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남녀. 뒤로는 벽난로에서 장작불이 어둠
속에서 이글거린다. 테이블 위에 놓인 촛불은 두 사람의 얼굴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두 사람은 앞에 놓인 굴을 집어 입으로 가져간다. 후르륵 소리와
함께 빨려들어간 굴. 차갑고 매끄러운 굴이 혀를 농락하는가 싶더니, 식도를 미끄러지며 내려간다. 거품이 바글바글 올라오는
샴페인은 굴의 비릿한 짠맛과 합쳐지면서 더욱 강렬한 느낌을 입속에 남긴다.
이어지는 요리는 쇠고기 안심스테이크. 칼로 두툼한 고기를 자르자 빨간
피가 슬쩍 배 나온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미디엄(medium)으로 적당하게 익힌 스테이크가 이와 이 사이에서 탱탱하게
씹힌다. 시큼떱떨하면서도 묵직한 레드와인은 입에 남은 느끼한 지방을 깔끔하게 닦아내는 기분이다.
식사의 마무리로 나는 초콜릿 케이크를, 그는 달걀흰자를 거품내 오븐에
부풀린 수플레를 시킨다. 초콜릿케이크를 포크로 건드리자 속에 숨겨졌던 뜨거운 초콜릿이 흘러나온다. 그는 작은 스푼으로
수플레 표면에 생긴 얇은 막을 찢는다. 뜨겁고 달콤한 향기가 퍼진다. 열정을 주체하기 힘들다. 느끼고 싶다. 내가 왜
이러지? 음식 탓일까?
크리스마스가 코 앞이다. 이 계절에 어울리는 무드 혹은 로맨틱(에로틱도
좋다) 음식에 관한 모든 것.
식욕과 성욕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 혹은 본능적 욕구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식욕과 성욕에 관심이 많을 뿐 아니라 둘을
밀접하게 연관해 생각한다.
겨울이 제철인 굴은 에로틱한 음식을 꼽으라고 할 때 동양과 서양에서
동시에 거론되는 드문 음식이다.카사노바는 하루 네 차례, 한 번에 12개씩 굴을 먹었다. 발자크는 한꺼번에 무려
1444개나 먹어치웠다. 나폴레옹, 독일 비스마르크도 매우 즐겨 먹었다.
굴은 미끌미끌한 점액질로 젖어 있으면서 비릿한 바닷내음이 관능적인
느낌을 준다. 실제로 정력에도 효과가 있다. 굴에는 아연이 10㎎ 들어있다. 달걀보다 30배나 많은 양이다. 아연이
부족하면 정자 숫자가 줄어들고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저하된다.
바닷가재나 게, 새우 같은 갑각류도 관능적 느낌이 강한 음식이다.
최음 음식(Aphrodisiac Foods)를 쓴 힐러리 존스톤은 껍질을 벗겨내고 살을 파먹는 행위가 성행위와 흡사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무의식 속에서 관능적이라고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방이 거미줄처럼 완벽하게 펼쳐진 쇠고기 꽃등심을 관능적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뜨겁게 구운 쇠고기 스테이크를 칼로 갈랐을 때 배 나오는 피 냄새는 식욕과 그 이상을 불러 일으킨다.
작가 천운영은 단편소설 바늘에서 쌀눈이 살짝 비치도록 말간 밥알에
약간 검어진 육류의 핏물이 스며들 때, 고기의 맛은 정점에 이른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고기는 살짝 덜 익혀야 더 맛있고
더 섹시하다. 서울 메리어트호텔 JWs 그릴의 웨인 골딩 주방장은 웨인 골딩씨는 한국 손님들은 80% 이상이 바짝
익힌 웰던(well done)으로 먹는다며 아쉬워했다.
채소 중에는 마늘, 양파, 생강 등 뿌리채소가 관능과 연결된다. 마늘은
위화 아릴(Allyl)이란 성분이 혈액을 타고 체내를 순환하면서 세포에 활력을 주고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다.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가 정력제로 극찬한 양파는 마늘과 만나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생강은 일본의 생선회에서부터 서양의 생강케이크까지 빠지지 않는 조연이다.
무르익어 터지기 직전인 과일도 에로틱하다. 탐스런 엉덩이같은 복숭아는
서양에서 미인(美人)의 동의어로 쓰인다. 새빨간 체리도 마찬가지다. 씨가 잔뜩 든 석류는 관능과 동시에 다산을 상징한다.
이런 음식에 진짜로 최음효과가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초콜릿이 대표적이다. 아즈텍에서는 초콜릿이 최음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사디즘의 원조, 사드 후작은 초콜릿으로 여인들을
홀렸다는 죄목으로 투옥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초콜릿이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기분 좋게 해줄지는 몰라도 최음효과는
전혀 없는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결국, 음식의 최음효과는 누가, 언제, 어떤 기분으로 먹는 지가 더 중요한 것!
http://danmee.chosun.com/wdata/html/news/200512/20051208000020.html
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