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깨고 나면 그만인 악몽이었으면…."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 사람들에게 또다시 아침이 찾아왔다.
13일 오전 `질서의 나라` 일본이지만 오늘은 택시 1대에 여러 명이 붙어서 목적지를 외쳐대며 택시잡기 경쟁을 벌인다. 1시간
만에 어렵게 택시를 잡아탔다. 막히는 길을 뚫고 해변가 시오가마로 향했다. 40분 정도 달렸으나 차를 돌려야 했다. 널부러진
차량들로 인해 더이상 차량으론 이동이 불가능했다.
이곳에서 시오가마까지는 걸어서 2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 할 수 없이 내려서 센다이 북부 쓰나미 피해지역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인근 정유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취재가 가능했다. 정유공장 화재 지점 50m 앞까지
접근해도 막는 사람이 없었다.
자위대는 차량으로 이동할 뿐 복구를 위해 움직이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취재 중 한 일본 청년은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한 컷이라도 더 담고 싶은 사진기자를 이해해달라고 얘기할 수 없었다. 조용히 자리를 옮겼다.
대부분 주민은 침착하게 복구를 기다리는 표정이었다. 전화는 안되고 물도 안나오고 먹을 게 너무 없다.
주유차량 행렬이 길다. 대부분 주유소는 문을 닫았다.
일본의 한 방송은 쓰나미 재앙을 맞아 "인간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지만 참혹한 센다이에서도 웃음을 발견했다. 한국음식점을
운영하는 부부가 밥을 굶는 인근 주민들을 위해 김치전을 만들어 아주 싸게 판매했다.
줄이 길었다. 센다이 아오바쿠의 `부여`라는 한국음식점이었다. 일본에 이민 온 지 28년째인 남편 이광복씨(62)와 부인
이병순씨(56)가 가게 앞에 태극기를 달고 김치전을 팔고 있었다.
원래 김치전이 아닌 김치를 파는 가게였으나 먹을 것이 부족한 센다이 사람들에게 전을 만들어 팔기로 했다고 한다. 이씨는 "우리
가족도 먹을 게 부족하지만 나눠먹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치전을 사는 센다이 사람들은 무척이나 고마워했다. "아리가토."
2시간 정도 팔고나니 동이 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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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달고... "아리가또 김치전"
강진과 쓰나미가 휩쓸고 간 지 사흘째인 13일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 북부 지역에서 한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부여`
식당 앞에 이재민 등이 길게 줄 서 있다. 태극기가 눈에 띄는 이 식당의 부부는 현지 생필품 공급이 원할하지 못하자
남은 김치로 전을 만들어 염가로 제공했다. ⓒ 센다이(일본)=이동훈 기자 |
어제 저녁 서울에서 후쿠시마공항에 도착, 오로지 현장사진을 담기 위해 달려오느라 세 끼를 굶은 끝에 김치전을 먹게 됐다. 식은
콩밥에 오차, 김치, 시금치를 먹고나니 지옥 속의 천국을 느꼈다.
어쩌나. 묵고 있던 호텔에서 "더이상 영업을 할 수 없으니 나가달라"고 한다.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최악의 경우 노숙을
할 처지지만 날이 밝으면 다시 이곳 사람들의 아픔을 기록하기 위해 카메라를 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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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은 콩밥에 김치 `여기가 천국`
후쿠시마에서 센다이까지 취재해 오면서 식당을 제대로 찾을수 없었던 기자도 세끼를 굶은 끝에 서울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이 재일교포 부부의 김치전을 먹게 됐다. 식은 콩밥에 오차, 김치, 시금치를 먹고나니 천국이 따로 없다.
허기는 해결했지만 잠잘 곳이 문제다. 묵고있던 호텔이 "영업을 못한다"며 나가달라고 한다. 아, 오늘 밤엔 노숙을
해야할까 보다. 일본 전후 최악의 상황, 취재진에게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센다이(일본)=이동훈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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