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발열로 겨울철 난방까지… “2주간 채굴해 300만원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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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김모(34)씨는 이달 초 가상 화폐 ‘이더리움’ 채굴(採掘)을 시작했다. 채굴은 실제 광물을 캐는 게 아니라, 컴퓨터로 특정 연산 프로그램을 24시간 돌리면서 가상 화폐를 버는 것을 뜻한다. 전기료가 많이 들지만 최근 가상 화폐 값이 치솟아 수지 타산이 맞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개당 70만원 선이었던 이더리움 가격은 지난달 100만원을 돌파했고, 최근엔 200만원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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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코로나로 손님이 크게 줄어 PC방 운영만으로는 버틸 수 없었다”며 “컴퓨터를 그냥 놀리느니 가상 화폐라도 채굴해 부수입을 올리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현재 PC방 컴퓨터 36대로 이더리움 채굴을 하고 있다. 하루 종일 돌리면 이더리움 0.12~0.15개 정도를 번다. 현 시세로 20만~30만원 선. 김씨는 “시작한 지 2주 정도 됐는데 350만원쯤 벌었다”며 “추가로 40만~50만원의 전기료가 나오긴 하지만 훨씬 남는 장사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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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업주들이 최근 ‘가상 화폐 채굴’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작년 대비 4배 이상 오르는 등 가상 화폐 가격이 단기간에 치솟은 데다, 코로나에 따른 영업 제한으로 손님들 발길이 뚝 끊기면서 남는 PC라도 활용하자는 생각 때문이다. 게다가 컴퓨터로 채굴 프로그램을 돌리면, 기기 온도가 70~80도까지 올라가는 만큼 추운 겨울에 난방비까지 아낄 수 있어 ‘일석삼조’라는 것이다. PC방은 가정용이 아닌 일반 전기요금이 적용돼 전기료 부담도 덜하다. 19일 PC방 업주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 방문하자 채굴 장비·프로그램, 손익 계산법 등 관련 정보가 다수 올라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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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 열풍에 핵심 장비인 ‘컴퓨터용 그래픽카드’ 가격도 수개월 만에 2배 넘게 치솟았다. 대표 제품인 엔비디아의 ‘RTX 3080’은 작년 12월 가격이 100만원(인터넷 최저가 기준)이었지만, 19일 현재 230만원까지 뛰었다. 소매가격 폭등으로 일반 이용자들의 구매가 어려워지자, 엔비디아는 18일(미국 현지 시각) “그래픽 카드는 게이머를 위한 것”이라며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그래픽카드의 이더리움 채굴 성능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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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채굴 열기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채굴에 사용된 그래픽카드의 노후화 속도가 빠른 데다, 발열이 심해 곧 날씨가 따뜻해지면 밀폐된 PC방에서 채굴을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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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우 기자
입력 2021.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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