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살, 특급호텔 앞에서 울다
무궁화 5개 피트니스클럽 7곳 물 흐린다 나이 제한 호텔측 심장마비 등 건강상 위험 속내는 젊은층서 눈치보고 돈안돼
개인사업을 하는 최웅(61)씨는 얼마 전 인생은 육십부터, 체력도 육십부터라고 마음먹고 특급호텔 피트니스클럽에 전화를 걸었다. 가끔 하는 골프 말고는 처음 시작하는 운동이라 돈은 좀 들어도 멋지게 시작하고 싶었다. 전화선 너머 들려온 호텔측 대답은 의외였다. 대뜸 나이부터 물어요. 환갑하고 1년 지났다 했더니, 조금 곤란하다는 거예요. 핑계가 여러 가지더군요. 클럽까지 계단을 오르내려야 해서 힘드실 거라는 둥, 안전사고가 걱정된다는 둥. 예순이 그렇게 많은 나이인가요? 최근 내한한 세계적 경영석학 톰 피터스는 여성과 노인이 미래라고 강조했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무궁화 다섯 개라는 특급호텔에서 나이를 이유로 노인들을 차별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피트니스센터가 있는 29개 특급(5성) 호텔을 확인한 결과, 클럽 회원(평생회원권 4000만~6000만원) 신규 가입시 나이 제한을 두고 있는 곳은 신라(65세) 그랜드인터컨티넨탈(60세) 서울프라자(60세) 롯데(60세) 르네상스서울(60세) 리베라(60세) 팔레스(70세) 등 7곳. 본지가 63, 61세 부모님께 효도선물로 피트니스클럽 평생회원권을 끊어드리고 싶은데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 죄송하지만 연세가 너무 많아 신규 가입은 곤란하다고 답변한 곳들이다. 이들 중 롯데 르네상스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 리베라 서울프라자호텔은 나이 제한 규정에 대해 클럽 실무자는 제한 있다고, 홍보실 담당자는 제한이 없다고 각각 다르게 대답했다. 호텔들은 나이 제한을 두는 가장 큰 이유를 심장마비 등 건강상의 문제 때문이라고 답변한다. 신라호텔 홍보담당 장우종씨는 문서상의 규정은 아니고 클럽 회원들로 이뤄진 운영자문위원회의 권고사항일 뿐이라며 노인들이 하기엔 격렬한 운동이 많고, 매니저들이 있어도 모든 회원을 다 관리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존 회원의 경우, 60세가 넘어도 피트니스센터 이용이 가능해 위험하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나이에 따른 회원 가입거부는 공식적 호텔 규정이 아니라, 회원관리 매뉴얼에 비공식적으로 정해져 있는 곳이 많다. 60세 기준이 엄격히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62세인 남편을 대신해 롯데호텔과 서울프라자호텔로 회원권 문의를 했던 이수자(가명59)씨는 규정상 안 되지만 일단 나와보시라는 애매한 답변을 들었다. 받아들일 수도, 안 받아 들일 수도 있다는 답변인 것이다. 건강상의 문제만 있는 것도 아니다. 서울 강남의 한 특급호텔 피트니스 클럽 지배인은 노인들이 클럽에 있으면 젊은 회원들이 눈치를 본다. 물을 흐리는 것도 맞다. 호텔측에선 손님들이 부대시설도 많이 이용하기를 원하는데, 노인들은 운동이 끝나면 물만 딱 드시고 간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S호텔 홍보 담당자는 제대로 하자면 클럽 매니저나 상주 간호사를 더 많이 확보해서 고령으로 인한 사고 발생 위험에 철저히 대비하는 게 옳지만, 우리 수준으로는 아직 먼 얘기 같다고 말했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노인차별실태를 조사하고 있는 성서대 사회복지학과 원영희 교수는 호텔 피트니스클럽 신규 회원 가입에 나이 제한을 두는 것은 명백한 노인 차별이라고 못박았다.
(한종휘 인턴기자인하대
언론정보학과 4년) (이화섭 인턴기자경북대 영문과 3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