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 시계로 건강 관리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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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밤에 졸리고, 아침에 깨는 일상을 반복하며 하루 24시간을 보낸다. 이를 관할하는 내부 시스템 생체 시계는 태양이 뜨고 지는 낮과 밤의 주기에 따라 움직이는 유전자와 호르몬에 의해 움직인다. 장거리 비행 여행으로 시간이 바뀌면 현지 시각에 바로 적응하지 못하고 본래의 생체 리듬대로 자고 일어나는 것도 본래 정해진 일정대로 돌아가는 기계처럼 각종 세포가 활동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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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계처럼 돌아가는 신체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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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쯤 되면 체온이 가장 낮은 상태가 된다. 이때쯤 심혈관계 반응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심장 박동수와 혈압은 새벽 4시경에 가장 낮다. 반대로 오후 4시쯤에 가장 높다.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하여 증가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아침 6시경에 가장 높다. 하루를 준비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코르티솔은 저녁 8시쯤 가장 낮다. 이 정도에서 일과를 끝내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시간은 이른 아침이다. 이 때문에 이른바 ‘새벽 발기’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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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에서 나타나는 일주기 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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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은 저녁 8시경부터 분비되기 시작하여 새벽 2~4시에 가장 왕성하게 나온다. 그 시기에 깊은 잠에 빠진다. 이때 뇌혈류랑도 최고조에 이른다. 이를 통해 뇌에 쌓인 노폐물이 자는 동안 제거된다. 쾌면을 하지 못하면 치매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한창 자야 할 새벽 4시경에 밤새 일을 할 경우, 그 시간에 작업 사고나 교통사고 발생이 가장 잦다. 꿈은 새벽 5~6시에 많이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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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토닌은 아침에 해가 뜨면 분비가 줄면서 사라진다. 그러면서 각성 상태로 돌아온다. 오전 10시쯤에 각성도가 고조된다. 이때 중요한 일을 처리하면 좋다. 오후 4~5시 정도에는 근육 강도와 유연성이 최대에 이르고, 민첩성도 뛰어나진다. 오후 6~7시쯤에 체온이 가장 높아지면서 운동 능력도 증가한다. 수영, 육상 등 각종 스포츠 세계기록이 저녁 8시경에 많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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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서적 ‘생체 시계를 알면 누구나 푹 잘 수 있다’(코리아닷컴 출간)의 저자 이헌정 고려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늦잠을 자거나 주말에 몰아서 자면 생체 시계 수면 주기가 깨져서 불면증에 시달릴 수 있다”며 “매일 아침에 일어나 밖으로 나가 일부러 햇빛을 받음으로써 내 몸 안의 생체 시계 스위치를 온(on) 시켜야 밤에 자동으로 숙면을 취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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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병마다 증상 발생 시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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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경에 배가 엄청 아프다면 위나 십이지장 궤양일 가능성이 크다. 통풍으로 통증 발작이 오는 시간은 대개 자정경이다. 울혈성 심부전은 잠자는 시간인 새벽 2시경에 심하다. 심장 박동 힘이 약해진 상태에서 이 시간대에 심장 박동이 줄고 박출량도 떨어진 탓이다. 피가 심장을 통해 전신으로 돌지 못하고 폐에서 정체되어, 자다가 숨이 차고 기침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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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경에는 인슐린 분비가 많아져, 당뇨병 환자는 아침에 저혈당에 빠질 수 있다. 류머티즘 관절염 통증은 아침에 일어난 오전 8시쯤에 가장 심하다. 오후 3시에는 졸음이 쏟아지고, 오후 6시에는 미각이 가장 예민하다. 이때 콜레스테롤 농도도 높아진다. 밤 10시 반에는 음식 섭취로 인한 에너지 저장 효율이 높아 체중 증가가 최대로 된다. 잠자리에 들 시기여서 섭취 칼로리를 소비하기도 어렵다. 체중 관리를 위해서는 이 시간대 음식 섭취를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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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자동차도 주행 중보다 시동 걸 때 에너지를 많이 쓰듯이 사람도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할 즈음 심혈관계를 움직이는 호르몬 카테콜아민 분비가 많다”며 “이때 혈압과 맥박 변화가 급격하여 통계적으로 오전 8~9시경에 심장마비 발작이나 뇌경색 발생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자기 전과 자고 일어난 직후 혈압을 재어 20(mmHg) 이상 차이 나면 유난히 심한 ‘아침 민감형’으로 보고 지병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고 하 교수는 덧붙였다. 고혈압 환자가 이런 경우 혈압약을 아침저녁에 나눠 먹게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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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정 교수는 “유전자가 태양 주기에 따라 활동하기에 우리 몸의 거의 모든 기능이 24시간 안에서 반복되는 리듬을 갖는다”며 “이를 이해하고 활용하면 잠을 잘 잘 수 있고, 질병 진단과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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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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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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