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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한 노인들 만나보니최고의 老테크
0월 17,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06 어르신일자리 박람회는 채용 목표가 3900명이었지만 노인 3만 명이 몰려 일자리가 얼마나 절박한 욕구인지를 보여줬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원장 변재관)은 일자리를 원하는 노인은 60세 이상 625만 명의 12%인 75만 명 선이라고 추산한다. 하지만 올해 정부의 노인일자리 창출 목표는 18만 명이다. 정부가 마련한 일자리는 월수가 20만 원 안팎이고 6개월 만에 교체되는 공익형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이는 생계에 별로 보탬이 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민간 부문이 발상을 전환하면 기업과 사회 그리고 노인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자리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로 활기를 찾은 사람들=류영식(68서울 성북구 정릉1동) 씨는 부이사관급 공무원과 연구위원으로 일하다 2년 전 퇴직했다. 퇴직 후 한동안 국내외 여행을 다니며 은퇴생활을 즐겼지만 일없이 놀기가 일보다 더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은퇴 2년 차에 접어들자 생활에 활기가 떨어지면서 건강도 나빠지는 것 같았다. 그는 올해 초 신문에서 한국전력의 전기요금청구서 송달을 대행하는 한전산업개발의 고령자 송달원 채용에 응했다. 그는 아침 9시까지 집에서 가까운 한전 강북지점에 출근해 담당구역 청구서를 분류하고 배달한다. 하루에 200∼300건을 배달하는 1년 계약직인 그는 월 100만 원 선의 보수를 받는다. 류 씨는 공무원연금을 받아 굳이 일하지 않아도 생계는 가능하지만 일을 통해 일상의 활력을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이 청구서를 배달하니 주부들도 친절히 대해준다며 이 일이 노인에게 적합한 일자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철용(67서울 관악구 신림동) 씨는 9월부터 서울 서초구 양재동 GS칼텍스 금정주유소에서 주유원으로 일하고 있다. 중소기업에서 구매 인사담당 책임자로 근무하다 3년 전 그만둔 그는 2년간 자영업을 했으나 여의치 않아 직접 취업에 나선 것. 관악구 고령자취업알선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이곳에 취업했다. 이 씨는 일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동료들과 초기에 어울리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의 동료이자 선배 주유원들은 모두 20, 30대 젊은이여서 대화가 힘들 때도 있고 때론 그들의 행동에 언짢아지기도 한다. 이 씨는 과거를 잊어버리고 인생을 새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일하고 있다며 노인으로 대접받을 생각은 없고 일한 만큼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 씨는 하루 9시간씩 주 6일을 일하고 한 달에 110만 원을 받는다. 그는 놀 때는 자주 술을 마셨으나 취업 이후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때문에 식구들이 좋아한다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주유소 김태운 대표는 이 씨는 젊은이에 비해서 신속성이나 순발력은 떨어지지만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해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젊은 주유원은 이직률이 높지만 노인은 일에 대한 애착이 크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노인 일자리 창출=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각 지자체의 고령자취업알선센터가 노인 일자리의 개발과 알선을 맡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2005년 설립한 노인인력개발원은 올해 노인주유원, 노인시험감독관, 바다사랑지킴이 등의 새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노인주유원은 정유 4사와 협의해 주유소들이 노인을 채용하도록 하는 제도. 현재 45명이 시범적으로 일하고 있으며 전국 1000개 주유소에 2000명의 노인이 취업하는 것이 목표다. 노인시험감독관은 제대로 시행되면 일자리 창출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제도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시행하는 각종 기능사 시험 등에 매년 1000만 명 정도가 응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각 고사장의 부감독관을 유관 직종 출신 노인들로 채우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노인인력개발원이 올해 들어 공모한 노인 적합형 일자리 아이디어는 방과 후 교육지도자, 학교폭력 예방지도원, 노인 우편배달원, 환경파수꾼, 길거리화분 관리원, 도서관 사서, 외톨이청소년 실버도우미, 공익요원업무 대체 등 300여 건이다. 개발원 강성추 교육홍보팀장은 노인시험감독관은 1000명 정도를 모집해서 교육까지 했으나 시험 주관 기관들이 꺼리는 바람에 파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에게 적합하면서도 생활에 보탬이 될 만한 지속적인 일자리를 새로 찾아내야 하며 이를 위해선 일정한 강제성을 띠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근면-성실 생산성 좋아 인원 늘릴 계획 ■ 노인 고용한 기업들 한전산업개발의 노인 청구서 송달원은 대성공이었다. 현재 송달원 2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이 회사는 노인 인력 활용 차원에서 노인을 시험적으로 고용해 보기로 했다. 올해 5월 서울 지역에 사는 65∼75세 노인 20명을 모집하기로 하고 서울시고령자취업알선센터에 의뢰했다. 센터 측은 선발과 교육을 대행해 주었다. 한전산업개발 이재만 영업과장은 노인들이 단 한 명의 탈락자도 없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1년 이상 이 제도를 시범 운용해 보고 성과가 좋으면 점차 인원을 늘려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생활정보지 벼룩시장의 무료배포대 관리원도 이 정보지를 내는 미디어윌이 만든 직종이다. 이 회사 측은 올해 5월부터 노인 30명을 시범적으로 채용해 서울시 지하철 300개 역에 있는 배포대를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한 명이 10개의 역을 관리하며 하루 4시간 근무한다. 월 급여는 50만 원 선. 이 회사 김윤정 홍보팀장은 무료배포대 관리를 노인들에게 맡긴 뒤 △배포대가 한결 깨끗해졌고 △부수 소진 상태를 빨리 파악해 수급을 맞출 수 있고 △신문 대량 절취사례가 줄어 회사에 이익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중앙고령자취업알선센터 이태영 과장은 번역 통역 설문조사원 등 민간기업 측이 유연하게 생각하면 노인들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의외로 많다며 민간이 노인일자리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고령화 문제의 한 축이 풀려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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