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마시면서 아무데나 마리아주를 갖다 붙이는
버릇이 생겼다. 마리아주란 음식과 와인의 조화를 뜻하는 프랑스말. 영어로 하면 매리지(결혼)쯤 된다.
매운 ○○라면과 신김치의 마리아주가 그만이군!역시 찐빵과 우유의 마리아주가 최고야!신문의 마리아주는
블랙커피지! 따위의 말을 중얼거리는 것이다.
그렇게 짝지어 만든 것 가운데 하나가 나무젓가락―컵라면
짝이다. 혹자는 라면과 찬밥의 마리아주를 손꼽기도 한다. 막 지은 밥은 라면 국물을 금방 흡수해 씹는 맛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나무젓가락과 컵라면의 마리아주에도 과학적 근거가 있다.(물론 믿거나 말거나다)
나무젓가락은 표면이 거칠어 면발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아준다.
컵라면에 물을 붓고 나무젓가락의 포장을 뜯은 뒤 젓가락을 떼어내 손바닥에
끼워 비비는 동작은, 가볍고 명랑하다. 밥벌이의 지겨움보다 밥 먹기의 즐거움이 느껴지는 행위다. 그러나
<쓰지마 위험해>의 저자 고와카 준이치라면 난 이 결혼 반댈세!라고 말할 것 같다.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하얗게 만드는 데 쓰는 표백제 성분이 인체에 매우 해롭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나무젓가락에는
곰팡이 방지제가 들어가 있다. 나무젓가락이 뜨거운 국물에 들어가는 순간 이 성분이 우러난다고 한다.
그래서
여성 민우회는 지난 7월 한달을 젓가락 가지고 다니기를 회원수칙으로 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원절약 및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1994년부터 음식점에서 일회용 나무젓가락 사용이 금지됐다. 이를
어기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중국제와의 가격경쟁에 밀려 국내산 나무젓가락은 7년 전쯤
사라졌다. 지금은 거의 모든 나무젓가락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나무젓가락 하나에 수입단가가 약5원.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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