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자동차 보유대수가
30년 만에 200배나 증가해 세계에서 14번째로 1,000만대를 돌파했다지요. 등록된 승용차만 1,330만대가 넘는다고
합니다. 이렇다 보니 남녀 간에도 차에 얽힌 웃지 못할 사연들이 많습니다. 30대 초반의 어느
직장인이
겪은 일입니다.
연봉 7,000만원
이상을 받는 그는 집안 좋고, 경제력도 어느 정도 있는 편입니다.
맞선을 보게 돼 서울
청담동의
카페에서 2시간 이상 즐겁게
대화를
나눴습니다. 헤어질 시간이 된 두 남녀는 함께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먼저 차를 뺀 여성이 안 가고 기다리더랍니다. 그가 차를 몰고 나오자 그녀는 차종을 확인하고는 인사도
없이 가버렸답니다. 좋은 느낌을 받았기에 그녀에게 애프터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이 없었습니다.
그녀가 자신의 차가 소형인 것을 알고는 별 볼일 없는 남자라고 여겼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굳이 그가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간 것만 봐도 그렇고요. 그는
수입차를
굴릴 여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출퇴근은 대중교통으로 하고, 차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나 쓰는데 굳이 큰 차를 살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 그의 상식입니다.
결혼하면
차를 바꾸려고 합니다.
그녀가 연락을 안 하는 이유가 단지 그의 차가 소형이기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여자들이 큰
차 타고 다니는 남자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으므로 돌변한 그녀의 태도를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얼마나 잘난 남자인줄 모르고, 굴러 들어온 호박을 찬 거지'라고요.
차는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필요해서 타는 것이라고 믿기에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그녀가 경솔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의 사고방식은 건전합니다. 겉치레보다는 실속이 중요하다는 가치관도 옳습니다. 하지만 남녀관계에서 그런
알뜰함이 늘 좋은 평가를 받기는 힘들지요.
돈이 있는 것을 과시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자신의 경제력에 비해 지나치게 근검하는 것 또한 미덕은 아니니까요. 특히
여자들에게 말입니다. 가진 것보다 좋은 차를 타면 허영기가 있어 보이지만, 너무 검소하면 찌질하다는 인상을 주게
마련입니다.
차 따로, 경제력 따로
흔히 남자들에게는 '힘의 영역'이라는 게 있다고 합니다.
원시생활에서는
힘이 센 사람이 약한 사람보다 우위에 있었습니다. 남성에게 차는 교통수단의 의미 이상입니다. 남보다 빨리 달리고 싶은
욕망, 비교우위에 서고 싶은 욕망의 표현인 것이지요. 여성들에게도 차는 상대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비싸고 좋은 차를 타는 남성들이 어필하는 것이고요. 한국에서 남자로 살려면 어려운 점이 적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능력이 되면 과소비가 아닌 선에서 돈을 써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차도 그렇습니다. 집안에
빌딩이
몇채고 수백억원이 있다고 해도
버스를
타거나 낡은 차를 몰고 다닌다고 하면 여자들은 좋게 보지 않습니다. 결혼해도 궁상맞게 살 것이라고 짐작하지요.
남녀관계에서 차는 경제력보다는 외모에 가깝습니다. 차의 크기가 꼭 경제력을 대변하지는 않거든요. 돈이 많다고 좋은 차를
타거나 반대로 평범하다고 소형차를 타는 것은 아닙니다. 단칸방에 살아도 자기 좋으면 밥을 굶어서라도 좋은 차를 탑니다. 또
수십억원짜리
아파트에
살아도 차에 큰 의미를 안 둔다면 작은 차를 타는 것이고요. 차의 크기나 종류는 그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결정될 뿐입니다.
액세서리 정도로
수용해야 선입견이나 오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남녀본색
돈을 벌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내 차'를 장만하는 이들이 많다. 미혼남녀들 중 자기 차량을 소유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결혼정보회사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는 미혼남녀 회원들을 대상으로 남녀별 차량 소유비율을
조사했다. 차량 소유여부에 답한 30~40세 미혼남성 8,313명, 27~37세 미혼여성 8421명이
대상이다. 응답한 미혼남성의 절반 이상인 54.1%, 미혼여성의 23.5%가 자기 차량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이 여성보다 배 이상 차량 소유비율이 높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