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와 헤어질 결심?
● “다른 회사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고 있나”
코로나19 이후 경제활동이 정상화되면서 직장의 화두가 바뀌고 있다. 회사에서 3년 가까이 유연성(업무 시간과 장소)이 주요 관심사였다면, 올해에는 사무실 복귀가 뜨거운 감자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29일 ‘미국 직원들이 가장 원하는 5가지 혜택’이라는 기사에서 재택근무(원격근무)를 1순위로 꼽았다. 블룸버그는 “인재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2023년에도 이러한 특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기업들과 직원들의 재택근무 신경전은 여전하다. 회사는 직원들이 사무실로 돌아오기를, 직원은 계속 집에서 일하기를 원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경기침체와 인력 감축 이야기가 나오는 틈을 타 사무실 복귀를 재차 요청하는 중이다.
세계 2위 자산운용사인 뱅가드와 사무기술업체 페이컴소프트웨어 등은 최근 직원들에게 사무실로 출근하라고 지시했다. 사무실 복귀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몇 주 안에 해고당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회사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용주들이 사무실 책상들이 공석으로 남아있는 것을 보는데 인내심을 잃고 있다”고 3일 전했다. 직원들의 눈치를 살피긴 한 것 같다. 뱅가드는 “정 회사에 나오기 싫으면 최소한 회사가 정해준 하이브리드 근무(재택근무와 사무실 업무 병행)라도 따라 달라”고 했다.
미 중소 생명보험사인 라이프프로파이낸셜서비스는 기업들의 원격 근무가 한창이던 2020년 여름, 40여 명의 직원들을 전부 사무실로 복귀시켰다. 최근 뒤늦게 정책을 바꾸려는 업계 사람들이 회사 대표인 헤더 울츠에게 직원들의 마음을 되돌린 방법을 묻었다.
비법이란 건 없었다. 사무실 출근 정책 이후 직원 중 3분의 1이 떠났다. 이 정도면 직원들이 복귀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새로 뽑은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울츠는 “나도 정말 정말 궁금하다. 다른 회사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고 있나”라고 WSJ에 물었다. 현재 미국의 다수 기업은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출근 방식을 쓰고 있다. 완전한 사무실 출근을 지시했다가 직원들의 사기가 꺾이거나 이직할까 염려한 것. 애플도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사무실 복귀를 공지했는데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 주 2회 사무실에 나오는 ‘혼합형 시범 근무’를 시범 도입했다. (이후 주 3일로 늘렸다) CEO들이 평판에 흠집이 날까 조심스러워한다는 분석도 있다. 재택근무를 단번에 없앴다가 자칫 ‘꼰대’로 보일 수 있어서다.
● 현재 미국은 하이브리드 근무가 대세
현재 얼마나 많은 미국 직장인이 회사로 돌아갔을까. 미국 보안 회사인 캐슬시스템즈는 2020년 10월부터 138개 도시 2600여 개 사무실의 출입 카드 데이터를 집계해 매주 공개하고 있다. 회사는 이를 ‘업무 복귀 바로미터’라고 이름 지었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미국의 주요 10개 도시 출근율은 코로나19 발생 직전과 비교해 48% 수준이다. 회사는 지난해 봄부터 출근율이 상승하다가 최근 들어 큰 변화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통계마다 차이가 있긴 하다. 뉴욕의 개발업체 루딘매니지먼트는 지난해 노동절(매년 9월 첫 번째 월요일) 이후 13개 고층 건물의 점유율이 65%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위치 분석회사 ‘플레이서.ai’는 사무실 출입 지수를 만들었다. 스마트폰 위치 정보를 통해 미국 주요 도시의 빌딩에 사람들이 얼마나 드나들었는지 측정한 것. 회사는 지난해 10월에 전월보다 사무실에 들어가는 방문자 숫자가 3%가량 늘어났다는 점을 발견했다. 사무기기업체 제록스홀딩스는 지난해 3분기(7~9월) 실적발표에서 사무실 복귀 추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무실 인쇄량이 전 분기보다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재택근무 관련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직장인의 29%가량이 하이브리드 형태로 일하고 있다. 완전한 재택근무는 13%, 매일 출근은 58%였다. 대학 졸업자로 대상을 한정하면 하이브리드 근로자는 매일 출근하는 직장인과 비슷한 42%까지 늘어났다. 대졸 직원 중 완전 재택근무자는 17%였다.
20년 가까이 재택근무를 연구해온 니콜라스 블룸 스탠퍼드대 교수는 “2022년 3분기(7~9월)에 뉴욕의 직장인들은 주중 2.1일을 집에서 일했다. 근무 장소가 집에서 사무실로 이동하는 추세가 확실하다”고 했다. 직원들은 주로 무슨 요일에 집에서 일했을까. 연구진에 따르면 가장 인기 있는 재택근무 요일은 금요일이었다. 2위는 목요일이었다.
미국 한 회사의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대면·비대면 회의를 병행하고 있다. (AP=뉴시스)
● 거짓말에 능숙해진 ‘스텔스 직원들’
전례 없는 장기간의 재택근무 동안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 일부 국가들은 원격 근무자들을 데려오기 위해 경쟁까지 벌였다. 디지털 유목민을 자국으로 끌어오는 것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포르투갈, 노르웨이, 브라질 등 전 세계 20개 이상의 국가가 원격근무자를 대상으로 특수 비자를 제공하고 있다. 장기간 현지에 거주하면서 원격으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일부 직원은 업무 장소에 구애받지 않게 되자 해외를 떠돌았는데, 회사에는 비밀로 했다.
미국 동부 대도시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사는 기술컨설턴트 존(30)은 2020년 겨울에 집 앞 눈을 치우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회사는 적어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레바논과 두바이, 베트남, 캐나다, 호주 등 여러 나라를 옮겨 다녔다. 2021년 회사를 옮긴 뒤에도 해외여행이 이어졌다. (거주지를 친구 집인 휴스턴으로 바꿔 말하기는 했다) 존은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해 자신이 지내는 곳을 위장했다. 미국 시각으로 일하고,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으로 회의할 때는 사진을 활용해 배경을 감췄다. 그는 들통날 것을 우려해 휴스턴 날씨까지 매일 관찰했다. 007 영화가 따로 없다. 존(회사에서 잘릴까 봐 가명으로 알려줌)은 “걸리면 직장을 잃을 위험이 있다는 걸 알지만, 세계 여행을 하는 것은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난달 블룸버그에 말했다.
존은 많은 ‘스텔스 직원(위치를 감춘 직원)’ 중 하나다. 한 소프트웨어 개발자(29)도 2020년 말부터 콜롬비아, 에콰도르, 브라질, 그리스, 이스라엘 등을 다니며 원격으로 일했다. 비행기 티켓값과 하루 25달러(약 3만 원)의 에어비앤비 숙박비는 13만 달러(약 1억6000만 원) 연봉으로 충분히 감당할만한 수준. 이 개발자 역시 상사에게 자신이 있는 장소를 알려주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는 “일이 끝나면 내가 어디에 있든 무슨 차이가 있냐”고 되물었다. 블룸버그는 “(회사가 원격근무를 허용해도) 직원들은 해외에 있으면 상사가 자신을 게을리한다고 생각할까 봐 위치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토피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원의 약 66%가 고향이나 국가 밖에서 일할 때마다 고용주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미국 컨설팅업체 MBO 파트너스에 따르면 해외를 떠돌며 일하는 ‘디지털 유목민’ 숫자는 2019년 730만 명에서 지난해 1690만 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그래픽 디자이너 케이티 매클로드(29)는 코로나19 확산 기간 무려 78개국이나 돌았다. 사막의 모래 폭풍 속에서 노트북에 로그인하고, 히말라야산맥에서 줌에 접속했다. 원격근무 덕분이다.
● 원격근무에선 연극이 불가능하다
아무튼 기업들은 직원들이 며칠만이라도 사무실에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 직원들이 집에 있으면 일을 덜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집에서 일하면 정말 생산성이 떨어질까. 팀장급 이상 관리자와 직원들 생각이 서로 달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11개국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원격근무를 조사했는데 직원은 87%가 집에서 효율적으로 일한다고 느꼈지만, 관리자의 80%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11월 ‘새로운 생산성 역설’이라는 글에서 “‘재택근무로 생산성이 향상된다’, ‘재택근무는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두 진술이 모두 옳을 순 없는 것 아닌가?”라면서 재택근무 생산성에 대한 엇갈린 분석을 비꼬았다. 직장 상사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코로나19 기간 직원들은 집에서 ‘열일(열심히 일)’ 할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으로는 열심히 일하는 척, 연극을 하는 것이 불가능해서다.
보통 사무실에서 모니터를 짜증 나는 표정으로 보고 있으면 주변 사람들은 이 직원이 바쁘다고 생각한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면 성실하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보여주기 활동들은 전부 관객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오히려 원격근무자들이 근무 일정이 비어있을 경우 더 잘 티가 난다. 보통 원격근무를 하면 업무에 빈틈이나 착오가 생길까 봐 근무 일정을 기존보다 자주 공유한다. 그럴 때 누군가 일정이 비어있다면 어떨까. 남들 다 일하는데 집에서 노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그래서 재택근무 기간 이메일 답변을 되도록 빨리한다는 직장인들이 많았다. 온라인 회의 역시 직원들이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 회의까지 참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반대로, 관리자는 팀원들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회의를 평소보다 더 자주 열었다.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일을 서로 한 것이다. 실제로 직원들이 재택근무 기간에 업무를 많이 했지만, 비효율적이었다는 연구가 있다.
미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이 2019년 4월에서 2020년 8월 사이 한 IT 회사 재택근무 직원 1만 명을 대상으로 업무량과 생산성을 점검했는데, 직원들은 팬데믹 이전보다 근무 시간이 30% 더 늘었다는 점을 발견했다. 반면, 생산성은 20%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각종 회의와 잦은 전화 및 이메일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사는 PC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로 진행됐다. 직원의 마우스, 키보드 사용을 측정했다. (온라인 쇼핑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
● 유령이 된 직장 친구들
회사가 직원들이 사무실로 나오기를 원하는 데에는 생산성 말고도 여러 이유가 있다. 동료와의 유대감, 소속감 같은 수치로 환산하기 어려운 사무실 효과다. 회식뿐만 아니라 동료와 사내 휴식 공간에서 나누는 커피, 생일 축하 케이크, 퇴근길 짧은 수다 등 직원들이 만나서만 할 수 있는 여러 활동이 재택근무로 끊겼다. 엘리베이터에서 눈을 마주쳤을 때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나눴던 대화도 사라졌다. 영국 BBC는 지난해 “재택근무로 작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던 동료들이 사실상 유령이 됐다”고 표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누군가의 책상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동료를 화장실이나 카페로 데려간 뒤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이 없어졌다. 표정이 어두워졌을 때 빠르게 알아차려 주는 동료의 다정함도 재택근무 때는 느낄 수 없었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재택근무로 전환한 근로자의 65%가 이전보다 동료와의 유대감이 덜하다고 느꼈다. 절친한 동료와도 뜸해졌다는 의미다. 모두가 ‘전우’들을 잊고 지냈다.
회사가 직원 사이의 관계까지 신경 써야 할까. 생각보다 중요하다. 성과에 영향을 미쳐서다. 1993년 갤럽은 회사에 꼭 필요한 12가지 요소를 발표했는데, 기업들이 한 가지를 보고 놀랐다. ‘직원들이 직장에 친한 친구가 있다고 확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갤럽은 “친한 친구가 있는 직원의 업무 만족도가 7배 높았다”며 “직장에서의 우정은 생산성과 수익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당시 미 근로자 10명 중 2명만이 “회사에 절친한 친구가 있다”고 대답했다. 1973년 미 스탠퍼드대 사회학과의 마크 그래노베터 교수는 ‘약한 유대의 힘’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 논문은 개인의 행복이 친한 친구나 가족의 관계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던 이전 학자들의 관념을 깼다.
그래노베터 교수는 간헐적으로 만나거나 우연히 만나는 지인들로 이뤄진 약한 유대 관계가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발견했다. 특히, 새로운 정보와 아이디어 측면에서는 강한 유대보다 약한 유대가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약한 유대는 ‘양’이 중요하다. 친한 직장 동료가 많을수록 행복감을 느끼고 아이디어도 많이 나온다는 의미다.
● 악수 한 번 못 해보고 퇴사
문제는 다수의 직원이 코로나19 발발 이후 회사에 들어가 친구를 사귈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는 점이다. 세던 닐리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교수는 미국의 직원 중 20%가량이 팬데믹 기간 중 입사했다고 밝혔다. 회사에서 10명 중 2명은 첫 입사이거나, 다른 회사에서 건너온 지 얼마 안 된 동료인 셈이다. 이직이 확실히 많긴 많았나 보다. 현재 해외에서는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젊은 층이 전통적인 네트워킹이나 경력 쌓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는데, 감정적인 부분에 대한 걱정도 많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은 “창의적인 프로세스가 노트북에 국한됐을 때 직원들은 상실감을 느낀다. 친밀감은 온라인에서 복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NYT는 지난해 ‘첫 직장 친구의 마법’이라는 글에서 “직장인들은 20대에서 맺는 관계로 30대에서 일어나는 삶의 변화를 견디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직원들의 유대감과 소속감이 재택근무로 약해지면서 회사를 쉽게 떠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20년 4월 버지니아주의 한 비영리재단에 입사한 캐서린 그레고리오는 1년 동안 직속 상사 이외에는 동료들을 실제로 만난 적이 없었다. 그는 회사를 옮길 때 “미안한 마음 없이 쉽게 떠날 수 있었다고 전했다. 2020년 8월 오하이오주의 컨설팅사에서 일을 시작한 에릭 선 역시 1년 만에 더 큰 회사로 이직했는데 “저는 한 번도 회사 사람들과 악수를 한 적이 없었다”면서 마음의 부담 없이 편안하게 회사를 옮겼다고 했다.
밥 서튼 스탠퍼드대 조직심리학 교수는 “회사나 직업에 애착이 없다면 감정적으로 이를 바꾸는 것이 더 쉽다”고 말했다.
● 사무실 전도사들의 등장
다행히 직원들도 며칠은 사무실로 나오고 싶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첫 입사일 가능성이 큰 Z세대(1996∼2012년생)의 복귀 의향이 강한 편이다. 영국의 조사기관 입소스에 따르면 Z세대 10명 중 6명(58%)이 일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일정 시간은 동료들과 얼굴을 맞대고 일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 미국의 약 6700만 명이 Z세대에 속하는데, 이 중 1700만 명가량이 노동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근무하는 앨리슨 첸(23)은 사무실 업무에 푹 빠져있다. 첸은 지난해 5월 회사가 코로나19 종료를 선언하면서 인턴 기간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사무실’이란 곳에 일하러 갔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오늘 내 사무실이 다시 문을 열었다’는 제목으로 동영상을 올렸다. 출퇴근 모습과 팀원과 커피를 마시는 장면 등이 담긴 일종의 브이로그였다. 이 영상의 조회수는 금방 14만 회를 넘겼다. 영국 출판사인 하퍼콜린스 캐나다 지사에서 근무하는 미나 키루파카란(23)도 회사 주변의 도심 지역이나, 공간을 장식하는 사무실 책 선반 등의 사진과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있는데, 어떤 동영상은 하룻밤 사이 10만 회 이상 시청됐다.
NYT는 “젊은 층은 영화 등을 통해 사무직 직원(커리어우먼 같은)에 대한 나름의 로망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에는 들어갔지만, 사무실 업무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해 로망이 커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NYT는 “키루파카란이 올리는 동영상들은 직원의 복귀를 설득하려는 회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사무실은 돌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긍정적 메시지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샤이 출근러’들도 사무실 출근의 긍정적인 면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뉴욕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콜린 반랑은 지난해 10월 “우리는 어떻게든 원격근무는 훌륭한 것이라고 스스로 거짓말을 했다”면서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생기는 일과 가정의 구분을 좋아한다. 나를 사무실 전도사라고 불러달라”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회사는 공짜 점심을 제공하거나 사무실 공간을 예쁘게 꾸며 직원들의 복귀를 환영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반려견을 데려오는 것을 허용한 일본 회사(후지쓰)도 있었다. 회사에 황갈색 시바견을 데리고 출근하는 마유미 시오다는 “내 반려견이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것을 보는 게 좋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Z세대인 앨리슨 첸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소셜미디어에 올릴 동영상을 찍고 있다. 그는 “사무실로 가는 것이 회사 친구를 사귀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NYT 홈페이지)
● 하이브리드 근무 후유증
그렇다고 이들이 매일 회사에 나오고 싶다는 것은 아니다. Z세대 중 62%가 적어도 일주일에 3일은 집에서 일하기를 원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근무, 사무실 출근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일부는 집에 있고 다른 직원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모습이 한동안 펼쳐졌다. 그러자, 재택근무자들은 연봉이나 승진에서 차별받을까 걱정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사무실에서 상사의 눈앞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성과 평가나 승진, 고용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근접성 편향’ 현상이 나타난다는 연구가 있다. 영국 심리학자 알리 샬프로샨은 “근접 편향은 가장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는 자연스러운 본능”이라며 “(사무실 근무자와 생기는) 이 유대감은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더 대단하게 보이게 만드는 ‘후광 효과’까지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평가를 떠나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원격근무자보다 더 많은 돈을 받아야 하는지에 관한 논쟁도 있다. 미국에선 현재 근무 정책에 따라 연봉을 다르게 책정하는 곳도 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며칠이라도 회사에 얼굴을 비추러 나서겠다는 직원이 늘었다. 기업들은 집중하는 시간(재택근무)과 협업 시간(사무실 근무)으로 나눠서 근무 형태를 짜고 있다. 앞서 언급한 불필요한 회의 등이 생기지 않도록, 장소에 따라 해야 할 업무 성격까지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하이브리드 근무에도 문제점은 있다. 마이클 스메츠 영국 옥스퍼드대 사이드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젊은 직원이 누군가로부터 배우기 위해 사무실로 나서는 것이라면 해당 상사도 사무실에 나와 있어야만 한다”고 했다. 근무 스케줄을 정교하게 짜야 한다는 것이다.
보안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회사는 재택근무를 포함한 원격근무가 장기화할수록 업무 공간의 보안에 신경 써야 할 가능성이 크다. BBC는 “하이브리드 근무는 ‘해커의 꿈’으로 묘사된다. 기업 정보가 더 많은 장비와 네트워크를 통해 오갈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 지금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은 ‘팀장’
재택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에서 최대 피해자는 ‘팀장’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재택근무 등 업무 유연성을 유지하려는 직원들과 사무실 복귀를 원하는 경영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팀장들은 재택근무 시기에도 업무량이 남들보다 많았다. 이 기간 중간 관리자들의 업무 시간은 일반 직원보다 평균 1시간 길었다. 온라인 회의 스케줄을 잡고, 업무를 배분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블룸버그는 “직원들이 출퇴근 시간을 아껴 개인 활동을 하는 사이에 팀장들은 일을 해왔다”면서 “현재 중간 관리자는 모든 사무직원 중 가장 높은 스트레스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용 메신저 서비스업체인 슬랙테크놀로지가 지난해 미국, 호주,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 등 6개국 사무직 직원 1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간 관리자 중 43%가 “지쳤다”고 답했는데, 이는 모든 직급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물론, 팬데믹 이전이라고 편했던 것만은 아니다.
블룸버그는 “대유행 이전에도 이들의 업무는 쉽지만은 않았다. 중간 관리자는 경영진의 비전을 받아들이고 직원이 잘 실현하도록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팀장은 원래부터 힘든 자리였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하이브리드 근무로 생기는 최근의 스트레스는 당황스러울 수 있다.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가 돌아가던 어느 날, 한 직원이 “줌으로 회의를 할 거면 내가 왜 회사까지 나와야 하나요. 모두가 재택근무를 하면 안 될까요?”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해야 할까. 하이브리드 근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당분간 이 같은 스트레스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성모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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