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협 연구팀, 1223명 초음파… 왼쪽 신장정맥, 두 동맥 사이 끼어 피 정체되는 ‘호두까기 증후군’ 돌아누워 자면 통증·단백뇨 완화
왼쪽 신장 정맥이 대동맥과 상장간동맥(빨간색)에 끼어 부푼 모습. /semantic scholar
의사의 말 한마디로 환자가 앓고 있던 증상을 간단히 사라지게 하는 마법을 부릴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왼쪽 신장 정맥이 눌려서 통증이 오거나 소변에 단백질이 빠져나오는 현상이다.
왼쪽 신장에서 나오는 정맥은 배에 있는 대동맥과 소장·대장에 피를 공급하는 사장간동맥 사이를 지나서 대정맥으로 흘러간다. 그런데 사람들 중에는 두 동맥 사이가 유난히 좁은 경우가 있다. 그러면 왼쪽 신장 정맥이 두 동맥 사이에서 눌린다. 왼쪽 신장 피가 정체되어 신장이 붓고, 단백뇨나 혈뇨도 생긴다. 두 동맥이 마치 호두까기 기구가 되어 정맥을 누르는 꼴이라고 해서 호두까기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콩팥 이상 증세를 보인 7명 중 한 명이 이 같은 호두까기 증후군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K내과·K영상클리닉 김승협(영상의학과)·김성권(신장내과) 연구팀은 최근 1년 동안 신장병 증세로 병원을 찾은 1223명을 대상으로 신장 초음파 검사를 했더니, 184명(15%)이 호두까기 증후군으로 나타났다고 12일 말했다.
김승협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물이 나오는 고무 호수 입구를 손으로 눌러 좁게 하면 물줄기가 빨라지듯이 왼쪽 신장 정맥이 두 동맥 사이서 눌린 곳에서는 혈류 속도가 두 배 늘었다”며 “그 뒤는 혈류가 정체를 빚어서 콩팥 정맥과 연결된 골반, 난소 및 고환 등의 정맥에도 울혈과 부종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심하면 수술 등의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왼쪽 옆으로 누워 긴 베개를 끌어안고 잠자면 동맥 간격이 벌어져 정맥이 눌리지 않아 울혈 증상이 좋아진다”며 “건강 검진에서 혈뇨 또는 단백뇨가 나오면 호두까기 증후군 여부를 검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명예교수는 현재 세계초음파의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런 경우 왼쪽으로 돌아누워 자라는 말 한마디가 최적의 일차 처방인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