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돈 버는 중학생 사장님들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10대들에게 인터넷은 생활의 연장인 동시에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바다이기도 하다. 어른들이 고심 끝에 결단을 내리는 창업도 이들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다. 클릭 몇 번으로 인터넷에서 자신의 사업체를 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중고등학생 인터넷 쇼핑몰 CEO 네 명의 이야기다.
▲ 자신이 판매하는 속옷을 들고 있는 슈가셀 임지영 대표 photo 조영회 조선영상미디어기자
슈가셀(www.sugarshell.com) 임지영 10대용 속옷 쇼핑몰 상품구입모델판매 1인 3역 월수입 300만원 의류학과 진학해 모델될래요 1992년 서울생, 2007년 8월 10대 속옷 전문쇼핑몰 슈가셀 오픈, 서울 성덕여자중학교 3학년
슈가셀 임지영(16) 대표는 공부하다 남는 자투리 시간을 영업 시간으로 쓴다. 영업이라고 해봤자 거창한 일은 아니다. 자신의 쇼핑몰을 한 번이라도 찾은 고객들에게 친절한 상품 설명을 담은 카드를 보내는 것이다. 임 대표는 작년 8월부터 중고생이 입을 수 있는 귀여운 디자인의 속옷을 파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 중이다. 동대문 속옷 시장에 가보니 10대 취향의 발랄한 색상의 속옷이 생각 외로 많이 있었어요. 이런 속옷만을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슈가셀의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1000명 수준, 주문은 5건 정도다.
주 고객은 중학교 2학년 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하다. 월 매출은 300만원 전후. 아직 어린 나이라 슈가셀을 운영하며 번 돈은 어머니가 관리하고 임 대표는 부모님께 용돈을 받는다. 아동복 디자이너 출신인 어머니 홍은경(42)씨는 딸이 속옷 쇼핑몰을 열겠다는 제안을 하자 단번에 창업 자금 500만원을 지원했다.
인터넷에 올릴 상품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조명 기구와 카메라도 구입해 줬다. 홍씨는 딸이 생각한 아이템이 괜찮을 것 같기도 했지만 경제 공부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끼지 않고 투자해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2007년 8월 창업 당시에는 집에서 모든 일을 해결했지만 사업이 조금씩 커지자 창업 3개월 만에 아예 사무실을 임대했다. 임 대표는 홍보가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앞에서 홍보지를 돌리고 아파트 게시판에 쇼핑몰을 알리는 포스터를 붙이기도 했어요. 방문자 수가 하나 둘 늘기 시작할 때 정말 재미 있었어요. 이젠 입소문을 듣고 어떻게 찾아오는지도 모르게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어서 좋아요.
상품 사진 역시 주로 임 대표가 직접 찍는다. 잠옷류는 임 대표가 직접 입고 찍은 사진을 올린다. 모델이라는 꿈을 향해 나가는 작은 발걸음이기도 하다. 임 대표가 나름대로 분석한 슈가셀의 성공 요인은 고객과의 눈높이를 맞췄다는 것이다. 상품을 구하러 가면 임 대표는 직접 속옷을 입어 보고 착용감, 디자인을 따진다. 세탁 뒤의 옷감 상태도 세심하게 살핀다. 임 대표는 색깔은 발랄하지만 디자인은 최대한 단순한 것을 고르는 것이 노하우라면 노하우라고 했다. 가격은 2만원을 넘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직접 인터넷 쇼핑을 즐겨온 입장에서 가격이 2만원을 넘으면 구매를 하지 않게 된다는 경험담을 강조했다.임 대표의 장래희망은 패션 모델.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동복 CF에도 출연했다. 그는 대학 의류학과에 진학해 머릿속에 있는 여러 디자인을 직접 만들어 보고 그 옷을 입고 모델 워킹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 무료 도메인 업체'졸라(jol.la)의 메인 화면을 가리키고 있는 윈인터렉티브 남기철 대표 photo 허재성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윈인터렉티브(www.win-i.net /jol.la) 남기철 도메인 거저 주고 광고로 수익 두 달 만에 회원 1만명 당장 돈 벌려는 게 아니라 웹 비즈니스 준비 위한 것1992년 서울생, 2007년 8월 웹 비즈니스 업체 윈인터렉티브 오픈, 평택 청담정보통신고 입학 예정 (중3)
올해 고등학생이 되는 윈인터렉티브 남기철(16) 대표는 무료 도메인 사업을 벌이는 IT 사업가다. 2007년 8월 윈인터렉티브를 창업해 졸라라는 도메인을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사이트를 연지 두 달 만에 1만명의 젊은 가입자가 졸라(jol.la)에 자신의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사람이 몰리면서 광고도 붙기 시작해 요즘은 한 달에 80만원에서 100만원의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학생에게는 매우 큰돈이다. 사실 지금 돈을 버는 데는 큰 관심이 없어요. 졸라를 발판으로 앞으로 계속 공부해서 나중에 더 큰돈을 벌고 싶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컴퓨터 네트워크에 관한 책을 탐독한 남 대표는 공대생도 공부하기 힘들다는 리눅스 시스템도 독학했다. 중학교 3학년 때 개인화 포털서비스 제공업체인 위자드웍스를 설립한 표철민(23)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중고등학생들이 자주 쓰는 말 중 하나인 졸라를 도메인 이름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졸라라는 도메인을 알리기 위해 포털 사이트에 홈페이지 등록 신청을 했지만 졸라가 비속어라 거절당했다. 하지만 졸라는 입소문을 타고 10대들이 애용하는 도메인이 됐다. 그의 역발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졸라라는 도메인에 쓰이는 .la는 라오스의 국가최상위 도메인이다. 그는 해외 도메인 구입 사이트를 통해 jol.la라는 도메인을 3년 계약 35만원에 구입했다고 말했다. 아직 인터넷 이용 인구가 미미한 국가의 최상위 도메인을 싼 값에 이용하고 있지만 라오스의 인터넷 인구가 급증할 경우 비싼 값에 되팔 수도 있는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시련도 있었다. 윈인터렉티브 설립 두 달 만인 작년 11월 초 무슨 이유에서인지 중국의 네티즌으로부터 사이트를 공격 받은 것. 한순간에 제가 만든 모든 것이 날아가 버렸어요. 1만명이 훌쩍 넘었던 가입자도 한꺼번에 사라졌고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앞이 깜깜했습니다. 사업을 하는 어른들이 겪는 부도와 같은 충격이었지만 마음을 다잡고 다시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가입자가 300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빠르게 늘고 있어 가입자 1만명을 회복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한다.
올해 그는 전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해 네트워크 디자인을 공부할 계획이다. 웹 비즈니스는 개발 가능성이 있어 질리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에요. 쇼핑몰 사업 같은 일은 인력이 많이 필요한데 웹 비즈니스는 혼자서도 할 수 있고요 그의 꿈은 웹 비즈니스 회사의 CEO. 그의 참신한 발상과 실천력을 보면 CEO가 될 날이 멀지않아 보인다.  
▲ 마술용카드를 펼쳐 들고 있는 매직고 이정훈 대표. photo 조영회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매직고(www.magicgo.co.kr) 이정훈 마술에 빠졌다가 아예 마술용품 판매 나서 총 방문 200만명 꿈은 여전히 마술사 1992년 서울생,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마술 연습, 2005년 7월 마술용품 전문쇼핑몰 매직고 오픈, 안양 호성중학교 2학년
매직고(MagicGo) 이정훈(15) 대표는 1700여가지 마술용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한다. 매직고 사이트의 총 방문자 수는 200만명에 육박한다. 이 대표의 개인 사무실 두 벽면에는 갖가지 마술용품과 곧 배달될 포장 택배가 층층이 쌓여 있었다.
그가 마술용품 판매를 시작하게 된 것은 스스로 마술의 매력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가 간단한 마술을 보여주었는데 친구들이 놀라고 신기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 해 겨울 방학 내내 밖에 나가지도 않고 종일 동영상을 보며 혼자 마술을 익혔다. 지금은 전문 마술사가 칭찬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이 사실을 거의 모른다. 마술을 보여주면 비법을 가르쳐 달라고 조를까봐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마술 실력을 보여주는 대신 마술용품을 파는 것으로 마술계에 뛰어들었다. 마술용품이 품질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다는 불만이 의외로 많은 점에 착안해 내가 한번 팔아보자며 나선 것이다. 마술 용품을 구입하면 해법을 알려주는 동영상을 이메일로 보내주는 것도 경험에서 나온 비결이다. 처음에는 국내산 마술 도구가 있는지조차 몰라 수입용품만을 판매했지만 지금은 마술 동호인들과 정보를 교환하며 싸고 좋은 국산 마술용품도 판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용품을 많이 팔아줘야 더 많은 마술 용품이 만들어지게 되잖아요. 국내산 마술 도구를 적극적으로 판매하자고 제안한 것도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이정훈 대표의 생각이었다.
그는 마술 연습을 시작하던 초등학교 3학년 겨울 인터넷 마술 카페를 만들었다. 어려운 마술 해법을 알려주며 입소문을 내 가입을 하도록 하는 귀여운 홍보 활동도 했다. 현재 카페 회원은 7만여명에 이른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61세 노신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갖고 마술에 대한 각종 정보를 교환한다.
이 대표에게도 승승장구하던 시절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4년 초 함께 동호회를 운영하던 친구가 나쁜 마음을 품고 모아두었던 자료를 모두 없애버리고 도망가 버린 것. 정훈이가 침대에 엎드려 엉엉 울고 있더라고요. 이전까지는 마술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지도 몰랐어요. 아버지 이한봉(47)씨가 말했다. 이 대표는 가족들의 도움으로 하루 만에 반 이상의 자료를 복구했고 다시 힘을 얻어 카페를 운영했다. 매직고는 이같은 우여곡절 끝에 탄생하게 되었다.
3년 넘게 작지 않은 규모의 회사를 이끌어왔지만 이 대표는 또래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과외도 하고 학교 공부도 한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지만 이 대표의 부모들은 공부만 하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버지 이한봉씨는 대다수 부모들이 돈을 버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공부만 잘하면 돈을 벌고 성공할 수 있다고 강요하는 것은 아이들의 능력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그 동안 학교 성적에 대해 신경을 쓰지 못했지만 중학교 3학년이 된 만큼 앞으로는 공부를 열심히 할 작정이라며 당분간은 마술을 취미로만 즐길 생각이지만 나중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마술사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삼괴몰 이명근대표와 창업동아리 '웰빙향기'의 최민지, '천연비누'의 김남형대표. photo 이경호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삼괴몰(www.samgoe-mall.com) 이명근 한방비누지역특산품 교내 14개 창업동아리가 만든 물건 판매 1년 반 전 학교 지원 받아 창업, 전국에서 벤치마킹 행렬
1990년 경기 화성생, 2006년 6월 삼괴몰 오픈, 화성 삼괴고등학교 2학년 2006년 6월에 문을 연 쇼핑몰 삼괴몰의 이명근(18) 대표는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된다. 그가 다니는 경기도 화성의 삼괴고등학교는 비즈쿨(BizCool비즈니스와 스쿨의 합성어) 시행학교로, 중소기업청에서 마련한 비즈니스 교육 프로그램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전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에게 다양한 사업 비전을 제시하고 진로 모색을 유도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전자상거래과에 재학 중인 이 대표는 교내 14개 창업동아리에서 제작한 물품의 판매를 총괄한다.
이 대표가 운영하는 회사 직원은 쇼핑몰 동아리에 소속된 같은 학교 학생 5명으로 물류관리, 사진촬영, 포토샵 등 각자 맡은 분야가 있다. 삼괴몰에서 판매하는 상품 역시 삼괴고 학생이 직접 만든다. 시장 답사, 아이디어 회의, 재료 구입, 제작 등의 과정을 거쳐 상품이 탄생한다.
14개의 창업동아리는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정식 회사는 아니지만 삼괴몰에 물건을 납품하는 탄탄한 중소기업들이다. 이들이 판매하는 물품은 한방비누, 한방방향제, 양모펠트제품 등이다. 화성 지역 특산물과 지역의 기업제품도 판매한다. 이 대표는 2008년에는 상품의 가짓수를 줄이고 특화상품을 개발하려 한다고 야무진 계획을 털어놨다.
삼괴몰을 열기 전에는 길거리 장터 등 오프라인 판매를 주로 했다. 학교 상설 전시장도 생각해 봤지만 학생 신분으로는 운영하기 힘들어 포기했다. 결국 온라인 판매를 생각했고 삼괴몰은 문을 연 지 1년7개월여 만에 전국의 학교에서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명성을 쌓았다.
삼괴몰의 수익은 한 달 기준으로 60만원에서 100만원 정도. 삼괴몰의 법인통장으로 차곡차곡 들어온다. 수익금은 재료비와 운송비를 제외하고 불우이웃돕기로 사용하고 있다. 주말에 근처 복지기관을 찾아가 불우이웃을 도우며 돈을 보람 있게 쓰는 법도 배우고 있다. 이 대표는 떡볶이를 사먹는 것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더 보람 있다고 말했다.
삼괴몰 운영은 주로 방과 후 자율학습 시간을 이용해 하루 4시간 정도 한다. 가끔 주문이 밀려들면 시간이 부족해 곤란을 겪기도 한다. 학생이 공부와 사업을 병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이 대표는 일본 노베오카 상업고와의 자매결연을 계기로 두 차례 출장도 다녀왔는데 일본어를 몰라서 고생했었다. 홈스테이를 했는데 일본어를 하나도 몰라 난감했습니다.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이 대표의 중학교 성적은 중위권 정도로 충분히 인문계로 진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쇼핑몰을 운영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삼괴고등학교 전자상거래과로 진학했다. 이 대표는 쇼핑몰을 운영하기 전까지는 비행기는커녕 지하철을 타 볼 기회도 없었다며 삼괴몰을 통해 각종 전시회와 대회에 참가하면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 구경도 해보고 비행기 타고 일본도 다녀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장이 된 후 TV에도 나왔는데 마을 분들이 보고 이야기를 하셨는지 부모님도 뿌듯해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꿈은 대학의 인터넷 사업 관련 학과에 진학해 나만의 인터넷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입력 : 2008.02.01
이윤아 인턴기자서울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