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가지 맛 내는 요리사 강창건씨
입술목살서 別味 찾고 껍질간도 요리 재료로 비늘은 푹 고아 묵으로 매일 1마리 요리 연구 23년만에 꿈 이뤄
생선 한 마리에서 몇 가지나 다른 맛을 낼 수 있을까. 요리사 강창건(52)씨가 제주 특산인 고급 생선 다금바리로 만들어내는 맛은 서른 가지가 넘는다. 몸통으로 회 뜨는 것은 기본. 입술과 눈알, 혀와 간, 갈비, 대창은 물론 비늘까지 하나 버려지는 데 없이 요리로 탄생한다. 강씨는 최근 다금바리 회로 대한민국 발명특허를 땄다. 2002년 출원 신청을 한 지 4년 만이다. 생선과 관련한 국내 발명 특허는 현재 12개뿐. 대부분 신선도 유지와 관련한 기술적인 것들로, 생선 한 가지를 놓고 이렇게 다양한 조리법 특허를 받은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요리법 하나도 나만의 독창적인 지식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동차 하면 ◇◇, 조미료 하면 ○○를 떠올리는 것처럼, 다금바리 하면 제주 강창건, 이런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요. 이 특허를 바탕으로 우리 음식의 가능성을 더욱 키워나가고 싶습니다. 다금바리는 농어의 친척으로, 몸 길이 1m 안팎, 무게는 7~9㎏. 한 마리면 20여명이 너끈히 먹을 만큼 큰 생선이다. 강씨는 유난히 머리가 큰 다금바리에서 두툼한 입술과 목 살, 볼 살을 별밋거리로 찾아냈고 껍질과 간, 대창도 당당한 요리 재료로 살려냈다. 긁어서 내버리는 비늘도 푹 고아서 묵을 쑤는 데 성공했다.
다금바리와 그의 인연은 태어나면서부터였다. 가난한 어부였던 할아버지, 아버지가 어쩌다 커다란 다금바리를 잡아오면 당장 살림에 큰 보탬이 됐다. 1970년대 제주 관광산업이 막 성장할 때, 그는 요정에 다금바리 배달을 다니는 것으로 생활비를 벌어 야간 고등학교를 마쳤다. 1983년 강씨는 자기가 태어나 자란 남제주군 안덕면 사계리 2072호 고향집에 식탁 3개를 놓고 진미식당을 차렸다. 그때부터 다금바리는 그의 진짜 생업이 됐다. 한 마리에 수십만원이 넘는 고급 생선이라 어디 한데 내버리기가 아까웠다. 돌아가신 이규태 조선일보 고문이 1990년 요리사들에게 강의를 하셨어요. 일본에서는 참치를 부위별로, 수십 가지 맛을 만들어냈다고 하시더군요. 그때, 다금바리로 나만의 실력을 키워보자, 결심했습니다. 특허 출원에 나선 그에게 회 뜨는 게 무슨 특별한 기술이냐는 차가운 반응도 많았지만 그는 비린내를 없애고 씹는 맛을 더욱 좋게 하는 조리법은 특허의 대상이 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4년에 걸친 출원과 심사 끝에 그는 결국 다금바리 회 조성물 및 제조 방법 특허를 받았다. 살아 있는 다금바리를 뇌사(腦死)시키고 피를 빼는 과정과 살과 껍질 분리, 입술과 눈, 혀, 목줄기, 내장 조리법이 특허 대상이다. 그런 조리법은 하루 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다. 특허 출원을 내기 위해 한 주에 6마리 넘게 다금바리를 잡았다. 7~9㎏ 기준으로 하면 한 해 2t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워낙 비싼 생선이라 손님이 매일 있는 것도 아니어서 조리 시험이 끝난 다금바리로 난데없는 성찬을 벌인 일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는 다금바리 조리법으로 몇 가지 특허를 더 준비하고 있다. 지느러미를 말려 활용하는 방안도 그중 하나다. 저는 어깨 너머로 요리를 배웠지만, 아들은 대학서 조리를 전공했어요. 아들과 함께 다금바리 특허를 이어가는 게 꿈입니다. 대대로 살아온 제주 바닷가를 지키겠다는 소망이기도 하다. 박선이 선임기자 sunnyp@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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