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젖을 먹고 자란 파바로티와 프레니

freni and pavarotti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오른쪽)와 소프라노 미렐라 프레니. 동아일보DB

1935년 이탈리아 북부 도시 모데나. 이발사의 아내 잔나는 딸을 낳은 뒤 생활비가 부족하자 동네 담배공장에 취직했습니다. 당시 이탈리아의 총통(두체)이었던 무솔리니는 ‘사회 효율화’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 전속 유모를 두도록 했습니다. 잔나의 딸 미렐라도 엄마 젖과 함께 담배공장 소속 유모의 젖을 먹고 뽀얗게 커나갔습니다.

몇 달 뒤 이 공장에서 잔나의 단짝이던 아델레가 아들을 낳았습니다. 아델레의 아들 루치아노도 같은 유모의 젖을 먹고 부쩍부쩍 자랐습니다. 신기한 일이죠. 이 유모의 젖을 먹은 두 아이가 세계적인 성악가가 된 것은.

잔나의 딸은 소프라노 미렐라 프레니, 아델레의 아들은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였습니다. 둘은 어려서도 친구였고, 자라서는 전 세계의 수많은 오페라 극장과 녹음 스튜디오에서 호흡을 맞추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누가 그 젖을 다 차지했을지!” 훗날 프레니는 깔깔거리며 얘기하곤 했습니다. 파바로티의 체구가 유독 큰 것을 빗댄 농담이었습니다. 하지만 프레니가 2월생으로 누나였고 파바로티는 10월생이었으니 파바로티 때문에 프레니가 쫄쫄 굶는 일은 없었을 것 같습니다.

연말을 맞아 우리나라 곳곳에서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 공연이 열리고 있습니다. 파바로티는 시대를 대표하는 ‘라보엠’ 테너 주연 로돌포였고, 프레니는 시대를 대표하는 소프라노 주연 미미였죠. 최근 이 코너에서 ‘푸치니가 라보엠에 자기 고향의 모습을 집어넣었다’고 소개하기도 했지만, 모데나 한 동네 출신의 명테너와 소프라노가 호흡을 맞춘 카라얀 지휘의 ‘라보엠’ 전곡판을 들어보며 그들의 환상적인 목소리에 심취해 보아도 좋을 듯합니다.

올해는 파바로티가 2007년 9월 6일 세상을 떠나고 10년이 된 해이기도 합니다. 프레니는 만 70세가 된 2005년 오페라 무대에서 내려왔지만 건강하다고 합니다. 오늘 (19일) 부산 금정문화회관에서는 테너 하만택, 이동명, 지명훈 씨 등이 출연하는 ‘리멤버,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기리다’ 콘서트가 열립니다. 앞서 11월 17, 1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도 소프라노 신영옥, 안젤라 게오르기우 등이 출연하는 ‘파바로티 추모 기념콘서트’가 열린 바 있습니다.