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여먹는 것이 통상적인 조리법인 라면. 가끔 비벼 먹기도 하고, 파 송송 계란 탁 넣어 맛을 내기도 한다. 추울
때는 고춧가루 팍팍 뿌려 먹으면 콧잔등 위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일반적으로 라면은 가장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끼니다. 물만 넣고 끓이면 된다. 오죽하면 요리에 자신없는
사람들도 내가 라면 하나는 잘 끓여라고 입을 모으겠는가.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누구 하나 라면 못
끓이는 이는 없다. 끓인 물만 부으면 되는 컵라면까지 있으니. 라면에 계란과 김치 넣어 끓이는 것은 기본이고,
거기다가 파나 햄을 곁들인다면 웬만큼 고수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이렇게 몇가지 첨가물을 넣어 끓여 먹는 것만이 라면 요리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 온갖 상상력을
동원하다 보면 천하의 진미, 최상의 요리로 둔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라면이다. 라면은 밥 차려 먹기 귀찮을 때
후루룩 후딱 해치울 수 있는 간편식이기도 하지만, 6성급 호텔의 코스요리를 무색케 할 정도로 화려한 변신을
하기도 한다.
한 라면 제조사가 2001년부터 매년 개최해온 라면요리왕 대회에는 상상을 초월한 라면요리의 향연이
벌어진다. 각종 라면 동호회들은 수백가지가 넘는 라면 요리법을 서로 공유하고 있을 정도다. 라면을 이용한 롤, 라면
케익, 라면 스테이크는 물론, 라면 냉채, 그라탕, 샐러드, 햄버거, 부침개, 떡, 여기다 라면 젤리까지. 일일이
셀 수 없을 만큼,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음식에 라면이 재료로 등장한다.
사진을 보자. 눈을 씻고 봐도 어느 하나 일반적인 라면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삶기, 끓이기, 굽기, 찌기,
튀기기, 졸이기 등 온갖 조리 방법을 다 동원해 만든 음식들이다. 라면 코스 요리에는 당연히 애피타이저와 메인,
그리고 디저트까지 포함된다. 중식, 일식, 양식, 한식 등 장르 또한 다양하다. 이 정도면 나도 라면 요리는 할
줄 알아라고 쉬이 말했던 사람들 가슴이 뜨끔할 것이다.
요리 이름은 붙이기 나름. 왕의 만찬 당신을 위한 만찬 꿈의 왈츠 등 거창한 이름부터 웰빙
냉라면&샐러드 라면탕수육 등 심플한 이름까지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 명명하면 그것이 곧 라면의 재탄생인 것이다.
농심 홍보팀 최호민 부장은 라면도 과거 대량생산시대의 획일적인 소비에서 벗어나 사회 다변화에 걸맞은
개별적이고 독특한 소비 형태가 자리를 잡고 있다며 한국의 고도 경제성장기에 라면이 배고픔을 면하기 위한
주식이었다면, 지금은 간편식부터 식도락까지 넘나들고 있다고 말한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지만 라면의 변신도 무죄다. 숙취를 달랜다고, 밥 짓기 귀찮다고, 배는 출출한데 식사시간은
아직 멀었다고, 라면을 먹던 당신들. 이번 주말에는 나만의 독특한 상상력을 동원해 새로운 라면 요리에 도전해 보자.
그 순간 당신도 훌륭한 라면 요리사가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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