일에 자신이 지휘하는 라이프치히 관현악단의 연주로 이 곡을 세상에 선보였다.
이 곡은 슈베르트의 다른 교향곡과 마찬가지로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난 후인 1840년에 출판됐다. 이미 알려져 있던 여섯 개의 교향곡에 이어 출판되었기 때문에 이 곡에는 제7번이라는 번호가 붙었다. 그런 다음 <미완성 교향곡>이 발견되어 제8번 교향곡이 되었다. 하지만 후에 C장조 교향곡이 <미완성>보다 나중에 작곡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레이트>에 9번이라는 번호가 매겨졌다.
그리고 <그레이트>가 빠져 나간 제7번의 자리는 슈베르트가 1821년 스케치만 해놓았던 E장조 교향곡(D.729)을 1934년 바인가르트너가 오케스트라용으로 편곡해서 채워 넣었다.
이 곡을 <그레이트>라고 부르는 이유는 같은 C장조로 작곡된 제6번 교향곡과 구별하기 위해서이다. 곡의 규모도 아주 장대해서 전곡의 연주시간이 한 시간 가까이 될 정도이다. 처음 악보를 발견한 슈만은 ‘천국적인 영원함’이 스며 있는 곡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자신이 발간하는 음악신문에 다음과 같이 썼다.
“솔직히 말해서 이 교향곡을 모르는 사람들은 아직 슈베르트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말을 듣고 동의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음악을 한번 들어보라. 이 곡에는 대단한 작곡상의 테크닉 외에 다채로운 생명의 기운과 심오한 의미가 도처에 스며들어 있다. 하나하나의 음이 예리하고 섬서하게 표현되어 있으며, 슈베르트 특유의 로맨티시즘이 넘치고 있다. 마치 네 권으로 이루어진 얀 파울의 장편소설처럼 천국적으로 길다.”
슈베르트 교향곡 제9번과 가장 어울리는 말이 바로 이 ‘천국적으로 길다’는 말일 것이다. 단지 시간적으로 길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속에 신성한 아름다움이 무한하게 펼쳐진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제1악장 안단테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두 개의 혼 주제에 의한 77마디의 긴 서주부가 나온다. 알레그로로 연주되는 주부에서는 2개의 트롬본과 현으로 도입되는 목관의 주제가 중심이 된다. 곡은 장대한 서주로 시작한다. 먼저 목가적인 선율의 혼이 나타나 점점 넓게 따진다. 주부로 들어가면 악센트가 강한 제1주제, 그리고 이와는 상반되는 분위기를 지닌 제2주제가 나타나 형태를 달리하며 발전한다. 그러다가 전형적인 전개부를 거쳐 재현부로 들어간다. 조를 바꾸면서 진행되는 제2주제의 변화무쌍한 표정이 재미있는 악장이다. 마지막에 서주가 다시 나타난 후 곡이 끝난다.
제2악장 안단테 콘 모토. 전체적인 곡의 구성은 A-B-A-B-A의 형태를 띠고 있다. 처음에 현이 7마디에 이르는 전주를 연주하며 이어 오보에가 들어오고, 여기에 클라리넷이 합세하면서 아름다운 멜로디의 조화를 이룬다. 애수에 잠긴 듯한 느낌을 주는 매우 몽환적인 선율로 전곡 중 가장 아름답다. 이어 역시 아름다운 멜로디의 간주가 나온 다음 첼로가 제2주제를 연주한다. 두 개의 주제가 서로 형태를 달리하며 반복된다.
제3악장 스케르초 알레그로 비바체-트리오. 베토벤 풍의 강력한 리듬 패턴을 지닌 악장. 먼저 현악기들이 유니슨으로 제1주제를 연주하고 이것이 오보에로 옮겨간 다음 새로운 주제가 다시 현악기에 의해 제시된다. 이 두 개의 주제가 이 악장의 주부를 형상하고 있다. 이어지는 트리오는 A장조로 목관으로 연주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 다음 다시 처음의 스케르초가 반복된다.
제4악장 피날레 알레그로 비바체.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 중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석상의 등장을 연상시키는 극적으로 장대한 악장. 처음에 관현악단 전체가 제1주제를, 이어 오보에, 클라리넷, 파곳이 제2주제를 연주한다. 전개부는 치밀하게 구성되어있다. 클라리넷에 새로운 선율이 나타나 재현부를 거쳐 당당한 피날레에 이르게 된다.
글 : 유윤종 (음악칼럼니스트)
seoulphil.co.kr/Song.do?
cmd=View&code=Song&idx=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