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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한 안도 모모후쿠 일본 닛신식품 회장은 9일 균형잡힌 식재료와 함께 라면을 먹으면 건강에도
좋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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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등산길에서 먹었던 따뜻한 컵라면 하나, 자취방에서 친구들과 우정을 얘기하며 나눠먹던 라면.
일본 닛신(日淸)식품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96) 회장이 말하는 라면의 추억은 남다르다. 48세인
1958년 회사가 도산 위기에 처했을 때 안도 회장이 발명한 인스턴트 라면은 그에게 제2의 인생을 선물했다.
11, 12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5회 세계라면협회(IRMA) 참석차 방한 중인 안도 회장이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회색 양복에 검은색 선글라스를 낀 그의 모습에서 백수(白壽)에 가까운 나이를 실감하기 어려웠다.
그는 이날도 오전 7시에 일어나 빗속에서도 골프장을 찾아 8홀 라운딩을 했다고 말했다. 9홀 기준으로 평균
50타 안팎의 스코어를 낸다고.
안도 회장은 매일 점심으로 밥과 라면을 함께 먹는다고 말했다.
내가 이 나이에 이렇게 건강한 것은 라면이 건강에 좋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 아니냐고 했다.
라면은 좋은 음식과 섞어 먹으면 균형 잡힌 식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한국인들이 라면과 김치를
함께 먹는 것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종전 후 많은 일본인들이 굶주리던 때 포장마차에서 라면을 먹기 위해 길게 늘어선 행렬을 보고 집에서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라면을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젖은 면을 어떻게 하면 말려서 팔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아내의 튀김 요리에서 힌트를 얻어 면을 튀겨 말리는
방법을 고안한 것. 이렇게 해서 개발한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이 치킨라면이다. 이어 1971년에는 최초의 컵라면인
컵누들을 개발했다.
치킨라면과 컵누들로 당시 보잘것없던 닛신식품은 매출 2조 원대 회사로 성장했다. 라면은 현재 전 세계에서 연간
800억 개가 팔리고 있다.
100세를 바라보는 그가 꼭 이루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제가 만든 라면이 좋은 식품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먹어도 안전하고, 첨가물과 건더기에 풍부한 영양을 담은 라면을 만드는 데 더욱 힘쓸 것이라고 했다.
배고픈 시대의 라면에서 건강 라면으로 이미지를 확 바꿔보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안도 회장은 이번 총회에서 세계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영양이 풍부한 고품질 라면을 만들자는
내용의 서울선언문도 채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