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가게 주인, 국내 최대 문구체인 주인되다

문구사무용품 매장 링코운영 최종태 CI제일 사장
코엑스 800평 낙찰받은 뒤 美日 돌며 연구 2000년 링코 선보여
직영5곳프랜차이즈6곳 年매출 350억 달해
문구사무용품 매장 링코운영 최종태 CI제일 사장 코엑스 800평 낙찰받은 뒤 美日 돌며 연구 2000년 링코 선보여 직영5곳프랜차이즈6곳 年매출 350억 달해
1998년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김포발(發) 항공기에서 6명의 한국 사내가 내렸다. 모두 난생 처음 밟아보는 미국땅이었다. 호텔 예약도 없이 도착한 촌놈들은 공항에서 11인승 밴을 렌트한 뒤 12박13일간 샌디에이고까지 800여㎞를 강행군했다.
유람을 한 게 아니다. 햄버거로 허기를 달래고, 모텔에서 눈을 붙여가며 월마트K 마트홈데포 같은 대형매장을 샅샅이 뒤졌다. 줄잡아 100여곳. 쇼핑을 한 것도 아니다. 선진 유통센터의 노하우와 콘셉트를 바닥부터 뒤져가려는 연구여행이었다. 종업원 몰래 매장 사진을 찍다 쫓겨나기도 했다.
이들의 대장은 최종태(45) CI제일 사장이었다. 구멍가게 주인에서 국내 최대의 문구사무용품 체인 주인이 된 사람. 외환위기 직후였던 당시, 서울 코엑스의 800평 사무용품 매장을 낙찰받은 뒤 이 매장을 어떻게 채울지 선진국의 매장들을 돌며 연구에 나섰던 것이다.
미국에 이어 일본을 돌아보고 귀국한 최 사장 일행은 2000년 7월, 코엑스에 초대형 문구사무용품 매장 링코를 선보였다. 진열된 품목이 2만여종에 달했고, 대형마트처럼 물건 싣는 카트와 바코드를 통해 각 품목의 판매 시점까지 분석하는 기법(POS)도 도입했다.
당시만 해도 주변에선 문구점을 저렇게 크게 하면 금세 망한다는 수군거림이 가득했다. 하지만 최 사장은 그들의 뒷담화를 보기좋게 눌러 버렸다. 개장 후부터 매년 두 자리 매출 성장을 이어갔고, 최 사장은 직영매장 5개, 프랜차이즈 6개에 종업원 150여명을 거느린 연 매출 350억원의 중견기업 사장이 됐다.
▲ 동네 문구점을 연 매출 350억원대 기업으로 키운 최종태 CI제일 사장(가운데). 그의 다음 목표는 중국 문구시장 진출이다.
이명원기자 mwlee@chosun.com
그는 밑바닥에서 일어선 자수성가(自手成家)의 모델 그 자체다. 전남 영암에서 2남5녀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20년 전만 해도 과자사탕이며 문구 따위를 파는 동네 구멍가게 주인이었다.
기업체에 다니다 부모님이 주신 결혼자금 500만원으로 독립해 서울 영동우체국 맞은편 골목에 구멍가게를 차렸다. 쉽게 생각하고 덤벼들었지만 다른 가게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발상의 전환을 했다. 가게에 앉아 있지 않고 사무실을 돌며 고객을 찾아나선 것이다. 인근 빌딩을 돌면서 게시판에 걸린 기업들 이름을 적어와 기업분석을 했다. 입소문을 통해 어느 회사의 경기(景氣)가 좋은지도 조사했다.
경비에게 쫓겨난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열심히 고객을 찾아다니는 그에게 하나둘씩 단골이 생겨났다. 사무실에서 간식거리, 사무용품을 전화로 주문하면 곧바로 배달을 했다.
하지만 최 사장의 사업은 얼마 못 가 위기를 맞았다. 그의 방식을 벤치마킹하는 곳이 늘면서 경쟁이 심해졌다. 그래서 우선 앞집 구멍가게와 신사협정을 맺었다. 앞집은 식품만, 자신은 문구류만 하기로 했다. 지금의 링코 탄생의 계기가 된다.
그는 당시 아내는 식품이 낫다고 했지만, 나는 문구류를 하면 기업들과 거래하면서 미래를 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그는 기업들과 거래하면서 경영을 배웠다. 대기업 구매 담당자와 회의하면서 경영이 이런 거구나 하는 것들을 익혀갔다. 그러던 중 일생일대의 승부를 건다. 코엑스의 800평 매장 입찰에 뛰어들어 낙찰에 성공한 것이었다. IMF 외환위기 직후의 일이었다.
지금 서울 선릉역 인근에 있는 최 사장의 회사 사옥은 명물로 불린다. 화려한 서울 강남 거리에서 건설 현장사무소 같은 초라한 3층짜리 컨테이너 건물이다. 최 사장은 근사한 사옥을 지을 형편이 못 돼 10년 전 직원들과 함께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지었다고 말했다.
컨테이너 사옥 2층의 사장실에서 인터뷰에 응한 최 사장은 곧 중국 다롄(大連)에 매장을 열고 중국 진출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옥은 초라하지만, 꿈은 컸다.
이인열기자
yiyul@chosun.com
입력 : 2006.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