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 김준민 군(가명·서울 강남구)은 한 달 전 건강검진을 받았다. 준민이 엄마는 아들의
몸무게에 비해 키가 크지 않는다며 방학을 맞아 병원을 찾았다. 준민이는 키 142.9cm, 몸무게
44.5kg이다.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는 21로 정상이다. 보통
BMI가 20 미만이면 저체중, 2024이면 정상체중, 25∼30이면 경도비만, 30 이상인 경우에는
중도비만으로 본다. 혈압 당뇨 콜레스테롤 등 다른 검진결과도 이상이 없었다. 준민이는 일 년에 두 번 치과에
가서 검진을 받을 때마다 충치를 막아준다는 불소도포를 한다. 매년 인플루엔자 접종도 빠뜨지 않다.
엄마는
요즘 준민이 몸무게가 부쩍 늘자 식단을 바꿨다. 아침은 바나나와 딸기를 아 유농 우유에 섞어 마신다.
준민이가 좋아하는 고기류의 기름진 반찬은 식탁에서 사라졌다. 반찬은 나물, 해조류 등이고 간식으로는 과일이나
생야채를 준다. 배가 많이 고프면 두유를 마신다. 준민이는 아빠와 함께 배우던 골프 외에 수영장을 새로
다니게 됐다. 일주일에 3회는 골프, 3회는 수 한다. 오후 11시가 되면 온 집 이 컴컴하다. 잠을
잘 자야 키가 잘 크 문다.
사회, 경제적 격차에 따른 건강 격차가 커지고 있다. ‘몸의 양극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대표적인 사례가 심혈관질환 등 각종 질병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비만이다. 지난해 발표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아동청소년 비만실태조사’에
따르면 소득이 BMI 고(날씬) 득이 을수������ BMI가 높는(뚱) 경향이 렷했.
5로 나눴을 때 하(가난한) 20% 그룹은 BMI가 21.56이고 상위 20%는 19.14였다.
소득이 낮을수록 비만지수가 높게 나타난 이유는 뭘까. 우선 기본적인 먹거리가 해결되면서 어떤 식을
섭취하느냐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균형식단으로 먹으며 운동을 하는 아이와 라면 등 인스턴트 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며 게임만 하는 아이의 건강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위 조사에 따르면 ‘하루 세 끼를
칙적으로 ���는다’는 응답이 소득 하위 20% 그룹은 23.3%인 데 비해 소득 상위 20%는
46.1%였다. ‘매일 과일을 먹는다’ ‘일주일에 3번 이상 운동을 한다’ 등 건강생활습관에 대한 응답도
소득이 높을수록 비율이 높았다. 반면에 ‘햄버거 피자 아이스크림을 ���는다’ ‘TV 시청이나 게임을 오래
한다’는 응답은 소득이 낮을수록 비율이 높았다. 한부모가정이나 조손(
祖孫)가정은
더욱 열악했다.
서지����� 을지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저소득층 아이들은 부모의 무관심 속에 ��만이 질환으로 진행되는
사례가 많다”며 “영양상담을 해도 부모가 칼로리, 나트륨 등의 용어를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식습관 관리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에 고소득층 아동들은 비만이 나타나더라도 운동처방�� 받아 ��������트레이너��� 함께
운동하는 등 치���에도 적극적이다.
���몸��� 양극화’는 성인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98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소득에 따��� 건강 격차가 커지고 있다.
이 조사는 �������������득���� 4�������위�� 나눠서 한다. 성���흡��율의 �������우 1분위(하위 25%)는 1998년 33.8%에서
2008년에�� 32.1%로, 4분�����(상위 25%)는 32.6%에서 23.4%로 ������ 떨어졌다. 가난할수록
담배를 더 피우는 현상은 10년 전����� 지금이나 똑같지만 격차가 1.2%포���트에��� 8.7%포인트로 ���격하게
벌어진 것. 2008년 조사의 경우 고혈압 유병률은 1분위(28.5%)와 4분위(24.9%)의 격차가
3.6%포인트다. ‘신체������신 건강 문제로 일상생활이 ���편�� 사람���의 비율��� 1분위는 20.4%, 4분������
12.5%다.
건강검진 ��검률��� 1��위는 39.2%, 4분위�� 58.1%로 18.9%포��트 차가 난���. 아파도 병���������� 가지
않은 비율은 1�����는 26.1%, 4분��는 21.2%다. 치과 분야에서는 이 차가 22.4%포인트로 더
��다.
‘병원��� 가지 않은 ��유’도 소득에 따라 아주 다르다. 1분위는 ‘돈이 없어서’(36.7%)를, 4분위는
‘시간이 없어서���(34%)를 ���각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이처럼 우리 사���������������������서 건강 격차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아직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은 충분하����
않���. 서 교수는 “저소득층은 병에 한번 걸리면 대응이 잘 안 되는 만큼 예방이 특히 중요하다. 예방
단계부터 정부 ���입이 필요하���”고 말했다.
계층 간 비만지수 차이가 ���국보다 훨씬 크고, 비만이 ‘전염병’ 수준인 미국에서는 저소득층 청소년 비만에
��해 범정부적인 ���책을 마련하고 있다. 보건교사, 보건당국 공무원, 부모가 팀을 이뤄 비만아가 있는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상담과 ������를 병행하����도 한다.
변용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구위원은 “사회, 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건강��지 못하고 건강이 낮으면 소득활동의
제약으로 �����회, 경제적 지위가 다시 낮아지는 악순환에 빠진다”며 “소득 하위 계층에 대한 본인부담금 경감 등
의료보장 정책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계층 격차가 외모 격차로 ‘성형 하층민’까지
등장 ▼
두 달 전 기자가 취재차 방문했던 서울 강남지역의 I성형외과. 한 엄마가 고등학교 2학년인 딸과 함께 방학
중에 쌍꺼풀 및 코수술을 받기 위해 상담 중이었다. 엄마 진모 씨(45)는 “뛰어난 외모를 물려주지 못해
수술을 시킬 생각”이라며 “외모도 경쟁력 아니냐”고 말했다. 몸의 양극화는 건강뿐 아니라 외모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성형수술 건수가 많은 나라다. 지난해 국제미용성형수술학회(ISAPS)가 25개국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은 외과성형과 미용성형을 합해 총 65만9213건의 성형수술이 이뤄졌다. 미국이
1위를 차지했고 브라질 중국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인구 1인당 수술 건수로 보면 한국은 세계 최다 성형수술
국가다.
이는 ‘외모’가 결혼과 취업시장에서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미래학자 페이스 팝콘은
‘미래생활사전’이라는 저서에서 ‘성형 하층민(cosmetic underclass)’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성형수술이 일반화되면서 계급에 따라 외모가 갈라진다는 의미다. 이민구 서울성형외과 원장은
“극소수의 최상위 계층은 생각만큼 성형수술을 많이 하지 않는다. 중산층에서 많이 하는데 성형수술로 신분 및
계층상승을 기대하는 심리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득에 따라 선호하는 성형 부위도 다르다. 홍정근 성형외과의사회 홍보이사는 “소득이 높을수록 보톡스, 레이저
등 미용성형시술을 많이 하고, 소득이 높지 않은 계층은 외과수술 선호한다”고 말했다. 외과수술은 1회만
비용을 지불하지만 미용성형은 매년 3, 4회 꾸준히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안성형’
‘귀족성형’은 이런 상류층의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성형수술로 외모가 바뀌면 임금상승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류근관 서울대 교수와 이수형 미국
메릴랜드주립대 교수(이상 경제학)는 국내 결혼정보회사 회원 2만 명을 대상으로 ‘성형수술에 따른 사회경제적
지위 변화’를 추적했다.
성형수술로 ‘준수한 외모’라는 평가를 받게 되면 노동시장에서 평균적으로 남성은
임금이 0.1%, 여성은 1.5% 올라갔다. 같은 조건의 사람들 중 성형수술을 한 사람은 안 한 사람에 비해
배우자의 연봉이 평균 1%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