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버거' 왜 먹고 싶을까

고칼로리 음식 뇌 쾌감중추 자극, 음식중독, 비만, 악순환 위험
최근 인터넷 포 검색어 순에 상위 랭크었던 음식은 폭탄 버거와 내장파괴 버거였다. 연관 색어에 바로 이들 버거 판매처가 올라올 정도로 네티즌들의 호기심이 대단했다.
번들번들하게 설탕이 진 두 의 사이에 두터운 고기 패티와 치즈, 기름진 베이컨, 심지어 초콜릿까지 박혀 있었다. 개 1000kcal 육박하는 폭탄 버거의 진원지는 성인인구의 2/3가 비만 미국이다.
이보다 더한 1887kcal의 내장파괴 버거는 KBS TV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알려졌다. 국내 레스토랑에서 실제 판매되는 '갓 스터 버거'라는 이름의 수제 햄버거에는 초대형 소고기 패티 2장, 베이컨, 치즈 세 장, 계란, 그리고 팬 프라이 감자가 곁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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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성인 여성의 하루 칼로리 량이 2000Kcal라는 것을 본다면 햄버거 하나의 칼로리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들 버거에 대한 관심은 일시적 호기심 넘어다. 이들 버거의 상품성에 주목한 한 카페는 폭탄 버거를 준비해 판매에 들어갔다. 이곳을 찾는 99%의 사람들이 이 버거 때문에 사먹고 있다.
실제 카페를 방문했던 네티즌들이 블로그나 카페 게시판에 린 후기를 심찮게 볼 수 있다. 이들의 반응은 오리지널 미국판에 비해 부실하다. 적당히 달고 느끼해서 포만감이 있다, 생각보다 칼로리가 높지 않을 것 같다 등. 들 중에는 종종 폭 를 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칼로리의 햄버거에 큰 거부감 없이 먹는 이들이 적지 않음을 보면서 우리의 입맛이 얼마나 서구식 식단에 길들여졌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이 같은 식단의 변화는 한국의 성인들을 '과체중' 단계에 들어서게 했다. 충남대 의대와 건강보험공단이 1997년부터 10년 동안 성인 5400여 명의 체중 변화를 분석한 결과, '과체중' 단계로 들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인 남성 3명 중 1명은 체중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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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칼로리 음식은 단지 칼로리 때문이 아니라 미각을 통해 뇌를 자극한다는데 그 위험성이 있다. 이런 자극이 지속되면 초기에는 소량으로 얻을 수 있던 만족감을 이후에는 더 많은 양을 섭취해야만 얻을 수 있고 음식을 섭취하고 중단하는 등의 섭취량 조절과 같은 식사행동 조절 능력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심해지면 금단 현상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결국 고칼로리식으로 인한 뇌의 자극은 생체리듬을 깨뜨릴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고칼로리의 음식이 뇌의 쾌감중추를 자극한다. 지속적인 자극은 음식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도박중독이나 쇼핑중독과 같은 선상에 있다. 본인의 의지로 조절이 어려운 거다. 몸의 조절 기능이 깨지면서 비만이 되는 것이니 음식중독은 결국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용우 리셋클리닉 대표 원장(성균관의대 외래교수)은 고칼로리식과 뇌의 상호작용을 이같이 설명했다.
고칼로리 음식은 주로 당분과 지방으로 만들어진다. 여기에 맛을 좋게 하는 염분은 한층 강력하게 미각을 통해 뇌를 자극한다. 적당히 섞으면 맛이 좋아지는 고당분, 고지방, 고염분으로 버무린 음식을 먹을 때 우리 뇌의 세포는 자극을 받는다. 기본 세포단위인 뉴런은 무수히 많은 회로로 연결되어 정보를 저장하고 행동을 조절하게 되는데 맛있는 음식을 먹을수록 이들 세포가 자극을 받아 그 음식을 강렬하게 원하게 만든다고 한다. 더욱이 고칼로리 음식을 먹을 때 생기는 자극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가진다. 우는 아이들에게 초콜릿과 사탕을 물려주면 잠잠해지는 것도 같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쾌감중추가 자극을 받으면 점차 섭취를 늘리게 된다. 이는 이미 미국에서 1960년대에 연구된 바 있다. 연구자는 가장 먼저 실험용 쥐들이 후르트링(달콤한 씨리얼류) 맛에 익숙해지도록 만들었다. 그 다음 쥐들을 넓은 공간에 풀어두었는데, 쥐들이 모여있던 맞은 편에 실험실용 쥐들이 먹는 담백한 사료를 놓아두었다. 어떤 쥐도 굳이 몸을 움직여 사료를 먹으러 가지 않았다. 하지만 후르트링을 놓아두자 쥐들은 쏜살같이 달려와 허겁지겁 그것을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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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차례의 실험이 이루어졌다. 연구자는 초콜릿 칩 쿠키, 소시지, 밀크 초콜릿, 마시멜로 같이 고당분, 고염분, 고지방의 음식을 한 그룹의 쥐들에게 먹였다. 그리고 다른 그룹의 쥐에는 실험용 쥐의 사료를 먹게 했다. 담백한 사료를 먹는 쥐들은 알아서 양을 조절했다. 하지만 달콤함에 빠진 고칼로리 섭취 그룹의 쥐들이 먹는 양은 날이 갈수록 늘어났다. 열흘 후부터 고칼로리 섭취 그룹 쥐들의 무게가 사료 섭취 그룹을 넘어서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두 배가 넘게 살이 쪘다.
여기엔 시사하는 바가 또 하나 있다. 연구자는 두 그룹 모두 식사량을 조절하지 않고 마음껏 먹게 놔두었는데, 음식에의 접근이 자유로울수록 체중 증가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미 '과체중' 단계에 들어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런 문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먹을거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신의 의지로만 음식을 조절한다는 것은 자칫 자괴감과 우울증까지 불러올 수 있다. 가장 먼저 고칼로리 음식이 주는 쾌감에 빠져든 자신의 현재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적극적인 동기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여기에 운동이 병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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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eekly.hankooki.com/lpage/goodlife/201010/wk2010101411004410501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