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장터 곳곳에 쇼핑중독의 덫

주부 김모 (35서울 용산구 도원동) 씨는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컴퓨터 앞에 앉는다.
옥션과 G마켓 등 e마켓플레이스 (온라인장터) 에서 옷이나 화장품 가전제품을 보다가 가격이 싸거나 할인쿠폰이 눈에 띄면 바로 신용카드를 꺼낸다.
김 씨가 이런 식으로 온라인장터에서 쓰는 돈이 한 달에 적게는 30만 원에서 많으면 50만 원 선. 컴퓨터만 켜지 않았으면 사지 않았을 의류나 소품, 소형 가전제품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김 씨는 막상 화면에 싼 제품이 나타나면 사지 않고는 배길 수 없다고 털어놨다.
○ 쓸수록 이익? 옥션 G마켓 등 연간 2조 원가량 거래되는 온라인장터의 중독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업체들이 매출 실적을 올리기 위해 각종 시한부 쿠폰과 경매, 할인 혜택, 경품행사 등의 마케팅 기법을 동원해 중독을 부채질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 회사원 박모(27여) 씨도 경매에 중독된 사례. 그는 회사 근무시간에도 수시로 온라인장터에 접속해 경매가 진행 중인 물품을 찾는다.
운 좋으면 판매자가 손해 볼 정도로 싼값에 물건을 살 수 있어 내가 이겼다!는 묘한 쾌감도 든다고 한다. 그는 최근 디지털카메라를 시중 최저가보다 30% 싸게 샀다. 그래서 디지털카메라가 두 대나 된다. 일부 회사는 유일가 경매를 하며 사실상 로또 식 영업을 하고 있다.
유일가 경매란 남들이 쓰지 않은 가격을 적어 낸 소비자에게 물건을 파는 것. 시중가의 10분의 1 수준에서 낙찰 범위를 정해 놓고 경매를 하기 때문에 물건 값은 싸지만 응찰자 중에 단 한 명만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게 함정. 나머지는 만져 보지도 못한 물품의 입찰비로 1000∼5000원가량을 적립금 형태로 날린다.
로또 당첨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소비자들이 온라인장터를 들락거리는 사이에 이 회사는 물건 값이 아닌 입찰비로 돈을 번다.
○ 시한부 쿠폰 등 쇼핑중독 유발 한몫온라인장터들이 주는 각종 쿠폰도 중독을 유발하는 데 한몫한다.
사이트를 방문한 횟수와 구매 금액에 따라 배송료를 면제해 주거나 구매금액의 5%, 5000원 할인쿠폰 등을 줘 재차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
할인쿠폰 유효기간이 있어 지금 물건을 사지 않으면 손해라는 조급증을 부추긴다. 여대생 오모(21) 씨는 쿠폰이 생기면 지금 사 둬야 이익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나중에 거들떠보지도 않을 물건을 찾아 다시 사이트를 헤메게 된다고 말했다.
B사는 물품을 구입한 소비자를 추첨해 5000∼5만 원의 적립금을 주는 현금로또 보너스 행사를 열고 있다. 적립금을 현금으로 받기를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수수료 10%를 떼고 통장으로 돈을 넣어 주기도 한다.
○ 사행심 부추기는 마케팅 기법 규제해야3개월에 1만 원, 1년에 3만 원을 내고 가입하는 한 온라인장터의 유료 회원제 서비스도 논란거리.
회원들에게만 원가에 판다고 광고하고 있어 본전(회비) 생각에 과소비를 하게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소비자로선 물건 값이 실제 원가인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윤세창 교수는 인터넷 쇼핑에 푹 빠진 사람은 알코올 의존증과 비슷한 증세를 호소하는 이가 적지 않다며 인터넷 쇼핑에서 사행심을 부추기는 부분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분쟁조정국 최은실 팀장은 홈쇼핑 회사는 방송위원회 규제를 받지만 인터넷쇼핑 회사는 규제기관이 없다며 관련 기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