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청혼을 거절하고 가난한 대학생을 사랑하는 처녀의 이야기를 담은 아리아 '도레타의 꿈'은 소프라노 가수들이 콘서트에서 자주 부르는 노래입니다. 하지만 이 한 곡의 아리아를 빼면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의 오페라 [제비 La Rondine]는 그리 잘 알려진 작품이 아닙니다. 1917년에 초연되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이 작품의 음악이 상당히 현대적일 것이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겠지요. 1918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초연한 [일 트리티코 Il Trittico]([외투 Il Tabarro], [수녀 안젤리카 Suor Angelica], [자니 스키키 Gianni Schicchi] 3부작) 바로 앞에 발표한 작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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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
Magda de Civry - soprano Lisette, her maid - soprano Ruggero Lastouc - tenor Prunier, a poet - tenor Rambaldo Fernandez, Magda's protector - baritone Périchaud - baritone / bass Gobin - tenor Crébillon - bass/baritone Rabonnier - baritone Yvette - soprano Bianca - soprano Suzy - mezzo-soprano A butler - bass A voice - soprano (Members of the bourgeoisie, students, painters, elegantly dressed ladies and gentlemen, grisettes, flower girls and dancing girls, wai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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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다의 아리아 Chi il bel sogno di Doretta(도레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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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다와 루제로의 이중창 Scusatemi, scusate (미안합니다,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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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제로의 아리아 Dimmi che vuoi seguirmi(함께 우리집에 가겠다고 말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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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제로와 마그다의 이중창 Amore mio! Mia madre!(어머니가 편지를!)
- La Rondine Part 3: Kiri Te Kanawa, Placido Domi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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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음악의 현대적 진행 사이사이에 찬란하게 새어 나오는 서정적이고 우아한 선율은 역시 푸치니 작품임을 확연히 느끼게 합니다. 푸치니의 유작 [투란도트 Turandot ]처럼 스케일이 크진 않지만, 그와 비슷하게 현대적 화성과 낭만주의적 선율이 공존하는 세련된 오페라입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푸치니의 [트라비아타 La Traviata ]'라고 불릴 만큼 코티잔(courtesan, 쿠르티잔 courtisane: 계약을 맺고 상류사회 남성들에게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예술적 재능과 교양을 지닌 여성들)의 삶과 서글픔을 마음에 와 닿게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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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배경은 파리와 리비에라, 시대는 19세기 중엽 나폴레옹 3세 시대였던 제 2제정기입니다. 오페레타나 뮤지컬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가벼운 선율에 어울리는 아름답고 화려한 무대가 시선을 끄는 작품이기도 하죠.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가 주역으로 열연한 2009년 매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공연에서는 리비에라 해안이 펼쳐지는 3막 무대가 열리자 무대 미술의 아름다움에 관객들이 탄성을 올렸다고 합니다. 공연시간 역시 1시간 45분으로 짧은 편이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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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삶을 행복하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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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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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여주인공 마그다는 파리의 부호이자 은행가인 신사 람발도의 코티잔 연인입니다. 1막은 마그다의 아름다운 저택을 배경으로 한 파티 장면인데요, 젊은 시인 프뤼니에는 그로테스크한 방식으로 사랑을 구하다가 마그다의 하녀 리제트에게 모욕을 당하죠. 프뤼니에는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도레타라는 처녀에 대한 노래를 부르는데, 이 도레타는 왕이 자신과의 결혼을 소망한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프뤼니에가 더 이상 노래를 잇지 못하자, 마그다가 이 노래를 끝까지 부르죠. 바로 '도레타의 꿈 Ch'il bel sogno di Doretta'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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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도레타가 지닌 아름다운 꿈을 알겠어요?/ 어떻게 그녀의 미스터리가 끝을 맺었는지 말예요// 어느 날 어떤 대학생이 도레타의 입술에 키스했고/ 그 키스는 전율이었죠/ 그건 열정!/ 미친 사랑!/ 도취의 행복!/ 그토록 열렬히 타오르는 그 키스의 가벼운 감미로움을/ 이 세상 그 누가 다시 묘사할 수 있을까요!// 오! 나의 꿈!/ 오! 나의 삶!// 마침내 행복이 활짝 꽃을 피울 때면/ 누가 재산 따위를 신경 쓰겠어요!/ 오, 이런 사랑을 꿈꾸는/ 황금빛 꿈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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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발도는 마그다의 노래에 감탄하며 값비싼 팔찌를 선사하지만, 마그다는 냉정하고 형식적인 태도로 람발도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마그다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그녀의 후원자인 람발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낯선 손님이 찾아와 람발도가 파티장에서 나가자 마그다는 자신과 람발도의 관계를 프뤼니에에게 설명하고, 프뤼니에는 마그다를 제비에 비유합니다. 제비가 태양을 향해 날아가듯 마그다는 사랑을 향해 끝없이 날아간다는 시적인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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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발도를 찾아온 손님이 파티장에 들어섭니다. 그는 람발도에게 아버지의 편지를 전해주러 온 루제로입니다. 파리를 잘 모르는 루제로에게 하녀 리제트는 뷜리에 클럽을 최고의 무도회장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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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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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은 무도회장 뷜리에의 장면입니다. 모든 손님들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춥니다. 소박한 처녀의 차림으로 그곳에 나타난 마그다는 루제로와 마주쳐 그와 함께 춤을 추면서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미안합니다'라는 말로 시작되는 두 사람의 '사랑의 이중창'이 춤의 선율로 이어지죠. 리제트는 마그다를 바로 알아보지만 프뤼니에는 리제트에게 잘못 본 것이라고 말합니다. 테이블에 앉자 리제트는 자기가 마그다의 의상과 보석을 빌려 하고 왔다고 고백하죠. 람발도가 무도회장에 들어서자 마그다는 루제로를 숨겨달라고 프뤼니에에게 부탁합니다. 람발도가 마그다에게 해명을 요구하자 마그다는 루제로에 대한 마음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람발도가 무도회장을 떠나자 루제로가 돌아오고, 루제로와 마그다는 서로에게 사랑을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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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제로 역의 미샤 디딕와 마그다 역의 안젤라 게오르규, 2007년, 샌프란시스코 전쟁 기념 오페라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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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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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막은 리베에라 해안입니다. 마그다와 루제로는 바닷가 작은 집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루제로는 앞으로 갖가지 계산서와 생활비를 어떻게 감당해야 좋을지 몰라 자기 부모에게 마그다와 결혼하겠다는 편지를 썼다고 그녀에게 이야기합니다. 마그다는 그 말에 깊은 감동을 받지만, 자신의 과거를 알면 루제로의 부모님이 결혼을 허락하지 않으리라 짐작하고 괴로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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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뤼니에와 리제트가 함께 마그다를 찾아옵니다. 리제트는 가수가 되려다가 완전히 실패하고 늘 프뤼니에에게 비난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마그다에게 다시 하녀로 써달라고 부탁합니다. 너그러운 마그다는 그러겠다고 하죠. 프뤼니에는 마그다가 돌아오기를 람발도가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리고 화려하게 살던 마그다가 이런 소박한 삶을 계속하지는 못할 거라고 말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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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제로는 결혼을 허락한다는 자기 어머니의 편지를 들고 돌아옵니다. 아들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음을 축하하고 기뻐하며, 그녀를 맞아들이기 위해 잘 준비하겠다는 따뜻하고 정겨운 내용입니다.그러나 마그다는 마침내 루제로에게 자신이 이제까지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다 털어놓습니다. 복잡한 그녀의 과거를 듣고도 루제로는 애원하지만, 마그다는 상처 받은 루제로를 뒤에 남기고 한 마리 제비처럼 람발도에게 돌아갑니다. 그녀에게도 역시 루제로는 일생 최고의 사랑이었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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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레타와 유사한 엔터테인먼트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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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메트에서 초연한 [서부의 아가씨 La fanciulla del west]가 빈에서 처음 공연되자 빈의 극장은 푸치니에게 신작을 의뢰하면서 당시 한창 인기를 끌던 오페레타를 원했습니다. 당대 최고의 작곡료인 30만 크로네와 작품 인세 및 저작권까지 푸치니에게 주어지는 조건이었죠. 푸치니는 이 조건을 흔쾌히 받아들였지만 오페레타는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해 "오페라이면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 1864-1949)의 [장미의 기사 Der Rosenkavalier]처럼 엔터테인먼트의 요소가 강한 작품을 쓰겠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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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 [제비] 공연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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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극장 측에서 제공한 두 가지 소재 중 푸치니는 알프레트 마리아 빌너와 하인츠 라이헤르트가 독일어로 쓴 [제비 Die Schwalbe]를 택했죠. 이를 토대로 주세페 아다미가 이탈리아어 대본을 썼습니다. 원래 빈에서 초연될 예정이었던 이 [제비]는 1차대전이 일어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1917년 3월 27일, 몬테 카를로에서 첫 선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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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 두 명이 모두 소프라노 배역이고 남자주인공인 루제로와 프뤼니에 역시 둘 다 테너인 흔치 않은 설정인데요, 진지한 커플과 코믹한 커플을 나란히 내세운 이런 시도는 전형적인 고전주의 희극오페라의 흔적을 느끼게 합니다. 이 작품은 코티잔의 슬픈 사랑을 그리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밝고 명랑한 분위기가 지배적인 데다 여주인공이 죽지 않기 때문에, 희극으로 분류할지 비극으로 분류할지 비평가들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판본에 따라서는, 어머니의 편지를 통해 마그다의 실체를 알게 된 루제로가 마그다를 신랄하게 비난하며 절망 속에 그녀를 떠나고 마그다가 바다로 걸어 들어가 자살하는 것으로, 완벽한 비극적 결말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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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시적인 제목 '제비' 역시 이중적인 뜻을 지닙니다. 한편으로는 봄에 찾아온 제비처럼 즐겁게 지저귀며 삶을 가볍게 미끄러져 나가는 여주인공 마그다의 밝은 면을 상징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제비가 철새라는 점에 착안해, 결국은 떠나온 곳으로 돌아갈 마그다의 어두운 숙명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마그다 역의 소프라노는 1막에서는 부유한 신사의 코티잔 연인으로서의 성숙한 관능미, 2막에서는 제대로 된 첫사랑에 빠져 마음 설레는 처녀의 순정한 아름다움, 마지막 3막에 가서는 돈과 화려함을 좇아 살아온 자신의 삶의 대한 뼈저린 회한과 함께 모든 행복을 체념하는 여주인공의 비장미, 이렇게 세 차례의 다채로운 변신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역할입니다. 대표곡 '도레타의 꿈'은 '사랑이냐 안락한 삶이냐' 하는 영원하고 통속적인 선택의 주제를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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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음반 및 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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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안젤라 게오르규/로베르토 알라냐/인바 물라/윌리엄 마테우치 등, 안토니오 파파노 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및 런던 보이시스, 2010년 녹음,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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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아인호아 아르테타/마르쿠스 하도크/인바 물라/리처드 트록셀 등, 에마누엘 비욤 지휘, 워싱턴 내셔널 오페라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마르타 도밍고 연출, 1998년 공연 실황, Dec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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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피오렌차 체돌린스/페르난도 포르타리/산드라 파스트라나/엠마누엘 자니노 등, 카를로 리치 지휘, 베네치아 라 페니체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그레이엄 비크 연출, 2008년 공연 실황, Artha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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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안젤라 게오르규/로베르토 알라냐/리제트 오로페사/마리우스 브렌치우 등, 마르코 아르밀리아토 지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스티븐 발로우 연출, 2009년 공연 실황,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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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숙, 음악평론가 / 전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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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칭·직책 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 수학, 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과정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전문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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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daum.net/888phj/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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