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차 주부 강미혜(40)씨는 올 초 다년간의 살림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부업'을 인터넷 글쓰기에서 찾아냈다. 인터넷 경매 사이트인 옥션의 '펌블' 게시판에 여성의류·생필품·잡화 등의 구매 후기를 올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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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고수(高手)인 강씨의 꼼꼼한 구매 후기를 읽은 사람이 해당 상품을 구매하면, 강씨는 판매 금액의 1.5%를 포인트(1포인트는 1원에 해당)로 받는다. 그는 "월평균 10만원 꼴로 용돈을 벌고 있다"며 "쇼핑 취미가 돈벌이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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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이제 더 이상 정보만 검색하고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다.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신종(新種) 돈벌이 무대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인터넷에서 커뮤니케이션 혁명을 경험한 네티즌들은, 이제는 즐기는 한편으로 수익창출 공간으로도 인터넷을 활용한다. 현재 글이나 동영상 등 자신이 직접 만든 콘텐트(정보)를 올리고 돈을 벌 수 있는 사이트는 약 10여곳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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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취미로 운영하는 블로그(인터넷 1인 미디어)도 쏠쏠한 용돈 벌이 공간이 된다. ‘프레스블로그’(www.pressblog.co.kr)의 경우 영화, 화장품 등 회사 측이 제시한 일정 주제에 대해 네티즌이 개인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원고료(3500~1만2000원)를 받을 수 있다. 회사 측은 해당 회사의 광고를 유치해 돈을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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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의 조은용 이사는 “상품이나 트렌드(trend) 정보는 인터넷 사용자를 통한 홍보가 훨씬 효과적”이라며 “기업들이 전문가를 뺨치는 네티즌의 ‘입’을 빌려서 정보를 발산하고 싶어하는 틈새를 노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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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김경순(25)씨는 지난달 인터넷에 군대 가산점 제도에 대한 의견 등 시사 관련 글을 90개 올리고 15만원의 짭짤한 부수입을 챙겼다. 포털사이트 네이트닷컴이 선보인 ‘판 커머셜’(pann.nate.com)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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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에 본인이 원하는 주제로 글을 쓴 뒤, 마지막 부분에 ‘내 글에 광고 넣기’ 버튼을 클릭하면 자신의 글에 저절로 자그마한 광고가 붙는다. 그 글을 읽은 사람들이 광고를 클릭해 주면, 그 때마다 돈이 쌓인다. 김씨는 “평소에 관심 있던 소재에 대해 짧게 글을 썼을 뿐인데, 돈까지 벌게 되니 횡재한 기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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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만 잘 쓰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입 소문이 퍼지면서, 이 서비스엔 반년 만에 5만명의 인터넷 필자들이 등록했다. 이 서비스는 5월까지 시범 실시된 뒤 현재 정비 중이며 7월에 정식 오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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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공간에 침투한 시장논리는 네티즌들의 생활 태도도 바꿔 놓는다. 지난달 직장인 도현우(33)씨는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새로 선보인 애드클릭스(adclix.daum.net) 서비스에 참여했다. 자신의 블로그에 광고를 노출시킨 뒤 방문자의 광고 클릭 수에 따라 돈을 받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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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씨는 “매일 블로그 운영 수입이 오르락내리락 하니까 마치 주식 하는 기분”이라며 “이젠 출근하면 이메일보다 ‘블로그 가계부’부터 먼저 들여다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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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이재희(33)씨는 “게시된 글이 마음에 들면 감사의 표시로 블로그 삽입 광고나 추천 버튼을 한 번씩 눌러주고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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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커뮤니케이션즈 신희정 과장은 “사용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주면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양질의 정보를 생산하게 된다”면서 “가치 있는 정보가 많아지면 경쟁사와 차별화하기도 쉽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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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순수성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화여대 함인희(사회학과) 교수는 “네티즌들이 수익 챙기기에 나서면, 대중들에게 쉽게 영합하는 흥미나 순간성, 가벼움 등의 가치만 넘쳐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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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기자 div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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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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